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기업 이사회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다. 이들은 정책 전문성과 공직사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기업 이사회 기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기대받곤 한다. 관료 출신 인사들은 어떤 기업으로 향하고 있을까. 데이터 분석 결과 이들은 주로 상장사 이사회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청 검사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금융감독원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행 등이 사외이사를 많이 배출하고 있었다.
theBoard는 퇴직 공무원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신청 결과를 분석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직윤리시스템 홈페이지에 매월 공시하고 있는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데이터가 업데이트되기 시작한 2019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6년 5개월 간 심사 신청자 428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공직윤리시스템 홈페이지에는 2019년 2월부터 매월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결과 자료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상 재산등록의무자는 퇴직하고 3년 간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하려는 경우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업무 관련성은 있지만 취업을 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승인 여부를 신청할 수도 있다. 현행법 상 재산등록의무자는 정무직 공무원을 비롯해 4급 이상 공무원, 법관과 검사 등 특정 분야 공무원 등이다. 해당 공무원 출신 인사는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이 가진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퇴직 공무원들은 주로 상장사로 향했다. 최근 6년여 간 공직자 출신이 향한 기업 중 상장사는 248곳(57.9%). 비상장사 180곳(42.1%)보다 68곳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코스피가 148곳, 코스닥이 97곳, 코넥스가 3곳이었다. 조사 기간 여러 명의 퇴직 공무원이 특정 상장사 사외이사 취직 신청을 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사외이사 경험이 없는 퇴직 공무원들이 연이어 특정 기업 이사회에 기용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비상장사의 경우 금융사 비중이 높았다. 비상장사 180곳 중 금융사가 3분의 1(63곳, 35.0%)을 차지했다. 은행과 저축은행, 자산운용, 증권, 보험, 캐피탈 등 금융사의 경우 상장 여부와 관계 없이 사외이사를 기용해야 한다. 지주사 산하의 비상장 금융사들이 관료 출신 인사의 사외이사 커리어 통로 역할을 하는 듯한 모양새다. 정부 규제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관료 출신 인사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부 조직 중에서는 검찰청 출신 인사의 사외이사 취직 신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검찰청 출신으로 사외이사 취직 신청을 한 인사는 94명으로 전체의 22.0%를 차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검찰청 출신 인사들 역시 상장사로 많이 향했다. 코스피 상장사는 36명(38.3%), 코스닥 상장사는 25명(26.6%) 순이었다. 비상장사에 사외이사 취업 신청을 한 전직 검찰청 근무 인사는 33명으로 35.1%를 차지했다.
국세청은 32명으로 7.5%를 차지했고 금감원이 25명으로 5.8%를 기록했다. 법무부 22명(5.1%), 산업통상자원부 13명(3.0%), 한국은행 12명(2.8%)으로 뒤를 이었다. 대통령비서실과 기획재정부 출신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금감원과 한국은행 출신 인사 중 상당수는 금융사 이사회로 진입, 자기 전문성을 비교적 잘 살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았지만 지자체 인사들이 이사회에 진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중 대통령비서실 출신 인원들은 2022년 전후로 사외이사 취직 신청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사 기간 대통령비서실 출신 인사는 모두 10명으로 집계됐는데 2022년 전에는 거의 없다가 그 이후 현재까지 8명을 기록하고 있다. 사외이사 취직 신청이 2023년 급증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23년 88명의 인사가 신청을 했는데 검찰청과 금감원, 국세청 등을 중심으로 1년 전(46명)과 비교해 두 배 정도 증가한 수치였다.
사외이사 취직 신청은 상장사 주총이 집중 개최되는 3월 전후로 쏠리는 경향성을 연출했다. 사외이사 취직 신청은 주총 5~6개월 전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고 한 달여 전 몰리는 경우도 있었다. 사외이사 취직 신청이 모두 통과되는 것은 아니었다. 신청이 불승인되거나 제한되는 경우도 5건으로 나타났다. 공직자 출신 인사가 취업 심사를 신청하는 경우 공직자윤리위에서 업무관련성 여부를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