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인적분할을 앞두고 연 소액주주 간담회에서 "분할하면 주주에게 무슨 이익이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재상장 이후 두 회사의 합산 가치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카카오AI는 본업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카카오X는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자회사 실적이 평가받으면서 할인율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주가가 52주 최저가까지 밀린 가운데 주주들은 경영진 책임과 부결 시 대응도 따져 물었다. 경영진은 주가와 주주가치를 평가·보상에 반영하는 방안을 새로 구성되는 이사회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분할안이 부결될 경우 재추진할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유보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날 자리에 없었다.
◇비상장 자회사 '재평가' 기대, 분할비율엔 "순자산 기준"
카카오는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소액주주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9월 16일 온라인 간담회에 이은 두 번째 자리로 현장 간담회와 온라인 송출을 병행했다. 김 내정자와 신종환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카카오AI CFO 내정자, 전현수 카카오 비즈니스 총괄 리더가 답변에 나섰다.
카카오 주가는 분할 결의 이후 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달 13일 장중 3만250원까지 내려가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20일 종가는 전일 대비 1.7% 하락한 3만1550원이다.
주주들의 질문은 분할이 소액주주에게 실제로 어떤 이익을 주느냐로 모였다. 한 주주는 "분할 발표 이후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은 이미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체제에서도 가능한 사업을 위해 왜 분할로 위험을 키우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내정자는 "재상장 이후 양사의 가치를 합치면 지금보다 훨씬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과거 인적분할 뒤 재상장을 거치며 주가가 제대로 형성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카카오가 10월 20일 제2차 '인적분할 소액주주 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신종환 카카오 CFO,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 전현수 카카오 비즈니스 성과리더. (출처: 카카오)
그가 내세운 실익은 자회사 할인 축소다. 김 내정자는 카카오톡 본업에 가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픽코마·카카오모빌리티 등 비상장 자회사의 실적을 설명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카카오X가 별도 상장법인이 되면 자회사 실적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해 할인율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분할 발표 당시 증권사들이 평가한 사업부문별 가치 합계가 34조2000억원인 반면 8월 14일 기준 3개월 평균 시가총액은 16조8000억원이라며 복합기업 할인 해소를 분할 배경으로 제시했다.
김 내정자는 분할을 택한 이유로 기존 카카오가 카카오톡 기반 사업과 자회사 관리·육성을 함께 맡아왔다는 점을 들었다. AI 전환기의 중요한 의사결정과 자회사 관리에 관한 의사결정을 한 회사에서 동시에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체제에서도 AI 사업을 강화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반문에는 "기존 방식으로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면서도 질적으로 다른 변화가 필요했다고 답했다.
합산 시가총액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신 CFO는 "특정 시점을 정해 분할 발표 직전 시총과 재상장 이후 합산 시총만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단순 비교에 선을 그었다.
현장에서는 카카오AI 분할비율이 영업이익 규모에 비해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분할비율은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로 순자산을 기준으로 정했다. 반면 회사가 제시한 6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 연결 영업이익은 카카오AI 4700억원, 카카오X 4600억원으로 비슷하다.
신 CFO는 법령과 회계기준에 따른 비율일 뿐 주가가 그 비율대로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직원 대상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 등을 반영해 분할계획서를 업데이트할 때 비율이 최종 확정되며 소폭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책임경영 질의에 '보상 체계 개편', 블록딜·매각설엔 선 긋기
경영진 책임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한 주주는 분할 이후 주주가치가 회복되지 않으면 경영진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며 성과급 반납이나 삭감 등을 거론했다. 김 내정자는 "분할의 최종 결정은 주주들이 하는 것이고 분할안을 발의한 것은 이사회"라며 "주주들의 지시를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는 주주들이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급 반납이나 삭감 여부에는 직접 답하지 않았다.
경영진은 성과급과 인센티브의 상당 부분이 주가와 주주가치에 따라 결정되도록 새로 구성되는 이사회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신 CFO는 보상 체계가 독립이사가 과반인 이사회와 보상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답변을 들은 주주는 "책임지겠다는 느낌이 그다지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인적분할이 부결될 경우에 대한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신 CFO는 "만약 부결되면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재추진할지 말지는 지금 이 자리에서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한 달간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만나 분할 취지를 설명해온 만큼 특별결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분할안은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6월 말 기준 김범수 창업자 등 최대주주 측 지분은 23.9%로 이것만으로는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다른 주주들의 찬성이 필요한 가운데 발행주식의 64.8%를 보유한 지분 1% 미만 소액주주 148만6523명의 표심도 변수다.
이날 경영진은 주주들이 제기한 블록딜과 자회사 매각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신 CFO는 창업자 측 지분의 블록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블록딜은 없다"고 답했다. 김 내정자도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매각설에 대해 "한 번도 논의한 적 없는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말했다.
재상장 심사 상황도 일부 공개됐다. 김 내정자는 한국거래소가 카카오를 직접 방문해 현장 실사를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AI 서비스 사업계획의 구체성 등을 놓고 소명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