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더보드 인터뷰

삼성 CJ 현장 경험에 이론까지…육각형 사외이사의 포부

한진 사외이사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부 석좌교수, "글로벌 확장에 이사회도 적극 찬성"

김형락 기자

2026-01-02 10:13:47

"기업 운영 전반을 안다는 건 큰 자산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현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걸 보고, CJ에서 전략기획총괄(Chief Strategy Officer) 부사장으로 일하며 직접 짠 전략을 이행했습니다. 대성그룹에서는 백화점 경영과 그룹 구조조정을 챙겼죠. 세종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는 경영학 기본 이론을 복기해봤습니다. 저도 모르게 쌓인 내공이 한진 사외이사 활동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부 석좌교수(사진)는 거시 경제(매크로) 이코노미스트, 기업 경영 실무와 연구 경력을 두루 갖춘 육각형 인재다. 2021년 3월 한진 사외이사로 선임돼 이제 마지막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있다. 이사회 일원으로 한진이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 교수는 한진 이사회에서 전략과 물류 전문성을 지닌 사외이사로 통한다. 김 교수는 CJ그룹 서열 3위인 전략기획총괄 부사장(2009~2011년)으로 있을 때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 인수에 관여했다. 그룹 성장에 발판이 될 매물이라 보고 전략적 가치를 재무적 가치보다 더 높게 쳐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기존 물류 계열사인 CJGLS(현 CJ대한통운)와 대한통운을 합쳐 시장 지배력을 높이면 택배 가격을 올릴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김 교수는 "택배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들도 가격에 민감해 쉽게 단가 올릴 수가 없는 구조였다"며 "한진은 택배 사업 외형을 키우기 위해 알리, 테무 같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려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은 글로벌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사회도 경영진이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내도록 도왔다. 지난해 19%(5573억원)였던 글로벌 사업 매출 비중은 올 3분기 누적 기준 24%(5514억원)로 커졌다. 한진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성장한 2조2692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3~4%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조현민 한진 사장이 4년 전부터 글로벌 사업을 키우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단계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늘려간다면 재무 부담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이사회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고 말했다.

한진 이사회는 김 교수가 합류하기 전부터 사외이사 의견을 건설적으로 수용하는 문화가 뿌리내려 있었다. 2023년 조 사장이 사내이사로 합류한 뒤에도 이사진들은 격의 없이 의견을 내고 토론했다.

김 교수는 "한진이 속도가 중요한 물류 기업이라 그런지 이사회에서 피드백도 빠르다"며 "사외이사가 보고를 부탁한 내용은 다음 회의 때 반드시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진 이사회에서 소통 분위기를 조성하는 윤활유, 촉매제 역할을 자처했다. 경영진 의견을 먼저 들은 다음 리스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사외이사 입장을 얘기해 줬다.

삼성그룹 선배들에게 배운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한진 사외이사 활동에도 도움이 됐다. 김 교수는 18년(1991~2009년) 동안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증권에서 글로벌 경제 진단과 기업 분석, 위기 대응 전략 수립 등을 담당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장수 글로벌경제·금융실장(2000~2006년)이었다.

대성그룹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활동할 때는 '수다 경영'을 실천했다. 김 교수는 디큐브시티 대표이사(2012~2015년) 시절 대리, 사원, 과장급 직원과 자주 소통했다. 시장, 현장과 괴리된 결정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다. 대성합동지주(현 대성산업) 사장(2015~2016년)을 끝으로 임원 생활을 마치고 교단에 섰다. 세종대에서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2016년~지난해), 대외부총장(2019년~지난해), 특임부총장(2022년~지난해)을 지냈다.

김 교수는 남은 사외이사 임기를 한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는 시간으로 보낼 계획이다.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이 한진이 필요로 하는 일에 쓰이도록 해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