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벤처 1호 코스닥 상장사 마크로젠은 비교적 탄탄한 이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과반 이상을 차지, 이사회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개인 최대주주인 창업주가 대표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면서 이사회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점은 거버넌스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는 듯한 모습이다. 주주환원 정책 확대도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 사외이사만 5명…창업주가 힘주는 이사회 경영 지난 9월 말 현재 마크로젠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상법 상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마크로젠 이사회 내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반 이상으로 사외이사가 결집하면 이사회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창업주 서정선 회장(
사진)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어 실제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마크로젠이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를 구축한 시점은 2023년이다. 마크로젠 사외이사는 2019년까지 2명 안팎에 불과해 오너와 경영진 위주로 이사회가 운영돼 왔지만 이듬해부터 사외이사를 추가 기용하기 시작, 2023년 들어서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기타비상무이사 한 명(김형태 전 마크로젠 대표)이 이사회를 이탈하면서 지금의 사외이사 위주 이사회가 꾸려지기에 이르렀다.

다만 현재의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가 이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동안 지분 9% 남짓을 보유하고 있었던 서 회장은 지난해 보유 중이던 소마젠 지분을 마크로젠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을 통해 지분을 17.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20여년 가까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결정에 관여해 온 서 회장은 올초 사내이사로 복귀해 경영 전면에 나섰고 이에 따라 향후 이사회 구성 변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 회장은 그간 기타비상무이사 제도를 기반으로 이사회 내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기업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의장을 맡아 기업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식이다. 서 회장은 필요에 따라 기타비상무이사 수를 늘리고 줄이기를 반복, 이사회를 서 회장 친정 체제로 구축해 운영해왔다는 평가다. 마크로젠 기타비상무이사는 서 회장 대학 동료를 비롯해 전임 임원 등으로 꾸려져왔다.
사외이사 인선 과정에서도 서 회장 영향력 역시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마크로젠 사외이사 5명 모두 서 회장과 개인적 인연을 갖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유영숙 사외이사의 경우 생화학분자학회 등에서 서 회장과 선·후배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을 계기로 이사회 합류를 권유받았고 유명희 사외이사는 유영숙 사외이사와 함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에서 연구원으로 함께 활동한 경력이 있다.
◇ 주가 회복 요원…창업주 자녀의 지분 매입 속도 서 회장의 경영 장악력이 상당하다고 하더라도 마크로젠의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구축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마크로젠 별도기준 자산총액은 2693억원이다. 자산총액 2조원 미만인 상장사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을 최소 25% 이상으로 맞추기만 하면 그만이다.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도 없지만 마크로젠은 사외이사로 꾸려진 감사위를 자발적으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가 마크로젠 등급을 최상급(AA)로 책정한 것도 이 같은 이사회 구조를 높이 평가한 결과다. 개인 최대주주가 대표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SG 등급이 높게 책정된 데는 이사회 구성을 자발적으로 체계화해 온 점을 비롯해 경영 상황과 관계 없이 배당을 지속적으로 집행해온 점, 자기주식을 비교적 꾸준히 취득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를 끼친 결과라는 설명이다.
마크로젠 재무 성과는 수년 간 부진했다. 마크로젠은 2022년 연결기준 7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최근 3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2021년 말 연결기준 978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669억원으로 축소했고 올 초 이후 9월 말까지 순손실은 78억원을 기록하는 등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로젠은 지난해 주당 300원씩 33억원을 배당으로 풀면서 연속 배당 추이를 이어갔다.
자사주는 수년 간 꾸준히 취득했지만 대부분 임직원 보상으로 지급했다. 자사주 취득에 이어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으로 고려되는 소각으로까진 이어지진 않았다. 마크로젠은 지난해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으로 지급한 것을 마지막으로 추가 취득을 하고 있지 않다. 마크로젠은 2021년 6월 당시 대부분의 사외이사진에게 보수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한 바 있다. 현재 마크로젠은 자사주를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향후 관건은 주가 회복 여부다. 마크로젠 주가는 수년 간 우하향 그래프를 그려 지난 26일 1만7170원으로 시장을 마감했다. 해당 주가를 기반으로 산정한 PBR은 1.2배가 채 안 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만 73세를 맞은 서 회장은 아직까지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한 이력이 없다. 아들 서수현 씨는 올해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0.62%에서 1.82%로 확대했다. 주식 취득에 투입한 자금은 9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