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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여의도의 온도차

허인혜 기자

2025-08-06 07:48:41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로 가는 길은 온도차가 뚜렷하다. 택시를 타면 숨이 트이다가도 야외에서는 찜통 속 만두가 된 기분이다. 국회 건물로 들어서면 그나마 낫지만 공공기관 특유의 묘하게 후텁지근한 공기가 감돈다.

한 달 새 두 번 여의도를 찾았다. 소속이 다른 두 국회의원을 인터뷰하기 위해서다. 공통 주제는 뜨거운 감자인 상법 개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의원을 각각 만났다. 인터뷰 전 예상은 단순했다. 여당과 제1야당인 만큼 당론에 따라 입장이 선명하게 갈릴 것이라 생각했다.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구도는 늘 비슷하다. 재계와 정치권, 여야의 시각이 엇갈린다. 기업이 많은 동여의도 내에서도 셀사이드냐 바이사이드냐에 따라 주장이 또 달랐다. 평행선을 달리는 듯한 주장만 부각돼 들리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개정안의 의안들은 의견이 명징하게 갈릴 만한 의제다. 투자자 보호에 집중하면 재계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고, 반대로 경제계의 말만 듣자니 투자자 보호와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첫 목표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의원들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 1차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이들의 온도계가 꼭 영상과 영하를 가리키지는 않았다. 당론보다 투자자 보호와 밸류업, 경영계의 우려를 찬찬히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의원실마다, 내놓은 법안마다 고심 끝 미세한 온도차가 느껴졌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상법 개정안 관련 질의의 구도가 경영계와 투자자들의 입장이 늘 엇갈린다는 전제 하에 짜였다"고 짚었다. 그 둘은 밸류업이라는 공통 목표를 보고 나아가는 공동체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사의 독립성이나 투자자 보호 등의 당위성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김현정 더민주 의원은 "오래 추진한 개정안인 만큼 시장과 기업의 의견도 충분히 숙성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좁아졌던 간극은 2차 상법 개정안으로 다시 벌어지고 있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은 양당의 입장차가 가장 큰 논제들이다.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여파도 우리 기업들에게는 외풍이다. 일교차가 크면 감기가 오기 십상이다. 우리 경제계도 감기 걸리기에 딱 좋은 온도차 사이에 있는 게 아닐까.

1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지 한달이 지났다. 1차 개정에 따른 시장의 변화를 우선 살펴보고 2차 개정안을 논의하자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글로벌 경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계에도 잠시 온도에 적응할 시간은 줘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