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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우리금융의 계열사 자율경영 '원칙'

원충희 서치앤리서치(SR)본부 부장

2025-07-24 07:43:08

금융지주사는 상장사를 인수할 경우 상장 폐지시켜 100% 자회사로 만드는 수순을 밟는다. 신한금융에 인수된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이, KB금융에 인수된 현대증권 등이 그랬다. 해당 기업의 밸류를 지주사로 모으고 주주총회 등 의사결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완전자회사 편입 외 금융지주사가 피인수사에 하는 일이 또 있다. 지주사 임직원을 그 회사 이사회에 겸직시킨다. 기타비상무이사 또는 비상임이사라 불리는 직책이다. 이를 통해 지주사는 피인수사에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피인수사는 지주에 직통할 수 있는 접점을 갖는다. PMI 과정에서 지주가 그립을 강하게 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타비상무이사의 직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계열사의 등급(?)도 갈린다. 아무래도 자산 및 수익규모가 큰 곳일수록 그룹 내 위상과 책임감이 크니 고위직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인수한 동양생명에는 부사장급을, ABL생명에는 본부장급을 기타비상무이사로 넣었다. 동양생명이 ABL생명보다 규모 및 시장 지위 등에서 앞서 있으니 당연한 인사 배정이다.

두 회사는 추후 상폐와 합병, 유상증자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성이 큰 만큼 지주사가 한동안 그립을 강하게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립을 강하게 잡는다는 것은 지주의 관여가 많아지며 경영 자율성이 낮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게 심해지면 지주사 조직이 비대해지고 계열사들이 지주에 얽매여 업권별 특성과 시장 구조를 감안한 경영 전략을 실행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와 달리 편입 1년여 만에 기타비상무이사를 파견하지 않은 곳도 있다. 우리금융캐피탈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을 인수한 것은 2020년 12월의 일이다. 이후 수순대로 2021년 8월 상폐를 통해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초기에는 이석태 당시 지주 부사장(현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을 비상무이사로 파견해 그립을 잡았지만 2022년 초 겸직을 해제, 이 부사장이 우리금융캐피탈 이사회에서 빠졌다. 지주사 설립 초기에는 전 계열사에 비상무이사를 뒀지만 현재는 신규 자회사 편입 또는 경영상 지주 차원의 의결권 행사와 지원이 필요한 곳만 선임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우리금융 품 안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금융캐피탈은 모회사를 잘못 만나 날개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회사에 가까웠다. 자체 신용등급은 싱글 A였지만 모회사가 BBB 등급인 탓에 A급 취급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조달 경쟁력에서 항상 은행계 캐피탈에 치였다.

다만 이제는 은행그룹의 후광 아래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은행계 캐피탈과 경쟁했던 저력이 제대로 발휘되자 지주에서도 굳이 손댈 필요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경영상 지주 차원의 의결권 행사와 지원'이 필요치 않은 계열사란 이런 의미다.

우리금융이 계열사에 경영 자율성을 부여하는 원칙은 명확하다. 자생력을 제대로 증명하라. 동양생명 등 새로 편입된 계열사들이 향후 운신의 폭을 넓히려면 유념해야 할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