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원충희입니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지배구조 없이는, 어떤 기업도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제임스 울펀슨 전 세계은행 총재가 이렇게 말했죠.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의 현실은 어떨까요?
더벨스뷰, 오늘은 BTS의 소속사이자 K팝 산업에서 멀티 레이블 체제를 가장 고도화한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를 살펴보려 합니다. SR본부의 이지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SR본부 이지혜입니다.
국내 엔터사의 지배구조는 하이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이브를 필두로 K팝 엔터사의 제작 시스템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인데요. 대표적 사례가 멀티 레이블 체제 이전까지만 해도 음악과 콘셉트를 각 엔터사의 대표 프로듀서가 총괄하는 시스템이었잖아요. 아티스트 데뷔와 컴백 속도가 무척 느린 편이었고 심지어 YG엔터 같은 경우에는 양현석의 보석함이라는 얘기도 있었죠.
문제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음악 기획 및 디렉팅, 프로젝트 관리하는 A&R(Artist & Repertoire)이 엔터테인먼트의 핵심인데요. 이게 본사에만 있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벌어졌거든요.
맞습니다 유명 프로듀서가 아티스트의 앞머리 하나까지 챙겼다는 말은 유명하죠. 그렇지만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1인 프로듀서 중심 체제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멀티 레이블을 지배구조적으로 말한다면 본사, 즉 하이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산하 엔터 자회사들, 일명 레이블들이 각자의 A&R 기능을 통해 아티스트 육성과 음반 기획, 디렉팅을 하는 구조거든요.
네 쉽게 말해 힙합, 팝 등 개성이 뚜렷한 레이블이 한 그룹 안에 공존하는 구조인데요.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팬덤을 넓히는 강점이 있습니다. 국내 게임업계로 치면 여러 스튜디오가 각자 게임을 개발하고 본사는 자원과 플랫폼을 지원하는 넥슨이나 넷마블의 멀티 스튜디오 체제와 비슷합니다.
하이브의 멀티 체이블 체제의 시작을 알린 건 쏘스뮤직 인수였죠. 2019년이었던 걸로 아는데 지분 80%를 128억원에 취득했거든요. 아이돌 ‘여자친구’의 성공 사례를 보고 걸그룹 육성 거점으로 삼은 건데요, 현재 쏘스뮤직 대표 아티스트 IP로는 르세라핌이 있습니다. 이듬해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지분 85%를 2000억원에 사들였죠.
덕분에 세븐틴이라는 강력한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면서 BTS 매출 의존도를 97%에서 80%대로 줄이는 데 성과를 봤습니다. 특히 2021년은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전환점이 된 해로 꼽히거든요. 이 시기에 레이블 사업부를 분할해서 빅히트뮤직을 세우거든요.
여기가 사실상 모태나 다름없는 곳인데 이곳에 BTS라는 가장 강력한 IP를 넘겼고요. 이런 식으로 레이블 체제를 재편했죠. 맞습니다. 이전까지는 하이브가 BTS IP를 직접 보유하고 다른 엔터사를 인수해 아티스트 IP를 다각화하는 성격이 강했다면, 이때부터 모회사 하이브가 큰 그림을 그리고 음악 레이블은 자체적으로 창작활동과 아티스트 배출에 주력하는 구조로 바뀐 겁니다.
이렇게 해서 2025년 상반기 기준 하이브가 거느린 국내 레이블만 6곳이 됐죠. 멀티 레이블의 장점은 현지 음악 색깔을 흡수하고 팬덤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이브라는 울타리에 개성 강한 레이블이 들어오면서 하이브의 콘텐츠 생태계는 확장되고 레이블은 풍부한 자본으로 창작활동을 진행해 선순환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죠.
그렇다면 이 체제의 단점은 아무래도 개성 강한 식구들이 한 지붕을 같이 쓰다 보니까.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데요, 대표적인 게 어도어 사태잖아요. 특히 어도어는 하이브가 지분 80%로 갖고있는 압도적인 주주인데도 불구하고 상황 통제를 못 했거든요.
네 당시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의 과반 이상을 들고 있었지만 이사회를 장악하지 않은 탓에 파장이 커졌죠. 아무래도 창작업무니까 레이블의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는 있지만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이런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레이블 사이에서도 잘 나가고 못 나가고 혹은 신규 레이블이나 고참 레이블 이런 게 있잖아요. 아무래도 뒤처지는 레이블은 잘 나가는 레이블을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이러면 서로 비슷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뉴진스와 아일릿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 같은데요. 이런 점도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면 벌어질 수 있는 문제죠.
그래서 하이브 측은 ‘창작과 경영을 분리한다’는 원칙 아래 아티스트 발굴과 음악 제작만 레이블에 맡기고 경영은 하이브 인사가 관여하고 있습니다. 또 공연이나 음원 유통, 팬덤 플랫폼 같은 수익사업은 하이브가 직접 챙깁니다. 창작의 자유는 보장하되 돈 되는 사업은 하이브가 쥐면서 통제권을 잡은 겁니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전략, 국내에만 국한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반기보고서에 공시된 음악 레이블 가운데 해외비중이 훨씬 큽니다. 일본 2곳, 중국 1곳, 미국 5곳,멕시코 1곳 등 총 9곳이 되거든요. 국내사업과 마찬가지로 하이브는 적극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펼쳤습니다.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하는 데에만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썼죠. 이후에도 QC미디어홀딩스 인수에 2700억원, 엑자일뮤직과 엑자일팟캐스트 인수에도 300억원 등을 투입했습니다. 이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현지법인도 적극 세웠죠. 앞서 말한 단점들이 있는데도 하이브가 왜 이렇게 멀티 레이블 체제를 강화한 건가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멀티홈, 멀티장르’ 전략입니다. 단순히 한국 음악을 수출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글로벌 주류 음악시장에서 현지 기업과 같은 로컬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이브가 그동안 해외 레이블을 인수한 게 기반이 됐죠.
하이브라는 사명이 벌집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와 철자가 다르지만 발음이 같다는 거 아세요? 그런가요?
수많은 방들이 모여 하나의 벌집을 이루듯 각기 다른 레이블과 아티스트가 모여서 하이브라는 거대한 음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취지로 붙여진 명칭이라고 해요. 하이브가 멀티홈 전략으로 이 생태계를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 우리가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죠. 이 기자 오늘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