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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금융사 이사회 평가

유일 비상장사 농협지주, 이사회 견제기능 개선 필요

[금융지주사]농협중앙회 지배, CEO 승계절차 미비…참여도·성실성 '높은 평가'

김현정 기자

2025-06-13 07:40:31

편집자주

좋은 이사회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통찰 있는 결의와 책임이다. 그러나 이사회 리더십은 종종 구조부터 취약하거나 요식적으로만 기능한다. 정책거버넌스 모델을 창안한 존 카버는 "통상 이사회란 유능한 개인들이 모인 그저 그런 집단"이라 평하기도 했다. 이사회 경영이 부상할수록 그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단 뜻인데, 금융사 이사회는 특히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는다. 고정된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와 시장 구조, 사회적 기대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이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 중일까. theBoard가 독자적 툴을 만들어 평가해봤다.
NH농협금융지주가 금융지주사 이사회 평가에서 최저점을 받았다.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한 비상장사로 특성상 공시의무가 약한 탓이다. 농협중앙회의 지배를 받고 있는 만큼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나 견제 기능이 미흡한 점도 주요 감점 요인이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총자산순이익률(ROA) 등 수익성 지표도 낮아 ‘경영성과’ 부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이사회 출석률과 개최 횟수, 사외이사 교육 실적 등 ‘참여도’ 지표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외이사 후보군 논의에도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이사들에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이사회 활동의 정량적 측면에서 성실함이 엿보였다.

◇220점 만점 140점…유일 비상장사, 농협중앙회 지배 '영향'

theBoard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5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3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연차보고서)와 2024년 사업보고서 및 2025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금융지주사들의 이사회 구성 및 활동을 평가했다. 평가대상 금융지주사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시중은행 계열 금융지주사들과 BNK·iM·JB금융지주 등 3대 지방금융지주들까지 망라했다.


농협금융은 220점 만점에 140점을 받았다. 대형 시중은행 계열 금융지주사와 지방금융지주사를 통틀어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였다. 타 금융지주사들과의 점수 차이도 상당했다.

농협금융은 비교대상 8곳의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한 비상장사다.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을 위해 세부사항까지 공시해야 하는 상장사와 대비해 우수한 이사회 체제를 위한 장치 마련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견제기능에서 큰 감점이 있었다. 평균 5점 만점에 2.5점을 받았다. 최고경영자 승계절차와 관련한이사회 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최고경영자 승계절차 개시 시기의 경우 CEO 임기만료 40일 이전으로 정해놓고 있어 2점이 부여됐다. 더불어 작년 3월 이사회에서 한 차례 최고경영자 승계 계획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절차를 수행해 2점이 부여됐다. 이 밖에 내부 이사회 규정 제20조 2항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사외이사만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이 있지만 실제 개최 여부는 공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하점인 1점이 부여됐다.


정보접근성 지표에서도 보통의 점수를 받았다. 평균 5점 만점에 3.4점이었다. 이사회와 개별 이사활동 내역을 홈페이지에는 공시하고 있지 않아 3점이 부여됐다. 이사회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집합적 정합성을 갖추도록 구성했지만 1년 뒤 평가 등 이사회 관리 감독이 부재해 3점이 주어졌다. 이 밖에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이 역시 3점이 부여됐다. 농협금융은 사외이사 후보 제안자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의 이름을 기재하고 있다.

무엇보다 농협금융 이사회 평가 점수를 가장 많이 깎아 먹은 지표는 경영성과였다. 농협금융은 비상장사인 만큼 총주주수익률(TSR) 항목은 채점에서 배제됐다. 다만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총자산순이익률(ROA)에서 모두 가장 낮은 1점을 받았다. 농협금융의 ROE와 ROA는 각각 0.45%, 7.98%로 금융지주사 하위 그룹(5~8위)에 속했다.


◇참여도 '높은 점수'…이사회 개최횟수·이사진 출석률·이사 교육 '성실'

다만 농협금융은 참여도 지표에서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총점 32점, 평균 5점 만점에서 4.6점으로 해당 지표에서 만큼은 금융지주 가운데 공동 3위에 해당하는 점수였다.

총 7개 항목에서 6개 항목이 만점인 5점을 받았다. 우선 2024년 이사회 개최횟수가 총 14회로 5점을 받았다. 사외이사 후보 풀 관리에도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 총 19회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 가운데 8번의 회의에서 사외이사 후보군 선정을 논의했다. 연간 5회 이상 개최하면 5점이 주어진다. 작년 감사위원회가 13차례 열려 해당 항목에서도 5점이 부여됐다.

또한 이사회 구성원들의 연간 출석률이 90%를 넘으면서 여기에서도 만점을 획득했다. 전임 이석준 회장이 12회 이사회와 14회 이사회에 불참해 출석률 86%를 보였고 나머지 이사진들은 모두 100% 출석률을 기록했다. 정기 이사회 일주일 전 이사진들에게 안건을 통지하는 만큼 여기서도 5점을 받았다. 농협금융은 작년 한 해 사외이사 교육을 11회 진행해 충분한 교육을 실시했다고 평가돼 만점이 주어졌다. 다만 감사위원회를 위한 별도 교육이 단 한 차례 있었던 만큼 여기서는 2점을 받았다.


평가개선프로세스 지표에서도 선방했다. 평균 5점 만점에 3.7점이었다. 사외이사 평가결과를 재선임에 반영해 5점이 주어졌다. 이사회 구성원으로 5년 내 감독기관 제재를 받은 적이 없고 사법 이슈에 연루된 사례가 없는 인물들을 기용한 만큼 여기서도 5점을 받았다. 이 밖에 한국ESG기준원에서 A등급을 받은 만큼 이사회의 공이 인정돼 5점이 부여됐다.

다만 이사회 평가 결과를 사업보고서나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지 않고 있어 최하점인 1점이 주어졌다. 또한 매년 초 전년도 이사회 구성․운영 실태를 평가하고 있지만 내부자인 이사들만이 평가 주체인 만큼 3점이 부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