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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theBoard Pick 10

'주주서한·법정공방·공개매수' 거침없던 행동주의

⑩국내외 행동주의 펀드 공방전에 기업들 'EB 발행 철회·밸류업 계획 공개'

허인혜 기자

2025-12-22 07:45:33

편집자주

올해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벽이 무너졌다. 상법 개정을 필두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가동 등 거시 경제 여건이 맞물린 결과다. 기업 지배구조도 시장 평가를 좌우하는 주요 이슈다. theBoard는 올해를 관통하는 10가지 지배구조 이슈를 선정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만 42개 상장사에 164건의 주주제안이 상정됐다. 지난해 대비 20% 늘어난 수치다. 다양한 배경이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전례없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개인투자자도 늘었다. 행동주의 펀드와 플랫폼 등은 소액투자자들의 의견을 결집하는 노하우가 쌓였다.

올해 눈에 띄는 주주 행동주의 사례도 여럿이다. LG화학-영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팰리서캐피털, 태광그룹-트러스톤자산운용, 롯데렌탈-VIP자산운용 등이 대표적인 이벤트로 꼽힌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복수의 기업에 행동주의를 펼쳤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자사주의 활용 방법부터 지배구조의 개편까지 그룹의 재무와 전략, 거버넌스 전반에 대한 요구사항을 가감없이 전한다.

◇글로벌 행사에서 'LG화학 저평가' 발표한 팰리서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은 여태껏 우리 기업들이 겪었던 행동주의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활동을 펼쳤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행동주의 콘퍼런스 '2025 액티브-패시브 투자자 서밋'에서 LG화학 저평가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공개서한 발송이나 주주제안 등이 아닌 공식 석상에서의 의사 표현이었다. 팰리서는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향한 행동주의로 우리나라에도 각인된 엘리엇 출신들이 설립한 곳이다.

팰리서는 LG화학이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82%를 보유하고도 시장에서 석유화학 업황의 부담으로만 평가 받았다고 봤다. 때문에 순자산가치(NAV) 대비 74% 할인된 주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요구는 크게 이사회의 개편과 자본정책 강화 두 가지였다. 우선 이사회의 구성을 사업 경험과 자본배분 역량 중심으로 재편하라고 했다. 첨단소재, 전기차, 생명과학 등 성장사업을 이해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다룰 수 있는 인물이 보강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자본정책 주문도 세세했다. 팰리서는 자사주 매입과 재무구조 관리로 주주와의 정렬을 강화하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단순 서한 수준을 넘어 해외 투자자 행사에서 공개 발언으로 주장을 펴면서 주가도 출렁였다.

LG화학은 11월 말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중장기적으로 70%선으로 낮춰 재무를 강화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배당은 향후 자기자본이익률 목표 달성 시 이익의 3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자금 조달과 투자 재원 확보였다. 하지만 시장은 행동주의가 문제 삼은 자본정책 부문을 재편했다는 점에서 LG화학의 결정을 행동주의 활동과 연결해 해석했다.
그래픽=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트러스톤 공세에 EB 발행 계획 철회한 태광산업

태광산업은 6월 보유 자사주 전량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한다. 발행규모는 3186억원이다. 쟁점은 교환권이 행사되면 결과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자사주 비중은 24.41%였다.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주주 측은 저평가 구간에서 자사주를 사실상 처분하는 구조라고 반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3월말 기준 태광산업의 지분 6.09%를 보유한 2대주주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주주서한과 법적공방으로 태광산업을 압박한다. 우선 태광산업의 실질 지배주주로 거론되는 이호진 전 회장을 등기임원으로 선임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월 성회용 태광산업 전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고 오용근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 시점 이후 태광산업 측과 대화가 끊겼다고 설명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또 지배구조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가처분 등 법적 대응을 포함한 저지에 나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서울중앙지법에 EB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이를 기각했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항고장을 제출한다. 다툼은 장기화됐다.

당국의 제재가 겹치며 태광산업의 주가는 6월 중순 110만원대에서 11월 70만원대까지 하락한다. 회사는 11월 24일 이사회에서 교환사채 발행과 자사주 처분 결정을 전면 철회했다. 태광산업은 소송 진행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조달 여건이 악화됐다는 점, 발행 조건 재조정 협의 지연 등을 철회 배경으로 들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같은 날 철회 결정을 환영하며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다고 밝혔다. 행동주의가 회사의 재무적 결정을 되돌리는 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이 과정에서 태광산업은 주주와 시장을 상대로 합당한 설명을 계속 요구받았다.

롯데렌탈 유증 결정하자 '일반투자' 전환한 VIP

롯데렌탈 케이스의 출발점은 최대주주 지분 매각이었다. 회사는 2025년 2월 28일 최대주주 호텔롯데와 주요주주 부산 롯데호텔이 카리나 트랜스포테인션 그룹(Careena Transportation Group Limited)에 보통주 2039만6594주, 지분 56.2%를 1조5729억원에 매각하기로 구속력 있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카리나 트랜스포테인션 그룹은 사모펀드 어피니티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특수목적 법인(SPC)이다. 동시에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주당 2만9180원의 제3자 배정 신주 발행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결정은 곧바로 주주 행동주의의 반발에 부딪힌다.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추진이 맞물리면서 지분 희석과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거론됐다. VIP자산운용은 두 차례의 주주서한을 통해 유상증자 철회 혹은 공모가인 5만9000원 이상의 진행을 요구했다.

VIP자산운용은 유상증자가 강행될 경우 이사 충실의무 논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인수 주체가 지분을 매입하는 가격과 비교해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면 회사와 기존 주주에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11월 VIP자산운용의 롯데렌탈 지분 5.2% 취득 사실이 공시된다. VIP자산운용은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명시한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요구할 때 활용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VIP자산운용은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면 조달 이후 여유자금을 주주가치 제고에 쓰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회사채 조기 상환 등 문제를 해결하고 남는 자금을 포함한 여유 현금은 희석된 주주 가치를 보전하는 데 우선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과거와 달리 그룹사 내의 최대주주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거래 등도 투자자들의 검증을 거쳐야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사회는 거래 종결 이후에도 환원 로드맵과 증자 필요성의 근거를 계속 설명해하는 상황이다.

◇얼라인파트너스 '주주제안·공개매수' 수단 다양화

활발한 행동주의를 펼쳐온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2025년에도 한 기업이 아니라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동시에 전개했다. 대표적인 곳이 코웨이였다.

얼라인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코웨이에 정관 변경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주주 추천 사외이사 후보 확보를 요구했다. 부결됐으나 찬성률이 46.5%에 달했다.

금융 분야에서도 얼라인파트너스의 존재감은 컸다. JB금융지주의 경우 얼라인이 2대 주주로 올라서며 지분율 14.46%를 확보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환원 확대 요구를 이어왔다.

2025년 하반기에는 공개매수 카드를 꺼낸다. 얼라인파트너스는 11월 18일부터 12월 15일까지 에이플러스에셋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목표량은 19.91%였고 종료 후 확보 지분은 7.15%다. 에이플러스에셋 지분율은 기준 4.99%에서 12.14%로 높아졌다.

같은 달 가비아도 공개매수로 압박했다. 11월 25일부터 12월 15일까지 공개매수 창구를 열어뒀다. 종료 뒤 지분율은 12.32%로 높아졌다. 에이플러스에셋과 가비아 모두 목표 수량은 채우지 못했으나 저평가로 판단한 기업에 어떻게 침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다변화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