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영업이익을 다목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의사결정 목적에 맞게 복수의 영업이익을 산출해서 활용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
(사진)는 더벨과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김 이사는 회계학자로서 주로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감사위원회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동아에스티와 BC카드 독립이사로 보상위와 감사위 등에 몸담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정과 삼일 등 회계법인의 실무분야에서 재직하다 학계로 넘어온 인물이다.
내년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 18이 도입되면서 영업이익의 개념이 바뀐다. 기존에는 매출에서 영업비용을 뺀 개념이었으나 앞으로는 ‘투자·재무 등 다른 범주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손익’이 된다.
한국에서 기업실적의 대명사로 활용돼 온 영업이익의 개념이 바뀌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이사회의 성과 평가에도 핵심 지표인 만큼 이사회에 미칠 영향 역시 적지 않다. 김 이사는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향후 영업이익의 개념이 기업 이사회마다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감사위원회에서의 개인적 경험 등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 “새 영업이익 영향, 금융사보단 제약사 이사회에 더 커”
김 이사는 앞으로 영업이익이 갖는 의미가 다양화되고 세분화될 것으로 바라봤다. 기존의 영업이익 외에도 다양한 영업이익 기준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영업이익의 기업 간 비교가능성은 다소 낮아질 수 있고, 영업이익의 절대규모보다는 세부적인 내용 및 증감수준이 더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업계 성과급 논란을 사례로 들었다. 김 이사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임직원의 성과급 산정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변경하는 것이 큰 사회적 논란이 됐다”며 “이제 영업이익의 개념이 변경되므로 성과급 산정 시 기존 영업이익을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MPM 등을 조정해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과급 지급기준으로 새로운 영업이익 개념을 적용하려면 영업이익이 실제 사업성과를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김 이사는 “영업이익 구성항목 중에서 외부환경이나 운에 의한 효과를 최대한 제거하는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아울러 목표설정과정에서 미래 경영환경 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목표치 설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이사회에 몸담으면서 새 영업이익 개념의 영향이 기업마다 다른 것을 보았다. 가령 BC카드의 경우 금융사이기 때문에 기존 영업이익 개념과 새 영업이익 개념이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사회에서 관련 보고 역시 많지 않다.
반면 제약사에서는 실제로 IFRS 18의 영향을 체감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제약사의 경우 신약개발과 관련된 투자가 많은데 과거에는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 손상차손을 인식하면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했다”며 “그러나 IFRS 18에 따르면 이러한 손상차손은 영업손익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투자자는 물론 이사회, 특히 회계를 다루는 감사위원회는 회계 문해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도 내다봤다. 김 이사는 “투자자나 정보이용자는 자신의 의사결정목적에 맞는 영업이익을 찾아서 의미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는 회계 문해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아울러 감사위원 중 회계 및 재무전문가가 아닌 분들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회계 및 재무정보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감사위 모범규준 제정 참여, “외부감사인 의견 직접 들어야”
김 이사는 과거 한국기업지배구조원(현 한국ESG기준원)의 감사위원회 모범규준 제정에도 참여했다. 경영진을 제외한 감사위와 외부감사인이 분기마다 소통하도록 규정에 넣었다. 그는 현재 동아에스티와 BC카드의 감사위 모두에 몸담고 있다. 당시 제도를 설계한 학자가 현재는 직접 그 제도를 운용하는 자리에 앉은 셈이다.
김 이사는 실제로 그 효용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직접 경험해보니 감사위가 독립적으로 외부감사인과 만나 의견을 솔직하게 듣는 기회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아무래도 CFO나 다른 내부임원이 함께 있으면 질문이나 답변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어서 “10년 전에 모범규준을 처음 만들 때는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면 실무에서 받아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 살펴보면 많은 상장기업들이 모범규준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실무에서도 상당히 정착되고 있는 것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감사위의 역할이 점차 확대될 것이며 일부 금융사에선 이미 그런 사례가 발견된다고도 말했다. 그는 “금융사 이사회의 경우 감사위가 감독기관의 대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령 금감원이 일일이 신경 쓸 수 없는 세세한 사항들은 감사위가 대신 살펴본 뒤 금감원에 보고하는 식”이라 말했다.
◇ “거수기 논란은 오해…동아에스티 신념, 독립이사도 공유”
김 이사는 이사회 거수기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경도 피력했다. 안건 찬성률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이사회 독립성 훼손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는 안건이 아예 이사회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는 사전검토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이사회 안건의 대부분은 회사와 지배주주 그리고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되기 마련"이라며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안건의 경우 이사회 상정 이전에 충분한 내부검토를 거쳐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회에 안건이 올라오는 경우 독립이사들이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으나, 결국 안건이 통과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경우 결국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아에스티 이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오너그룹의 제약사지만 이사회에서는 자유롭게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특히 수익성 부담에도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김 이사는 “
동아에스티는 신약을 만들어서 세상에 기여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며 “독립이사들도 모두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회계 전문 독립이사를 찾는 기업들에 대한 조언을 덧붙였다. 그는 “실무에서 경험과 역량을 갖춘 공인회계사가 많지만 대부분 회계법인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 독립성 문제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하지만 상장회사에서 회계 및 감사 경험을 갖춘 CFO 출신이나 공인회계사 경력이 있는 회계학 교수 등 회계 및 감사분야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여전히 많다”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