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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이사회 평가

흥아해운 저평가 국면 지속, 경영성과 '발목'

[총평]255점 만점에 97점…선진화 노력 시행착오

권순철 기자

2025-10-02 11:36:31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Board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2021년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흥아해운의 이사회 선진화 노력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자산 규모가 4000억원 안팎에 그치고 있지만 이사회 내에 내부투명경영위원회 및 ESG위원회를 설치하면서 합리적 이사회 운영에 무게를 실었던 기업이다.

그러나 이사회 구성과 견제 기능 등 세부적인 운영에서는 다소 미흡한 측면들이 포착돼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획득했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돋보였지만 주가 저평가 국면이 계속되자 경영성과 평점의 낙폭도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저평가 속 경영성과 '흔들'…해운 운임 감소 추세

theBoard는 자체평가 툴을 제작해 '2025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4년 사업보고서, 2025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흥아해운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97점으로 산출됐다.

2024 이사회 평가 당시 총점 110점을 획득한 것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다. 개별 평가 항목에서 전년과 비슷한 점수를 획득했지만 평점은 1~2점대에 그쳤다. 구체적으로는 △구성(2.0→1.9) △참여도(1.9→2.1) △견제기능(1.7→1.2) △정보접근성(2.0→2.3) △평가개선 프로세스(2.0→2.0) △경영성과(3.3→2.2)로 변화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흥아해운 이사회 점수를 떠받치고 있던 경영성과 점수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theBoard에 따르면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등 수익 지표에서의 부진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난해 연결 기준 흥아해운이 거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880억, 275억원으로 전년(1648억, 246억) 대비 개선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재무 부담이 누적되는 가운데 주가 저평가 탓에 경영성과 점수도 하락한 것으로 관측된다. theBoard는 경영성과를 판단하는 투자 지표로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수익률,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를 참고하고 있다. 2024 이사회 평가에서는 배당수익률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서 최고점(5점)을 받았던 반면, 이번에는 최하점(1점)에 그쳤다.

흥아해운뿐만 아니라 해운업계 전반적으로 운임료 감소 추세를 맞닥뜨리며 저평가 국면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흥아해운도 운임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케미컬 탱커 선박들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운송 운임은 지난해 연간 1미터톤(MT) 당 53달러에서 상반기 들어 45달러로 떨어졌다.


◇사내이사 중심 이사회 구조…감사위원회 부재 '과제'

경영성과 외의 평가 항목에서는 2024 이사회 평가 때와 비슷한 점수가 책정된 모습이다. 이번에도 '견제기능'에 가장 낮은 평점이 매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나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이 따로 마련되지 않은 것과 더불어 감사위원회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경영진을 견제할 장치가 충분치 않다고 여겨졌다.

이사회 구성에서도 뚜렷한 개선이 관측되지 않았다. 흥아해운은 이환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가운데 사내이사(3명)가 사외이사(2명)보다 많다. 해양수산부 서기관 출신인 이장훈 이사와 해군사관학교장을 지낸 최윤희 이사가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지만 경영과 회계에 있어서 전문성을 입증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목됐다.

참여도와 정보접근성 점수는 소폭 올랐지만 평점 2점대 초반에 그쳤다. 흥아해운 이사회는 지난해 연간 11회 열리는 등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고 있으며 구성원들의 참여율도 90%를 웃돌고 있다. 다만 감사위원회가 부재한 탓에 감사위 회의 횟수를 평가하는 문항에서 최하점(1점)을 받았고 사외이사들에 대한 교육도 실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흥아해운은 자산 총액이 5000억원을 밑돌고 있어 당장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할 의무는 없다. 다만 2026년부터는 공시 의무 대상이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법인 전체로 확대된다. 2021년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뒤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사회 선진화 노력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