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부른다고 해서 제 역할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최근 만난 사외이사에게 올해 이사회 제도 변화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독립이사로서 새로운 다짐을 기대했는데 '경영진을 견제만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는 싱거운 답변이 돌아왔다.
오는 7월부터 사외이사 명칭이 독립이사로 바뀐다. 1년 전 개정한 상법에 담긴 내용이다. 미국에서 사외이사를 지칭하는 'Independent Director'에 더 가까운 용어를 채택했다. 호칭 변경은 기업 지배구조 작동 방식을 바꾸는 대대적인 사안은 아니다. 그렇다고 '독립'이라는 단어가 주는 심리적 효과를 가벼이 볼 수는 없다.
지금껏 만난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스스로 정한 역할은 각기 달랐다. 경영진이 놓치기 쉬운 리스크를 상기하는 파수꾼 역할을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임원·실무진에게 보고를 요청하며 강한 그립(장악력)을 보여주는 이도 있다. 독립성을 견지하되 활동 스펙트럼은 다양했다.
자본주의 역사가 우리보다 긴 미국에서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시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린 건 약 30년 전이다. 1992년 윌리엄 알렌 델라웨어주 대법관이 이사회 역할 확대를 주창했다. 그전까지 미국 기업 이사회는 실적이 하락해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연이은 기업 실패와 회계 조작 사건 이후 경영 감시가 이사회 책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주주들이 사외이사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양가적이다. 고문처럼 경영진에 도움을 주면서 의사결정자로 경영 과정에 참여하길 바란다. 때로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감시자 위치에 서길 요구한다. 사외이사가 독립이사로 불려도 세 역할이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
돌이켜 보면 '독립이사가 되면 역할이 달라지나'라는 질문은 우문이었다.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지금 맡고 있는 기업 이사회에 어떤 역할이 필요한가." 지배주주로부터 이사회 독립성 강화가 시대적 요구인 건 분명하다. 다만 이사회 기능이 복합적이라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