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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낙하산 리포트

자사주 46% 일성아이에스, 마법 풀려도 경영권 방어

⑥자사주 규제 앞서 황금낙하산 도입해 상법 개정에 선제 방어

허인혜 기자

2026-04-17 16:17:18

편집자주

황금낙하산은 기업인수나 합병으로 이사 등 경영진이 퇴임할 때 지급하는 거액의 보상을 말한다. 외부 투자자가 보상 부담 때문에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거나 협상을 보다 유리하게 조율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한다. 독소조항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와 경영권 분쟁 국면에선 일부 기업이 끝내 포기하지 않는 장치다. theBoard는 상장사들의 황금낙하산 제도 도입 및 폐지 현황을 케이스별로 진단해본다.
코스피 상장사 일성아이에스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기업 중 하나다. 자사주의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46.1%에 달한다. 선제적인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일부는 우호지분으로 돌렸지만 기보유 자사주의 정리가 불가피하다.

쌓아둔 자사주는 상법 개정 전까지는 경영권 방어 비책이었다. 소각 유예기간이 끝나면 자사주의 마법은 풀린다.

핵심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질 상황에서 2023년 도입한 황금낙하산의 역할에 눈길이 쏠린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한 선제조치로 개정 상법을 방어하는 효과까지 누리게 된 셈이다.

◇150억 보상금…적대적 M&A 비용 대폭 상향

일성아이에스는 2023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황금낙하산 조항을 정관에 신설한다. 대표이사가 임기 중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인하여 실직하거나 대표이사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회사는 통상적인 퇴직금 이외에 퇴직보상금으로 대표이사에게 150억원을 퇴직 후 7일 이내에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성아이에스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10억원 안팎이다.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2023년에는 도리어 적자였다. 2025년 당기순이익이 11억6500만원, 2024년에는 131억원이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200억원 수준이다.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곳에서는 전년 당기순이익의 10배가 넘고 현금자산의 1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주일 내로 대표이사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래픽=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대표이사라는 조건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성아이에스는 윤석근 회장과 엄대식 부회장, 윤종호 전무 모두 대표이사로 기재했다. 복수 대표 체제인 만큼 실제 부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세 사람 모두에게 150억원씩을 지급한다면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일성아이에스는 특수관계인 지분과 자사주가 전체 물량의 8할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의 지분만 보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다만 이전에는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가 있었다. 2014년 등장한 글로벌 투자사 히말라야캐피탈과 2019년 일성아이에스의 자사주를 매입한 파인트리자산운용이다.

황금낙하산 도입 전해인 2022년말 국민은행(파인트리자산운용)의 지분이 8.85%까지 상승했지만 주주총회 한달 전인 2023년 2월 보유비율은 1.71%까지 떨어진다. 히말라야캐피탈은 2020년 5월 4.99%로 보유량을 낮추며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는 외인 보유량이 0.31% 수준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직격탄…46.1% 방어막 무력화

일성아이에스는 황금낙하산 도입 이전에도 자사주가 경영권을 지켜주는 안전장치였다. 2025년말을 기준으로 윤석근 회장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8.19%, 자사주 물량이 46.15%였다. 소액주주 지분은 11.58%다. 특수관계인과 자사주 지분이 워낙 높다보니 유통주식수 자체가 제한적이다.

46.15%라는 물량도 지난해 11월 삼진제약과의 선제적인 자사주 스와프 후 소폭 줄어든 결과다. 일성아이에스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자사주를 18차례 사들이고 한번도 소각하지 않았다. 2024년말 자사주 보유량은 48.75%였다.

자사주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도 쓰였다. 자사주의 마법이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활용도가 높았다. 경영권 다툼이 발생하면 자사주를 백기사에게 넘기기도 했고 신설 회사를 분할 설립하면 어떤 조치가 없어도 일정 부분의 지배력을 담보 받았다. 하지만 2월 25일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 마법이 풀렸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일성아이에스에게는 큰 변화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 추진·논의 단계에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자사주 활용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일성아이에스삼진제약과 약 79억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을 시행했다.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처분 방법을 사실상 소각으로 한정하고 있다. 일성아이에스가 정관에 예외 조항을 신설하지 않는 한 우호지분 확보는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소각 시 대주주 지배력 70%대…'추가 방어권' 황금낙하산

일성아이에스가 자사주 46.1%를 모두 소각한다면 특수관계인 지분은 38.19%에서 70.92%로 상승하고 소액주주 지분은 21.50%가 된다. 특수관계인 지분이 7할을 넘어 경영권 방어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마법이 풀린 데다 외부 투자자의 이사회 진입 등이 용이해진 상황을 고려하면 경영진으로서는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자사주 소각은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높이는 동시에 외부 주주의 실질 의결권 비중도 키운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황금낙하산 같은 정관상 장치를 통해 경영권 교체 비용을 별도로 높여둘 필요성도 커진다. 2023년 도입한 황금낙하산은 예상 밖 안전장치가 됐다.

자사주 비율이 높은 기업이나 자사주를 남겨두고 싶은 기업들의 우회로도 있다. 한국신용평가 김수민 수석애널리스트의 최근 세미나 발표에 따르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70곳 이상의 상장사들이 자사주 관련 정관 조항을 신설했다.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전략적 제휴, 사업구조의 개편이나 인수합병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등에는 자사주를 보유 혹은 처분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일성아이에스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관련 조항을 신설하지 않았다. 정관변경의 건은 상정했지만 개정상법에 따라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3% 룰을 적용하는 등이다. 다만 기보유 자사주 처분의 유예기간이 1년 6개월이다. 신규취득 자사주는 취득일로부터 1년 내에 정리해야 하지만 기보유분은 18개월의 여유가 있다.

우회로도 신설하지 않았으나 처분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주주총회안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 등에는 자사주 처리방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성아이에스 IR부문 관계자는 "현 시점 아직 소각 유예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차후 이사회에서 논의 후 처분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며 "자사주 소각 방법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들을 여러 방향에서 전략적으로 고심 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