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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의결권 리뷰

율촌화학, 유일한 과대배당 지적…3년 연속 반대표

⑫국민연금 '수익성 대비 배당규모 지나치다' 지적…2021년 순손익보다 많은 배당

안정문 기자

2026-04-16 08:22:41

편집자주

주주총회 안건 대부분은 조용히 통과된다. 9할 이상의 압도적 찬성표가 쏟아지는 게 대부분이다. 2026년 정기주총에선 다른 모습이 보인다. 이사 보수 한도, 사외이사 개별 선임, 자기주식 처분 계획 등 과거엔 형식적이었던 안건들이 팽팽한 표 대결로 번지거나 부결로 끝났다. 상법 개정이 진행되고 집중투표제·자기주식·이사 독립성 등 지배구조 쟁점이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더벨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기관투자자와 주요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토대로 주주총회 의결권이 갖는 의미를 진단해본다.
국민연금이 농심그룹의 포장재 제조·판매 계열사인 율촌화학의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반대했다. 과대배당이 그 이유다. 율촌화학은 3년째 해당 논란에 휩싸여있다.

율촌화학은 지난해 별도기준 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주총을 통해 62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순이익보다 큰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5년 째다. 특히 2022년~2024년에는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배당을 이어갔다.

율촌화학은 이전에도 소액주주, 기관투자자와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해 주총 때는 감사위원 선임 등 일부 안건이 부결되는 등 여러 안건에서 주주들과 충돌했다.

◇3년 이어진 순손실 끊었지만 배당규모 과해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기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내역을 살펴본 결과 과대배당을 사유로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반대표가 발생한 곳은 율촌화학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의 율촌화학 과대배당 지적은 2024년부터 시작돼 올해까지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회사의 재무 상황이나 수익성 대비 배당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같은 판단은 실제 주총 의결권 행사로도 이어지고 있다.

율촌화학의 연간 배당금은 2022년 이후 62억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이전인 2008년~2021년, 14년 동안은 124억원, 현재의 2배 규모로 유지됐다.

율촌화학의 실적흐름이 양호한 것은 아니다. 최근 10년 별도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순이익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52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배당금 규모가 10억원 이상 더 컸다. 율촌화학은 2021년 이후, 즉 최근 5년 연속으로 순이익보다 큰 배당금을 지급했다. 2022년~2024년 3년 동안은 적자에도 매년 6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별도기준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021년부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20년 534억원에서 2024년 97억원까지 줄었다 2025년 287억원으로 반등했다. 자본적 지출 2020년 207억원에서 2024년 806억원까지 증가했다가 2025년 349억원으로 급감했다. 결과적으로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보다 더 큰 자본적 지출에 고정적 배당금지급까지 더해지면서 잉여현금흐름은 2021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율촌화학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 17.75%, 그의 아들인 신시열 미래전략실 상무 6.26%, 농심홀딩스 31.94%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56.61%를 보유하고 있다.

율촌화학 관계자는 "주주환원 차원에서 배당을 이어가고 있다"며 "실적흐름에 따라 주당 배당금을 500원에서 250원으로 줄였고 향후 이익을 내면서 배당여력을 확보하고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소액주주연대와 표대결, 국민연금은 소액주주 손 들어줘

지난해에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 밖에 다른 갈등도 발생했다. 국민연금은 2024년 율촌화학의 정기 주총 당시 7건의 안건에 반대했다. 반대한 안건은 감사위원회 설치 및 감사위원 신규선임에 집중됐다. 국민연금은 감사위원회 도입이 의결권 행사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판단했고 관련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율촌화학이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감사선임 안건 상정을 막기 위해 감사위원회 신설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바라본 것으로 해석된다. 율촌화학 주주연대는 실적·주가 부진에 대응해 2025년 초 주주제안(감사 선임 등)을 통해 주주활동을 본격화했다.

2025년 정기 주총에는 주주제안으로 집중투표제 도입과 기업설명회 정례화, 전자투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보수심의제, 감사선임 등 안건이 상정됐다. 다만 감사위원회 신설 안건이 먼저 처리되도록 순서가 정해졌는데 이에 대해 주주연대 측은 반발하기도 했다.

주주연대는 율촌화학 측이 주주연대의 핵심 의안인 감사 선임을 무력화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설치 안건을 제2-1호로 우선 배치하고 소액주주연대가 제안한 감사 선임 안건은 제4-2호로 밀어냈다고 주장했다. 감사위원회 설치 안건이 통과되면 상근감사를 둘 수 없게 돼 주주연대의 감사 선임 제안이 자동 폐기되며 이는 상법이 보장하는 감사의 독립성을 무력화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주총 결과도 복잡한 양상으로 마무리됐다. 감사선임이 포함된 주주제안 안건은 모두 부결된 가운데 이사회 측이 내놨던 감사위원 선임 안건 3건도 모두 부결됐다. 당시 국민연금은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정관변경 및 감사 선임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