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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낙하산 리포트

오너지분 70% 대성그룹, 왜 황금낙하산 폈을까

⑤옥상옥 구조에 압도적 지배력에도 방어책 마련…승계 안정·비용절감 효과 기대

허인혜 기자

2026-04-16 15:37:42

편집자주

황금낙하산은 기업인수나 합병으로 이사 등 경영진이 퇴임할 때 지급하는 거액의 보상을 말한다. 외부 투자자가 보상 부담 때문에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거나 협상을 보다 유리하게 조율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한다. 독소조항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와 경영권 분쟁 국면에선 일부 기업이 끝내 포기하지 않는 장치다. theBoard는 상장사들의 황금낙하산 제도 도입 및 폐지 현황을 케이스별로 진단해본다.
옛 대구도시가스를 뿌리로 둔 대성홀딩스와 대성에너지는 코스피 상장사로서는 드물게 황금낙하산 조항을 유지하고 있다. 계열사인 코스닥 기업 대성창업투자도 마찬가지다.

도입 시기와 지분구조를 봐도 독특하다. 거버넌스 선진화 부담으로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 조항을 삭제하던 2023년 해당 규정을 신설했다. 대성홀딩스와 대성에너지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72%를 넘는다.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도 강력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신설했다는 의미다.

오너 3세인 김의한 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된 시점과 맞물려 일어난 변화다. 황금낙하산의 목적인 지배력 안정과 동시에 승계 비용 절감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삭제 추세 속 신설…적대적 M&A시 퇴직금 20배 지급 명시

대성홀딩스와 대성에너지, 대성창업투자는 2023년 정관에 황금낙하산 조항을 신설했다. 코스피 상장기업은 물론 이전상장을 준비하던 코스닥 기업들도 황금낙하산과 초다수결의제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삭제하는 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하던 때다.

황금낙하산 조항을 떼어보면 대성홀딩스는 '사외이사를 제외한 사내이사가 임기중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인하여 해임될 경우 제2항의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의한 퇴직금 외에 퇴직보상금으로 퇴직금의 이십배를 14일 이내에 지급한다'라고 규정했다. 대성에너지, 대성창투도 마찬가지다.

출처=대성홀딩스 정관(2026.03)

초다수결의제도 같은 시기에 도입했다. 적대적 인수 합병으로 인하여 기존 이사의 해임을 결의하는 경우와 적대적 인수 합병으로 인하여 신규 이사 및 감사위원의 선임을 결의하는 경우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으로 하되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2이상의 수가 결집돼야 한다. 특별결의보다도 강력한 장치다.

대성그룹은 에너지사업을 기반으로 둔 대성산업에서 출발했다. 김수근 창업주 별세 후 3남이 대성그룹을 나누어 경영 중인데 이중 옛 대구도시가스 계열이 대성홀딩스와 대성에너지, 대성창투의 모태다. 김영훈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오너 3세인 김의한 사장이 2024년부터 대성홀딩스와 대성창투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특수관계인 지분 72% 상회…알앤알 중심의 옥상옥 지배 체제

주목할 만한 점은 지분구조다. 대성홀딩스나 대성에너지나 특수관계인 지분이 72%를 넘는다. 대성홀딩스가 72.74%, 대성에너지가 72.73%다. 양사 모두 유통물량 자체가 26~27% 수준이므로 외부에서의 경영권 공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대성창투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51.74%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쪼개보면 지난해 말 기준 대성홀딩스는 김영훈 회장이 39.90%, 알앤알은 32.84%를 보유하고 있다. 대성에너지는 대성홀딩스의 지분이 71.27%, 알앤알이 1.46%다. 대성창투는 대성홀딩스가 48.64%, 김영훈 회장이 3.10%를 갖고 있다.

지주사 대성홀딩스 위에는 알앤알이 있다. 알앤알은 오너일가의 회사다. 이달 공시된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김영훈 회장이 59%, 김의한 사장이 40.93%, 김영주 전 대성그룹 부회장이 0.07%를 보유 중이다. 김영주 전 부회장은 김영훈 회장의 누나다.

대주주의 지배력이 공고한 만큼 정관변경의 안도 쉽게 관철됐다. 정관변경은 특별결의안으로 출석주주 3분의 2와 발행주식 3분의 1 이상의 의결이 필요한데 오너일가의 지분만으로도 수월하다.
그래픽=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역사적 고점기 도입한 황금낙하산, 승계전략 고려했나

대성홀딩스가 황금낙하산 조항을 추가한 2023년 3월은 주가가 가파르게 우상향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2022년 3월만 해도 5만원대에서 거래되던 대성홀딩스는 이듬해인 2023년 3월 29일 13만8000원의 종가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으로 주가는 역사적 고점이었다.

황금낙하산과 초다수결의제 조항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거나 결의가 되면 통상 주가는 하락한다. 한국재무관리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 등 연구기관에서도 경영권 방어 방치 신설이 주가 하락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봤다.

목적이 경영권 방어로 명확해 현 대주주에게 유리한 조항인 만큼 거버넌스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국내 기업들의 황금낙하산 조항은 매출이나 수익에 버금가는 수준의 거액을 2주 이내의 매우 짧은 기한 안에 지급하도록 하므로 기업가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다.

앞서 분석하듯 특수관계인 지분이 72.74%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황금낙하산과 이사 교체 방어장치를 도입한 것은 주가 부양보다는 지배력 안정과 승계 비용에 무게를 둔 선택으로 해석된다. 대성홀딩스와 대성에너지가 낙점한 구조를 시장에서는 할인요소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은 물론 비상장사인 알앤알을 통해 지주사 대성홀딩스를 지배하고 있다. 승계와 지배력만 보면 상장사인 대성홀딩스나 대성에너지의 주가가 높을 필요가 없는 구조다. 오히려 낮아야 알앤알이 지분을 흡수하거나 증여할 때 유리하다.

2023년 3월 이후의 주가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으나 대성홀딩스의 경우 주가 추이로 영향을 판별하기 어렵다. 주총 직후인 4월 외국계 증권사 SG증권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주가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2023년 4월 21일 종가는 13만100원이었는데 다음 거래일인 24일부터 4거래일간 주가가 매일 29.9%씩 하락했다. 이후에도 하락을 거듭하면서 현재 주가는 8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성그룹의 경영권 수호 의지를 드러내는 도구로도 볼 수 있다. 2001년 창업주 타계 후 2세인 형제간 경영권 분쟁 등을 겪은 바 있다. 대성홀딩스와 서울도시가스 사이 남은 교차지분을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소요됐다. 과거 대성가 분화 과정에서 겪은 긴장을 아예 봉쇄하는 장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