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거버넌스 성적표를 또 한 번 끌어올렸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기업지배보고서 내 핵심지표 준수율 9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공시 대응을 넘어 글로벌 수준의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핵심지표 준수율 93.3%…첫 '외부 의장' 체제
최근
LG화학이 공시한 2025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핵심지표 준수율은 93.3%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15개 핵심지표 가운데 14개 항목을 충족한 수치다. 2023년 준수율 80%에서 2024년 86.7%로 상승한 데 이어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LG화학이 준수율 90% 이상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심지표 준수율 상승의 핵심은 이사회 의장 선임 방식의 변화다.
LG화학은 올해 처음으로 사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사회 의장을 외부 인사에 맡겨 경영진 안건을 독립적으로 검토하고 경영 의사결정을 감시하는 기능을 강화한 내용이 핵심이다.
이사회 의장은 올 2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조화순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조 의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이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학부 정회원으로
LG화학의 과학기술 정책과 미래 거버넌스 분야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경영 자문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소위원회도 구축하고 있다.
LG화학은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등을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감사위원장은 이영한 사외이사를 배치해 감독 기능을 강화했다. 그는 회계법인과 금융당국, 한국거래소 등을 거친 회계·세무 전문가다.
LG화학은 지난해 미준수 항목으로 기록된 집중투표제도 올해부터 도입한다. 정관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올 9월 최초 이사 선임을 위한 주총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올해 핵심지표 준수율은 100%를 기록할 전망이다. 주주 권익 보호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의 제도적 정비를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과제는 '행동주의 대응'…주주환원 속도 전망은
LG화학은 행동주의 펀드와의 갈등 해소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올해 주총에서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팰리서캐피털 마스터펀드리미티드 등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유동화 확대와 이를 활용한 자사주 매입·소각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제출한 탓이다. 다만 해당 안건은 주총 문턱을 넘지 못하며 자동 폐기됐다.
LG화학은 주주환원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을 택했다. 성장 투자와 현금흐름,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 이상 배당성향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5년간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율을 70%까지 유동화해 주주환원에 활용하기로 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실질적 변화를 유도했다는 평가다.
업계는
LG화학의 거버넌스 고도화 방향은 결국 행동주의 펀드 압박에 대한 대응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둔화와 배터리 소재 투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사회 독립성과 자본배분 원칙을 명확히 해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
LG화학이 2년 연속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며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등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잇달면서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 압박이 본격화해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