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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사외이사 열전

장수 비결은 회계 전문성…삼성바이오 이사회의 믿을맨

서울대 명예교수 이창우 로직스 사외이사, 20년 이상 회계 전문성 발휘

이돈섭 기자

2025-05-27 15:54:03

편집자주

흔히 '베테랑(Veteran)'은 어떤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 담으며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이른다. 기업 의사결정의 최상단에 위치한 이사회에도 다수의 기업을 경험한 베테랑 사외이사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회사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비교군이 생기고 노하우가 쌓이는만큼 THE CFO는 여러 이사회에서 각광 받아온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창우 사외이사(사진)는 30년 가까이 사외이사 커리어를 쌓아왔다. STX 이사회를 시작으로 KT&G, LG전자에 이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까지 그가 거쳐온 기업만 7곳에 다다른다. 회계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과 인연을 오래 맺으면서 다양한 이슈를 처리해 온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그의 노하우에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 최초로 중간 지주사 설립에 나섰다.

이 사외이사는 서울대에서 오랜기간 교수로 재직해온 인물이다. 1954년생으로 지난 1월 고희를 맞이한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석사,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2019년 퇴임할 때까지 한국회계학회 회장을 포함해 한국회계기준원 이사회 의장과 재단법인 서울대 발전기금 부이사장 등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직함으로 활동했다.

그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사외이사 활동이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2006년 STX 사외이사를 시작으로 KT&GLG전자, 캐롯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보험 등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기업의 이사회에서 20여년 간 활동했다.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로 발탁된 그는 지난 3월 재선임에 성공, 2028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사회에서 다뤄온 이슈들도 다양하다. 그가 STX 사외이사 재직(2006~2011년)했던 시기는 그룹이 조선과 에너지 분야의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리며 외형을 확대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조선업 업황이 전환되면서 사세가 기운 때 모두가 포함된다. 이 기간 그룹의 지주사인 STX의 이사회는 산하 계열사 투자의 건을 비롯해 유상증자와 해외법인 설립, 다양한 자산의 매각 건 등 다양한 안건들을 처리했다.

KT&G(2006~2011) 이사회 합류 직후는 회사가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아이칸 측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던 때다. KT&G는 아이칸 측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키도 했다. 당시 KT&G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던 이 사외이사는 해당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 아이칸 측이 추천한 외국인 사외이사(워렌 리크텐스타인)와 함께 일정 기간 KT&G 이사회 활동을 함께 꾸려나가기도 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회계기준원 이사회 의장을 맡아 일한 그는 2013년 LG전자 이사회에 합류, 2019년까지 활동했다. 이 시기는 그룹의 오너십이 전환기를 맞이한 때다. LG전자 이사회 활동을 마친 뒤에는 캐롯손해보험 초대 사외이사로 기용됐고 2021년에는 한화손해보험 이사회에 합류해 올 3월까지 활동했다. 비슷한 시기에 푸르덴셜생명보험 이사회에도 합류했지만, 1년여 남짓을 재직한 뒤 자진 사임했다.

푸르덴셜생명보험 이사회에서 나온 것은 사외이사 겸직을 최대 두 곳으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법을 감안,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 합류를 선택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 사외이사에 대해 '한국회계학회장 및 한국회계기준원 이사회 의장 경력의 회계·재무 전문가로 재무관리와 리스크 관리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CDMO 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해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해당 결정을 내린 이사회에는 이 사외이사를 포함한 사외이사 전원이 출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외이사가 거쳐 온 기업이 다양한 만큼 노하우가 각광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에 합류하고 감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 사외이사는 지난해 말까지 매년 이사회 참석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사외이사가 회계 전문가라는 점이 장기간 이사회 활동에 도움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감사위원회를 꾸린 상장 이사회에는 회계 전문가 사외이사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사내외 이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점도 장수 비결로 꼽힌다. 이사회 활동을 20년 간 이어 왔지만 대부분 기업에서 감사위원을 겸직했던 그가 이사회 논의 과정 중 공식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기록은 단 한 번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