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시멘트가 글로벌 시멘트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외국인 전문가를 사내이사로 영입했다. 프랑스 국적의 푸체코스 미쉘 전 단코테시멘트 대표이사는 앞으로 삼표시멘트에서 친환경 전략과 부동산 개발 신사업을 총괄할 주요 인사로 꼽힌다. 글로벌사업 경력이 풍부한 점, 주요 사업을 지휘할 점을 인정받아 부회장 직함도 함께 부여받았다.
다만 푸체코스 이사의 합류가 내부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이사회 구조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사내이사는 더 늘어난 반면 사외이사 비중은 더 낮아져서다. 대표이사가 의장까지 겸하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회장 직함과 함께 ‘부동산 개발+친환경’ 전면 배치
24일 삼표시멘트에 따르면 강원도 삼척시 본사에서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푸체코스 미쉘 전 단코테시멘트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들로부터 승인 받았다.
1957년생인 푸체코스 이사는 프랑스 명문 기술학교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하고 국립 환경기술학교에서 농업·수자원·산림 분야를 연구한 환경공학 전문가다.
글로벌 시멘트 기업 라파즈에서 아프리카 지역의 법인을 이끌었고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라파즈한라시멘트 대표이사로 한국 시장을 직접 경험했다. 이후에는 라파즈아프리카 CEO를 지내고 단코테시멘트 CEO를 역임했다. 단코테시멘트는 서아프리카 국가에 시멘트와 콘크리트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으로 나이지리아 산업재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푸체코스 이사가 삼표그룹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삼표산업을 통해서다. 올 3월 말 삼표산업 사내이사에 올랐는데 능력을 인정받아 삼표시멘트 이사회에도 입성하게 됐다. 삼표산업은 삼표시멘트 지분을 54.68%을 보유한 모회사로 레미콘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푸체코스 이사를 영입하는 데 정대현 부회장이 직접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푸체코스 이사는 세계적 시멘트회사에서 풍부한 사업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부동산 개발, 친환경 사업 등 신성장동력을 만들고자 푸체코스 이사를 영입했다”고 말했다.
푸체코스 이사는 서울 성수동 레미콘 공장부지 개발사업, 이른바 성수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성수동의 전체 면적 2만8106㎡ 토지에 업무·상업·문화·숙박·주거 등 다기능 복합 용도의 건물을 짓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 건축물은 2개 동, 최고 77층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밖에 푸체코스 이사는 삼표시멘트의 탄소중립 전략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표시멘트는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2026년을 대규모 투자의 원년으로 삼고 대기질 개선 사업 등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멘트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푸체코스 이사의 역할이 큰 만큼 삼표시멘트는 그에게 부회장 직함을 부여했다. 삼표그룹에서 부회장 직함을 보유한 인물은 푸체코스 이사를 포함해 정대현 부회장과 문종박 삼표산업 부회장 등 총 세 명이다.

◇사외이사 30% 불과, 의장도 CEO가 겸직…독립성 우려도
푸체코스 이사의 합류로 삼표시멘트의 이사회 인원은 총 10명으로 늘어났다. 임기 만료에 따른 이사 교체가 아닌 만큼 삼표시멘트는 이사회 인원을 추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삼표시멘트의 사내이사는 종전 6명에서 7명으로 증가했다.
사외이사는 총 3명이다. 나정균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외래교수, 오재봉 전 K
DB미래전략연구소 소장, 조종태 법무법인 대환 대표변호사 등이다. 각각 환경·재무전략·법률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
사외이사 비중이 30%에 그친다는 의미다. 더욱이 이사회 의장도 이원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삼표시멘트의 이사회 독립성과 내부 견제 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상장법인에 해당하지 않아 사외이사 과반 요건은 적용되지 않지만 거버넌스에 대한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