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안건 대부분은 조용히 통과된다. 9할 이상의 압도적 찬성표가 쏟아지는 게 대부분이다. 2026년 정기주총에선 다른 모습이 보인다. 이사 보수 한도, 사외이사 개별 선임, 자기주식 처분 계획 등 과거엔 형식적이었던 안건들이 팽팽한 표 대결로 번지거나 부결로 끝났다. 상법 개정이 진행되고 집중투표제·자기주식·이사 독립성 등 지배구조 쟁점이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더벨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기관투자자와 주요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토대로 주주총회 의결권이 갖는 의미를 진단해본다.
국민연금이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 시프트업과 SK바이오팜의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과소배당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상장 이후 한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시프트업은 금융상품 투자 및 계열지원에 공을 들였다.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단행했다. SK바이오팜은 차입금 상환에 주력했다. 2023년까지 이어졌던 적자로 쌓인 결손금을 털어내면서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국민연금의 2026년 정기 주주총회 의결권행사내역을 살펴본 결과 시프트업, SK바이오팜에 대해 과소배당을 사유로 재무제표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상장 이후 한번도 배당에 나선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과소배당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은 단순히 배당 유무에 그치지 않는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성향, 잉여현금흐름 규모, 동종 업계 평균 배당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기업이 이익 대비 충분한 환원을 하고 있는지를 따진다.
시프트업은 배당여력 자체는 충분해 보이지만 본업경쟁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별도기준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영업활동에서는 1569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1004억원, 2024년 1141억원 등 꾸준히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와 니케 등 개발한 게임의 흥행이 실제 현금 창출로 이어진 결과다.
투자활동에서는 2830억원이 빠져나갔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 용도에서 집중적으로 투자가 일워졌다. 가장 큰 현금이 쓰인 계정은 상각후원가측정금융자산 취득으로 2432억원이 유출됐다. 해당 계정에는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 만기보유 목적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시프트업은 현금을 금융자산 형태로 전환해 묶어둔 셈이다.
상각후원가측정금융자산 취득에 쓰인 현금은 2023년 0원, 2024년 1017억원으로 늘어나는 모양새다. 상각후원가측정금융자산 처분으로 유입된 현금은 2025년 1532억원이다. 종합하면 2025년 만기보유목적 금융상품 취득을 위해 유출된 현금이 처분으로 유입된 것보다 900억원 더 많다.
이 밖에도 시프트업은 지난해 관계기업 지분 취득에 786억원, 종속기업 지분 취득에 865억원을 투입했다. 장기보유목적 금융자산을 새로 취득하는데에도 305억원이 쓰였다.
재무활동에서는 516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500억원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데 쓰였다. 주주 환원 수단으로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3월31일에는 101억원 규모의 자사주 33만주를 소각하기도 했다.
그 결과 현금성자산은 2022년 124억원, 2023년 1161억원, 2024년 2893억원으로 늘어나다가 2025년 1099억원으로 1년 만에 62.0% 감소했다. 한편 시프트업은 올 상반기 중장기 주주환원 방향성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K바이오팜도 과소배당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서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았다. SK바이오팜은 최근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누적된 적자로 쌓인 결손금을 다 털어내지는 못했다.
2025년 별도기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1977억원으로 2024년 1541억원과 비교해 28.3% 늘었다. 투자활동에서는 328억 원이 빠져나갔는데 2024년 80억 원 유출과 비교해 약 4배 규모로 확대됐다.
투자활동에서 현금을 가장 많이 쓴항목은 무형자산 취득으로 225억원이 유출됐다. 2024년 118억 원 대비 90.6% 늘어난 수치로 파이프라인 개발 관련 특허 및 개발비 자산화가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유형자산 취득에도 46억원이 투입돼 2024년 9억 원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생산·연구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무활동에서는 1532억 원이 순유출됐는데 사실상 대부분이 차입금 상환에 집중됐다. 순상환 규모는 유동성 장기차입금 1007억원, 단기차입금 순상환 499억원 등 총 1506억원이다.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고스란히 재무 레버리지 축소에 투입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현금성자산은 2025년 2188억원으로 90억원 늘었다. SK바이오팜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2022년 445억원, 2023년 626억원, 2024년 2098억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영업손실을 벗어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2025년 기준 결손금 규모는 3503억원이다. 2020년 7662억원, 2021년 6561억원, 2022년 8135억원, 2023년 8354억원으로 늘어나던 결손 규모는 2024년 5990억원을 시작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SK바이오팜은 배당계획에 대해 "누적 결손금의 영향으로 재원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성장잠재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주들의 배당에 대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적정한 배당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