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벽이 무너졌다. 상법 개정을 필두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가동 등 거시 경제 여건이 맞물린 결과다. 기업 지배구조도 시장 평가를 좌우하는 주요 이슈다. theBoard는 올해를 관통하는 10가지 지배구조 이슈를 선정했다.
더보드 픽(theBoard Pick) 두 번째 시간입니다. 1편에 이어 지난해를 뜨겁게 달궜던 거버넌스 이슈 톱 10 다뤄보겠습니다.
⑥상법 개정 현실화, 이사회 개편 시동
정치 제도적인 면에서도 거버넌스 변화가 컸는데요. 무엇보다 관심이 컸던 건 상법 개정이겠죠. 세부적인 내용은 달라도 큰 틀에서는 같은 법안이 여러 해를 묵어왔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빨리 처리가 됐어요. 배경이 뭘까요?
정권 교체가 일단 결정적이었고요. 그전에 시장에서 누적된 사건들이 촉매가 됐습니다. 물적분할, 합병, 유상증자, 지주사 전환 등에서 주주 갈등이 반복됐죠.
1차 개정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한 거죠. 거기에 독립이사 제도, 전자 주총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 주주 의결권 제한 같은 장치들이 포함됐습니다. 2차 개정은 집중 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핵심이고요.
기업 입장에서는 이사회 구성과 주총 전략을 완전히 다시 짜야 합니다. 법 개정이 빨랐다 보니 시장과 기업의 혼란도 있었고요. 제도가 얼마나 완벽하게 구축이 됐느냐 하는 후속 질문도 나왔는데요. 유지 청구권 해석처럼 법원이 개정 취지를 얼마나 반영하느냐, 후속 입법이 따라가느냐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도 쏟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해 상충 거래에 특별위원회 설치 권고 같은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사회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주문하는 방향입니다.
그러면 올해부터는 이런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오겠네요. '이사회가 주주를 위해 어떤 활동을 펼쳤는가?'겠죠.
일곱 번째 토픽은 신세계입니다. 지난해는 분리 선언이 아니라 완결되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모친 이명희 총괄 회장의 지분을 소진하는 방식으로요.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축을 맞는 소유 구조가 확정됐습니다.
정용진 회장은 지분을 매입했고요. 지난해 1월 이마트 지분 10%를 현금으로 사들여 지분율을 끌어올렸습니다. 증여가 아니라 매입을 택한 건 메시지가 뚜렷하죠. 책임 경영과 지배력 강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정유경 회장 측은 지분을 증여받아 단일 최대주주 구도를 완성했고요. 결과적으로 남매 간 맞교환 없이 모친 지분 소진으로 교차 지배 가능성을 걷어냈습니다.
마지막 퍼즐은 SSG닷컴입니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 지배하는 구조라 공정위 계열 분리 요건을 충족하려면 한 쪽으로 지분을 모아야 합니다. 다만 이커머스 투자 강도 같은 변수가 남아 있죠.
다음으로 짚어 볼 이슈는 호반대 한진, LS입니다. 시작은 지분 매입이었죠. 호반이 한진칼 지분을 끌어올리면서 조원태 회장 측과 격차가 2%포인트 수준까지 좁혀졌습니다. 이때 시장이 함께 눈여겨 본 건 LS 쪽 움직임이었습니다. LS의 지분을 3% 이상 확보하면 회계 장부 열람 등의 권리가 생기니까 당연히 긴장감이 커졌죠. 추가 매입으로 5% 직전까지 갔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여기에 하림이 참전했다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팬오션이 LS 지분을 매입하면서 반(反) LS 전선이 형성되는 건 아니냐 그런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하반기에 호반이 LS 지분을 털고 차익을 실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약 1000억원의 차익이 추정되는데요. 문제는 그 돈이 어디로 가느냐입니다. 시장은 한진칼의 추가 매입 가능성을 떠올렸죠.
한진과 LS는 백기사 동맹을 더 단단히 했고요. 업무 협약에 이어 LS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를 대한항공이 인수하면서 지분을 섞었습니다. 경영권이 흔들릴 때 방어 옵션이 생긴 셈입니다.
⑨콜마그룹 남매의 난, 주식 반환 소송이 남긴 불씨
지난해에도 피할 수 없는 이슈네요. 오너 가족간 정쟁도 있었습니다. 남매 갈등에서 부자 갈등으로 번졌죠. 콜마그룹인데요. 다툼의 불씨는 2018년 3자 합의문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습니다. 수치 기준이 아니라 문구 중심이었는데요.
합의문 중에 콜마BNH 사업 경영에 관한 제2조에는 윤동한이 콜마BNH에 행사하던 사업 운영에 영향을 행사할 권리, 즉 사업 경영권을 윤여원에게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단서 조항이 있었어요. '윤 대표의 사업 경영권 행사가 모회사, 계열사 이익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입니다. 그 때문에 해석 이견이 커졌고 그게 이사회와 지분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실적 구조도 한쪽으로 쏠려 있죠. 콜마홀딩스 실적에서 콜마BNH 비중이 절대적이란 점이 배경입니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개입 필요성과 경영권 존중이 정면충돌했고요.
가족 싸움은 결국 법정으로 갑니다. 핵심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청구한 주식 반환 소송이죠. 부친 윤동환 회장이 아들에게 증여한 지분을 돌려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결과에 따라 최대 주주가 뒤바뀔 가능성까지 열려 있습니다. 이 사건이 단순한 가족 싸움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⑩주주 서한, 법정 공방, 공개매수까지 거침없던 행동주의
마지막 토픽까지 왔는데요. 행동주의입니다. 지난해에는 수단이 더 다양해졌습니다. 주주 서한은 기본이고 법정 공방, 공개매수, 글로벌 행사에서 공개 압박까지 나왔죠.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 활동을 보면 전과 달랐던 장면들이 있습니다. 상징적인 장면이 LG화학과 팰리서의 사례였습니다. 서한이나 주주 제한이 아니라 뉴욕 컨퍼런스에서 저평가 해소 방안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이사회 구성 재편, 자본 정책 강화, LG엔솔 지분 활용까지 요구가 구체적이었습니다.
태광산업과 트러스톤은 조금 결이 달랐습니다. 교환사채(EB) 이슈가 핵심이었는데요.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한 EB 발행을 두고 저평가 구간 처분 논쟁이 붙었고요. 결국 회사가 발행 철회를 결정했습니다. 행동주의가 재무 결정을 되돌린 사례로 남았다는 의미가 있죠.
롯데렌탈과 VIP는 촉발점이 명확했습니다. 최대주주 변경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입니다. 지분 희석과 가격 정당성이 쟁점이었고 VIP는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로 전환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공개매수까지 쓰면서 전술 넓혔는데요. 코웨이에는 주주 제안을 했고 JB금융 캠페인, 에이플러스에셋과 가비아 공개매수까지 진행했습니다. 주주제안은 실패했고, 공개매수도 목표 수량을 다 채우지 못했지만 침투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결국 기업들은 뭘 배웠을까요? 이제 밸류업 계획 공개, EB 철회 같은 즉각적인 대응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설명 책임과 이사회 설계까지 이어진다는 걸 배운 거죠.
theBoard Pick 10을 따라가다 보면 흐름이 하나로 정리가 되는데요. 기업을 둘러싼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결과만 물었다면 이제는 과정과 구조를 함께 묻습니다. 누가 어떤 근거로 결정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이해 상충을 걸러냈는지, 위험을 숨기지 않고 설명했는지까지요.
그래서 지난해를 '설명 책임의 해'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주주 쪽에서도 기다리기보다 요구하고, 숫자로 압박하고, 필요하면 법정으로도 갑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게임이 된 거죠. 올해도 기준은 같을까요? 아니면 더 세질까요? 지난해와 비슷하되 더 촘촘해지지 않을까요? 실적은 기본이고, 그 실적을 만들기 위한 자본 정책과 내부통제, 이사회 운영이 함께 검증됩니다.
불확실성이 걷힌 자리에는 속도가 중요해질 거고요. 속도만 빨라진 기업에 절차가 더 중요해집니다. 결국 균형이 필요하겠네요. 속도와 절차, 성장과 통제, 전략과 독립성. 이 균형을 누가 잡느냐가 이사회고요.
이제 기업이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이사회가 주주와 시장을 설득할 준비가 됐느냐'가 아닐까요? 그 질문에 답하는 기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이후 시장에서도 살아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