기아가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설명회(IR) 전면에 독립이사를 내세웠다. 독립이사가 IR에 직접 참석해 투자자와 소통한다는 내용을 기업설명회 공시에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영진 중심의 기존 투자자 소통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사회 구성원이 직접 주주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아는 내달 7일 홍콩에서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거버넌스 NDR을 실시한다. UBS증권이 후원하는 이 행사는 소규모 그룹 미팅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아는 설명회 목적을 '독립이사와 투자자 간 직접 소통 강화 및 ESG 경영 이해도 제고를 위한 관심사항 질의응답'이라고 밝혔다.
행사에 참여하는 독립이사는 신현정 독립이사(
사진)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신 독립이사는 미국 국적 취득자로 국내외 일반주주가 주주권익보호 담당 독립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할 수 있는 주주추천 독립이사 제도를 통해 2022년 기아 이사회에 첫 진입, 그간 기아 IR 행사에 꾸준히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아 독립이사가 투자자 소통에 나선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독립이사의 IR 행사 참여를 공시 전면에 내세운 것은 한층 적극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시장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아닌 독립이사에게만 직접 질문할 수 내용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주주권익 확보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기아를 비롯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3곳은 국내외 일반주주가 주주권익보호 담당 독립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할 수 있는 주주추천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해당 이사 역할을 명확히 한다는 취지에서 '주주권익보호 담당' 명칭을 '주주소통 담당'로 바꿔 소통 기능을 부각했다.
이 같은 변화는 상장사 독립이사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넓어지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뿐 아니라 주주가 명시되면서 이사회가 주주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듣고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사회 차원에서 시장 접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한 상장사 독립이사는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전체가 명시적으로 들어오게 됐는데 이사회가 주주 소통을 확대해 가는 일은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각종 거버넌스 제도 개편으로 주주 권리 확보 요청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독립이사의 주주와 경영진 사이 가교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시를 계기로 독립이사의 투자자 직접 소통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시장 내 정례적인 IR 관행으로 자리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주주소통 담당 독립이사가 시장과 접점을 넓힐수록 이사회가 수렴한 주주 의견을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어떻게 반영하는지도 향후 평가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