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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이사회 평가

'경영성과 우수' 산일전기, 이사회 운영 여전히 '과제'

[총평] 255점 만점에 126점, 이사회 독립성·공시 부족 '발목'

유나겸 기자

2025-10-01 07:30:37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Board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산일전기 이사회 분석 결과 경영성과 측면에선 우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거버넌스에선 약한 모습을 보였다. 경영성과가 우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변압기 중심의 본업 호조로 재무성과가 탁월했던 결과다. 다만 이사회 의장 독립성, 위원회 운영, 감사 체계 등 핵심 거버넌스 장치는 여전히 미흡했다.

◇변압기 호황 덕, 주가·실적 동반 상승

theBoard는 자체평가 툴을 제작해 '2025년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지배구조보고서와 2024년 사업보고서, 2025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산일전기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26점으로 산출됐다.

산일전기는 변압기와 리액터 제조·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전력기기 전문기업이다. 전력망, 신재생에너지, 산업용 변압기 시장을 주요 전방산업으로 두고 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 수출에서 거두고 있다.

평가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경영성과'였다. 평균 4.6점, 총점 41점으로 6개 부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 등 주요 지표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둔 것이 주효했다.

실제 산일전기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3340억원으로 전년(2145억원) 대비 56% 성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1092억원으로 전년(466억원) 대비 134% 증가했다.

이 같은 호실적을 기반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도 모두 만점인 5점을 받았다.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 성장률 역시 만점을 기록하며 전력기기 호황기를 제대로 타고 올라선 셈이다.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안해…최하점 받은 항목 '다수'

다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개선 과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견제기능' 부문이 평균 1.9점에 그치며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6개 항목 중 가장 낮은 평균 점수를 기록했다.

경영진이 배제된 사외이사 전용 회의 개최 횟수를 공시하지 않아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 마련 여부 또한 공시하지 않아 1점을 기록했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산일전기의 자산총액은 4927억원으로 공시 의무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기업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자율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산일전기는 이와 달리 공시와 관련해 줄곧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실제로 2025년 반기보고서 역시 법정 마감일인 8월 14일을 넘겨 11일 뒤인 25일에서야 공시가 이뤄졌다.

'평가개선 프로세스' 부문도 부진했다. 이사회가 자체 활동 평가를 수행하는지 여부를 공개하지 않아 1점을 받았다. 평가 결과를 주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보고서나 홈페이지에 공시하지 않은 점도 감점 요인이 됐다. 사외이사 개별 평가 수행 여부 역시 공시되지 않았다.

'구성' 부문 역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사회 의장을 오너인 박동석 대표가 맡고 있어 최하점인 1점을 기록했다. 이사회 규모는 5명으로 효과적인 토론과 활동에 적정한 범위를 다소 벗어나 2점을 받았다.

또한 이사회 역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BSM(Board Skills Matrix)을 도입하지 않아 최하점을 기록했다. 성별 역시 모두 남성, 국적도 단일 국적으로만 구성돼 2점에 그쳤다.

결국 산일전기는 전력기기 호황에 힘입은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경영성과' 항목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이사회 운영과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