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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이사회, 밀도가 강도다

김현정 기자

2025-06-12 07:44:49

최근 만난 사외이사는 30대 코스피 상장사인 A사에서 6년간 사외이사를 하다가 최근 동종업계 30대 코스피 상장사 B사의 사외이사가 된 인물이었다. 동일업종인 만큼 분위기가 비슷하지 않냐는 필자의 질문에 “전혀요”라는 대답이 날라왔다. 그는 “B사 첫 이사회 때 회의시간이 A사와 비교해 너무나 길어서 놀랐다”며 “소위원회도 자주 열리고, 한마디로 훨씬 빡세다”고 말했다.

이렇듯 같은 업종, 비슷한 규모 회사 간에도 이사회 문화 차이가 확실히 존재한다. B사 사외이사들은 A사 사외이사들에 비해 힘들겠지만 B사 입장에서 보면 같은 인물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우연일까. B사는 실적이나 주가,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항상 A사 우위에 있다.

형식적 이사회, 소위 ‘거수기 이사회’의 한계는 이미 수차례 지적돼왔다. 이와 맞물려 이사회가 얼마나 실질적이고 활발하게 기능하느냐가 기업 지배구조의 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식견과 경륜을 갖춘 사외이사라도 비활성화된 이사회 안에서는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4월 theBoard가 국내 주요 기업 사외이사 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베이에서 ‘귀하가 속한 이사회의 회의 시간은 평균 얼마입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9%가 ‘1시간 미만’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30분 이내’라는 응답도 6%나 차지했다.

반면 2~3시간 이상 충분히 논의하는 기업도 31%로 적지 않았다. 회사 규모 차이에 따라 이사회 운영 방식도 당연히 다르겠지만 30분 안에 회사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는지, 저 6% 사외이사들이 속한 회사에 묻고 싶다.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저서 ‘규칙 없음(No Rules Rules)’에서 ‘넷플릭스 이사회는 회의를 매우 진지하고 집중적으로 다룬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 이사회 멤버들은 사전 준비자료를 반드시 숙지한 후 참여해야 하며 정기 이사회 회의는 하루 전체를 할애한다고 한다. 통상 8시간 이상의 긴 시간을 들여 심층적인 논의를 펼치고 토론을 벌인다.

이사회는 맨파워가 중요하다 생각할지 모른다. 회사들도 연말마다 뛰어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 영입에 경쟁적으로 나선다. 하지만 이사회는 사람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운영방식을 바꿔야 제대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