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관기관 중에서는 한국은행 출신 인사들의 이사회 진출이 눈에 띄게 많았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그 전문성을 인정 받아 사외이사 커리어를 시작했다. 전직 금통위 위원 중에는 두 곳 이상의 상장사 이사회에서 러브콜을 받은 이도 많았다. 금통위 위원의 백그라운드는 전직 관료와 대학교수, 업계 전문가 등 다양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다수의 전직 임원을 사외이사로 배출한 점이 눈에 띄었다.
theBoard가 최근 6년 5개월 간 공직자윤리위가 공개해 온 퇴직 공무원 사외이사 취업심사 신청 건수 428건 내용을 분석한 결과 각종 공공기업과 협회 등 정부 유관기관 출신 인사 신청 건수는 87건(20.3%)으로 집계됐다. 유관기관 출신 인사 신청 건수 중 한국은행 비중이 13.8%(1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주택금융공사(4건) 등이 의미있는 수치로 집계됐다. 대부분 기관은 조사 기간 1~2명의 사외이사를 배출했다.
공직자윤리위 퇴직 공무원 취업심사 신청 결과 데이터는 신청인의 가장 마지막 소속만을 공개하고 있다. 신청 직전 정부 유관기관에 소속됐다고 하더라도 커리어 전체를 보면 특정 부처 공무원이었던 경우가 많다. 특정 협회에서 퇴직한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취업심사를 신청한 이가 알고보면 특정 정부부처 공무원으로 오래 일해왔던 식이다. 취업심사 신청 직전 소속이 커리어 전체를 완전히 설명해주진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출신 신청 건수 12건을 자세히 뜯어보면 금통위원 출신이 많았다. 같은 인물이 두 건의 심사를 신청한 경우도 있어 취업심사 신청자는 1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4명이 한국은행 금통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금통위는 한국은행 통
화신용정책 주요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정책 결정기구다. 위원장은 한국은행 총재가 겸임하며 금통위는 총재와 부총재 포함 도합 7명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금통위원 임기는 4년이다.
금통위 위원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통위 위원 커리어 배경은 관료와 교수, 업계 전문가 등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금통위 위원은 한국은행 고위 임원급으로 대부분 커리어 전반적으로 전문성이 증명되어 있다"면서 "금융정책 전문가 일원으로 이사회 영입 순위가 높은 대표적 전직 관료"라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기업 이사회에 진입하는 이로는 서영경 전 금통위원이 꼽힌다. 한국은행 부총재보와 대한상공회의소 SGI원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연세대 객원교수로 재직 중인 서 전 위원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금통위 위원으로 활동, 지난해 4월 한국은행을 떠난 뒤 올해 3월
롯데지주와 삼성카드 등 두 코스피 상장사 이사회에 합류했다.
롯데지주 측은 '경제·금융·기업 경영
에 폭넓은 시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2022년 5월 금통위원 임기를
마친 금융투자업계 출신 임지원 전 위원은 지난해 3월
에스원과
효성화학 등 두 코스피 상장사 사외이사로 기용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나이스정보통신 신인석 사외이
사는 2022년 사외이사 커리어를 시작했고 인터파크홀딩스(현 그래디언트)
의 함준호 사외이사
는 2020년 이사회에 합류한 바 있다. 한국은행 총재로 금통위 당연직 위원으로 활동한 이주열 전 총재는 올 3월
CJ 이사회에
진입했다.
공직자윤리위 취엄심사 신청으로 파악한 이 외에도 현재 기업 이사회에는 다수의 전직 금통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에스오일의 고승범 사외이사와 LX홀딩스의 정순원 사외이사, 최도성 전
금호석유화학 사외이사 등이 꼽힌다. 이 밖에
아시아나항공,
삼천리,
SK가스,
신한은행 등도 전직 금통위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금융 전문가'로서 금통위원 출신 사외이사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전직 사장을 포함해 임원 여러명이 사외이사 취업 시도를 한 점이 눈에 띈다. 이정환 사장은 2023년 세종텔레콤에서 사외이사 커리어를 시작했고 금융감독원 부위원장보와 공사 유동화본부장으로 재직한 설인배 전 본부장은
HJ중공업 사외이사로 기용됐다. 공사 리스크관리부장으로 일했던 조점호 전 부장은
경남은행에 합류했다. 단일 공사가 2명이 넘는 이사를 배출한 건 주택금융공사가 유일했다.
이 밖에 한국조폐공사 사장을 역임한 기획
재정부 공무원 출신 김화동 전 사장은 동부제철(현
KG스틸)과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 등에서 사외이사 커리어를 시작했다. 김 사외이사는 KG그룹이 동부제철을 인수해
KG스틸로 재출범시키는 과정에서 이사회 활동을 시작했고 에이플러스에셋에는 비상장사였을 때 사외이사로 기용돼 유가증권시장 상장 과정에 참여했다. 이사회 변화 과정에서 이사회 커리어를 시작한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을 거쳐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지낸 이관섭
SKC와
이마트 이사회에 합류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해외건설협회장을 역임한 이건기 전 회장은 한국자산신탁과
신세계건설에서 사외이사로 데뷔했다. 정부 유관기관을 거친 이는 자기 전문성을 살려 기업에 진출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시장에서는 "공직 사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경영 경험도 갖추고 있는 점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