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을 증여가 아닌 '사재'를 들여 매입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정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나
광주신세계,
삼성전자 지분 등 활용해 충분한 자금을 동원할 여력이 있는 것도 맞지만 '의외의 절세효과'를 얻은 것도 한몫한다.
결과적으로 5년을 더 기다린 정 회장은 이 총괄회장 지분을 처음 수증할 때보다 싼 가격에 더 많이 확보하게 됐다. 앞서 증여 후
이마트의 주가가 줄곧 내림세를 보인 결과다. 재벌가 일원인 정 회장이지만
이마트의 주가가 보합만 유지했어도 쉽사리 이 총괄회장의 지분 매입을 결단키 어려웠으나 공교롭게 상황이 잘 풀렸다.
◇정용진 회장, 2020년 이마트 지분 1% '233억' 올해는 '215억'에 확보 정 회장과 이 총괄회장의 지분거래 즉 승계의 시작은 2020년 9월부터다. 당시 정 회장은 이 총괄회장이 보유했던
이마트 지분 가운데 8.22%(229만2512주)를 증여 받았었다. 당시 증여된 주식은 시가에 따라 약 3200억원으로 책정됐고 증여세는 총 1917억원이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정 회장과 이 총괄회장이 모자 관계이므로 증여세 과세 기준 최고세율(50%)이 적용됐다. 여기에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 대주주 요건을 갖추고 있던 점도 세금에 영향을 줬다. 최종적으론 대주주가 주식을 증여한 데 따른 가산세가 또 다시 붙었고 앞서 최고세율에서 10%포인트가 늘어난 60%으로 결정됐다.
정 회장은 올해 이 총괄회장의
이마트 주식 278만7582주(지분 10%)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수한다. 매입가는 9일 종가(6만4000원)에 20%를 더한 7만6800원으로 책정됐다. 총거래금액은 약 2140억8629만원이다.
금액만 놓고 보면 정 회장의 이번 매입 결정이 추가 비용을 감내하고 내린 용단이다. 그러나 약 5년 간
이마트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정 회장이 1%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들인 금액을 놓고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서 2020년 정 회장이 이 총괄회장으로부터 총 229만2512주를 증여받을 당시 증여세까지 포함하면
이마트 지분 1%를 확보하기 위해 약 233억2116만원을 들였다.
그러나 이번 지분 매입의 경우 프리미엄을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이 1%의 지분을 늘리는데 쓴 금액을 환산하면 214억8629억원으로 산출된다. 5년 사이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했을 때 정 회장이 매입을 택했음에도 수증을 통해 1% 지분 확보에 쓴 금액보다 10% 이상, 즉 1% 당 약 20억원씩 부담이 줄어들었단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매입 과정서 '책임경영' 강조, 의외의 절세효과도 고려한 복안 정 회장은 이 총괄회장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주식담보대출 등의 레버리지를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주가 부진이 결과적으로 지분 승계 과정에서 일종의 절세 효과를 얻긴 했지만 그럼에도 책임경영을 잊지는 않겠다는 대외 메시지를 내놓았다.
정 회장이 약 2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나면 이후의 이자비용 역시 상당하다. 그러나 애초에 정 회장의 △
이마트 △
광주신세계 △
삼성전자 등의 보유지분 가치가 1조원을 상회하는 만큼 이자를 충분히 감내할 여건은 된다.
다만
이마트의 주가가 내리지 않았다면 상황은 조금 복잡해진다. 만일 5년 전과 지금
이마트의 주가가 같을 경우 정 회장이 이 총괄회장으로부터 잔여지분 10%를 증여받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세금만 약 2367억원이다.
이마트의 주가가 5년 전보다 오히려 상승했을 경우 정 회장의 증여세 부담은 이보다 더 커졌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 회장이 프리미엄을 붙여 주식을 매입하는 결단 역시 그간
이마트의 주가 부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침 정 회장이 증여세를 감당하기 위한 5년 연부연납이 올해 일몰된다. 그간 약 2000억원의 세금을 5년 단위로 나눠 납부하던 정 회장은 올해 완납을 마치고 나면 유동성에 한층 여력이 생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