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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금융사 이사회 평가

'안건 반대사유' 밝힌 금융사 3곳 불과…JB금융 두각

53개사 중 47곳은 반대사례 전무…JB금융·미래에셋생명·현대해상 예외

고진영 기자

2025-06-16 08:02:50

편집자주

좋은 이사회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통찰 있는 결의와 책임이다. 그러나 이사회 리더십은 종종 구조부터 취약하거나 요식적으로만 기능한다. 정책거버넌스 모델을 창안한 존 카버는 “통상 이사회란 유능한 개인들이 모인 그저 그런 집단”이라 평하기도 했다. 이사회 경영이 부상할수록 그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단 뜻인데, 금융사 이사회는 특히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는다. 고정된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새로운 리스크와 시장 구조, 사회적 기대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 역동적 과정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이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 중일까. 더벨 theBoard가 독자적 툴을 만들어 평가해봤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사회 안건은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이견 자체가 적을 뿐더러, 반대표가 있더라도 합의에 이를 때까지 설득이나 조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이 과정이 공개되지 않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선 신중한 논의가 이뤄졌는지 알기 어렵다.

금융회사들의 이사회운영 현황을 평가한 결과 지난해 사외이사들의 안건 반대 사례가 있었던 회사는 11%에 불과했다. 특히 JB금융지주미래에셋생명보험, 현대해상은 그 사유까지 밝힌 드문 케이스로 꼽혔다.

theBoard가 실시한 '2025 금융사 이사회 평가'에서 금융회사들이 득점에 가장 고전한 지표 중 하나는 정보접근성이다. 그중에서도 "이사회가 의안 반대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는가"를 묻는 항목이 발목을 잡았다. 보통은 지난해 의안에 반대한 사례 자체가 없어 제외(0점) 처리됐다.

채점에서 제외될 경우 평점엔 영향이 없지만 해당 항목에서 점수(최대 5점)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총점에선 불리해진다. 정보접근성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간 금융사가 드문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7개 문항으로 35점 만점인데, 30점 이상을 받은 회사가 JB금융지주 뿐이다.


실제로 평가대상인 금융지주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53개 회사 가운데 의안 반대사유 공개 여부에 관한 항목 점수가 0점에 머무른 곳은 47개(88.7%)에 달했다.

예외적으로 득점에 성공한 금융사는 한화투자증권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생명보험, 현대해상, JB금융지주 등 6곳(11.3%)이 있었다. 다만 한화투자증권, 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반대 사례가 있긴 해도 반대 사유는 밝히지 않아 1점에 그쳤다.


반대사례가 있고 그 사유까지 모두 밝힌 곳은 JB금융지주와 미래에셋생명과 현대해상 등 3개사(5.7%)다. 특히 JB금융지주 이사회는 의견 개진에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년 11번의 이사회를 열어 논의한 안건 중에서 2건은 수정가결, 2건은 보류했다.

수정가결된 안건으로는 지난해 지배구조내부규범 등 중요규정 개정안이 있었다. 이중 사외이사 정보제공 및 자문용역 제공 관련 사항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고 기업가치 제고안과 관련해서도 Contingency Plan(비상계획) 가운데 일부 문구를 바꿨다. 또 사외이사와 비상임이사, 이사회 운영실적의 평가기준 역시 추가 사례를 조사한 뒤 재논의하기로 결정해 보류하는 등 의견 조정이 비교적 활발히 이뤄졌다.

가결된 안건 역시 반대의견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지배구조내부규범 등 중요규정 개정’이 안건으로 올라왔는데 이명상 사외이사, 김기석 사외이사가 반대의견을 냈다. 이명상 이사는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했고 김기석 이사는 ”사외이사 정보제공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통상적인 기업은 개별 이사의 반대사례가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는 점에서 JB금융지주의 이사회 분위기는 두드러지는 측면이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요주주로 있는 지분구조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JB금융지주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지분 14.18%를 보유한 2대주주다. 2022년 5월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지분을 인수했다. 이밖에 OK저축은행 계열도 JB금융 지분 10.49%를 쥐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사외이사 후보 주주추천제도를 이용하는 등 JB금융 경영에도 적극 관여 중이다.

현재 JB금융은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주주추천을 통해 선임된 멤버가 총 3명 있다. 이명상 사외이사가 OK저축은행의 추천, 김기석 사외이사와 이희승 사외이사는 얼라인파트너스 추천으로 올라왔다.

이력을 보면 이명상 이사는 법무법인 지안의 대표변호사로 있고 김기석 이사는 크리우디 대표이사, 이희승 이사는 신일CM 투자부문 대표로 재직 중이다. 지배구조내부규범 개정에 반대표를 던진 이사가 이명상 이사와 김기석 이사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밖에 미래에셋생명보험은 작년 초 감사위원회에서 감사위원회직무규정 개정을 부결했다. 권한위임 체계와 관련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유로 위원 전원이 반대 의견를 개진했기 때문이다. 또 현대해상의 경우 이사회에서 ‘주요업무집행책임자 선임의 건’에 대해 김태진 사외이사가 ‘추후 정기 기구를 개편할 때 신규 선임을 검토하자’며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