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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인제도 이슈 점검

쿠팡 소송전 번진 외국인 동일인 논란…실질지배가 관건

①OCI에 이어 두번째 케이스…친족 경영 참여 및 출자 예외 요건 등 제도 정교화 필요

감병근 기자

2026-05-27 15:21:11

편집자주

1986년 동일인제도가 도입된 지 40년이 흘렀다. 동일인제도는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던 전통적 형태의 국내 재벌을 상정해 설계됐다. 하지만 해외 자본과 사모펀드(PEF)가 기업집단을 거느리고, 창업자 보유 지분이 거의 없는 플랫폼 기업 등이 나타나면서 제도 설계시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도 잇따르고 있다. 누구를 총수로 볼지, 외국인은 어떻게 규율할지, 플랫폼에도 같은 잣대가 유효한지를 둘러싼 논쟁도 발생 중이다. 더벨은 동일인 제도가 직면한 이슈들을 사례 별로 짚어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으로 변경했다. 친족의 경영 참여를 근거로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이 깨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쿠팡이 행정소송에 나서면서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을 둘러싼 논의도 다시 불붙고 있다.

쿠팡의 동일인이 변경된 핵심 사유는 김 의장 친족의 경영 참여다. 앞서 OCI그룹도 친족 경영 참여 및 출자를 이유로 미국인인 이우현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다만 쿠팡 사례를 보면 외국인 동일인 지정 문제에 대해 제도적 논의가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인 동일인 지정됐던 쿠팡, 5년 만에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

동일인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체다. 동일인 지정이 이뤄지면 동일인을 기준으로 사익편취 금지, 친족 등 특수관계인 자료 제출, 계열사 현황 공시 등 의무가 수반된다.

쿠팡은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이후 작년까지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쿠팡은 미국법인 쿠팡Inc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 의장은 쿠팡Inc 의결권을 지배하는 구조로 쿠팡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김 의장이 쿠팡 지분을 소유하지 않았고 쿠팡 임원으로도 근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사유가 됐다.

하지만 올해 공정위는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씨가 쿠팡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판단해 동일인을 김 의장으로 변경했다. 김유석 씨가 등기임원 수준의 급여와 보수를 받았고 한국 쿠팡 회의에 참여한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쿠팡은 이에 반발해 즉각 동일인 지정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를 제기했다.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 요건에 쿠팡이 여전히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원은 현재 공정위의 처분 효력을 7월15일까지 직권정지한 상태다.

공정거래법상 법인 동일인 지정을 위해서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도 계열회사 범위가 달라지지 않을 것 △지배하는 자연인 및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 주식을 소유하지 않고 임원으로 일하지 않을 것 △지배하는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회사간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을 것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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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처음부터 동일인 지정, 친족 경영 및 출자 고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쿠팡 외에 외국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곳은 OCI그룹이 있다. OCI그룹은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이 때 미국인인 이우현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OCI그룹 선례가 있는 상황에서 이후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자 당시 일각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외 국적의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사례가 있는데 쿠팡에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OCI그룹은 쿠팡과 달리 처음부터 자연인이 동일인이었다. 이우현 회장 일가가 국내 지주회사 체제 아래 경영과 출자에 직접 관여하고 있어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 국적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지배구조와 친족 관여 정도에서 쿠팡과 차이가 있다.

OCI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OCI홀딩스가 자리잡고 있다. OCI홀딩스는 이우현 회장의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최대주주(7.87%)다. 이우현 회장의 지분도 이화영 회장과 비슷한 수준(7.17%)으로 이외에도 12인의 친인척이 OCI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동일인 지정 문제는 현재 진행형, 법인 중심 전환 의견도

쿠팡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해외 국적 자연인의 동일인 지정 문제는 법정으로 넘어갔다.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과정을 보면 공정위는 친족 경영 참여의 형식보다 실질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동일인 제도의 본래 취지라고 볼 수 있는 실질 지배자를 규정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쿠팡 측은 국내 계열사 미출자, 임원 미선임 등 법인 동일인 지정을 위한 형식적 요건 충족을 강조하고 있다. 최종 결론도 양측이 주장하는 실질과 형식 중 법원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공정위가 동일인 판단에서 형식보다 실질을 어디까지 볼 수 있느냐다. 법조계에서는 해외 국적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현행 방식이 변화한 기업 지배구조를 충분히 반영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동일인 제도의 규제 실효성을 감안하면 법인 중심 전환론 역시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동일인제도가 토착 재벌을 상정했다보니 변화한 최근 국내 기업 환경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법인 중심으로 지정 방식을 전환해보는 것도 고려할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