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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정보 비대칭성 해소 노력, 더나은 이사회 향한 필수 요소"

박정수 서울보증보험 사외이사 "상법 개정에 따른 이사회 위축, 인센티브 마련해 돌파해야"

이돈섭 기자

2025-12-18 15:20:00

서강대 경제대학장을 맡고 있는 박정수 사외이사(사진)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거시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학계에 몸담으면서 산업 현장을 넘나들어 온 그는 이사회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올해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자칫 기업 이사회 논의가 위축될 수 있는 환경에선 그 필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강대 연구실에서 박 사외이사를 만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2005년부터 올해로 20년째 서강대 경제학부 소속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경제대학장과 경제대학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국응용경제학회 회장과 국민행복기금 이사,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SK케미칼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서울보증보험 등에서 사외이사로 이사회 경험을 꾸준히 쌓아왔다.

박 사외이사가 이사회 활동을 본격화한 시점은 6년 전 SK케미칼에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공식 선언하면서 그룹 차원의 거버넌스 개선 작업이 본격화하던 때다. SK케미칼은 한 달에 많게는 세 번 이상 이사회를 개최했고 한 번 열린 이사회는 2~3시간 동안 계속되곤 했다. "이사회에 모든 경영 의사결정을 맡기라는 그룹 회장의 지침이 있었던 터라 부담감이 상당했다"는 게 박 사외이사의 회고다.

최근 6년 간 SK케미칼 이사회에서는 굵직한 변화들이 이어졌다. 이사회 운영 측면에서는 전임 대표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사회 규모가 커졌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기 시작했다. 사업적 측면에서는 장기간 적자를 기록했던 PPS 사업을 매각한 일이 있었고 그린 케미칼 사업 중심으로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백신 사업 부문을 떼내 재출범시킨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이사회 논의가 치열했던 안건은 중국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합작 공장을 건립하는 일이었다. 재활용 산업 수직 계열화 작업에 필수적인 화학적 분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 중국 현지 시장 진출은 필수적이었다. 문제는 당시 미중 갈등과 각종 규제 여파로 국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 절차를 밟고 있었다는 점이다. 경영진은 진취적으로 나아가고 싶어했지만 이사회 차원에서는 리스크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 사외이사는 "이사회가 사업 추진을 최종 결정하기 위한 요건들을 제시하면 경영진이 이를 해소하는 과정들이 1년여 간 이어져 왔고 사외이사진이 중국으로 넘어가 현장을 둘러보면서 논의한 시간도 적지 않았다"면서 "경영진 역량이 훌륭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순 없기 때문에 이사회가 전체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사안의 정합성을 중시하는 연구자 입장에선 더욱 치열한 검토가 필요했을 것이다.

6년 간의 임기를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남는다. 기업 사정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있었더라면 논의의 생산성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박 사외이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외이사가 기업 사정을 속속 알기는 쉽지 않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상호 두 주체 간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보 비대칭성 해소뿐 아니라 이사회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사외이사에게 보수의 일부를 주식을 지급하는 방법은 사외이사로 하여금 일반주주 이익을 고려할 수 있게 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지만 자칫 단기 이익만을 추구케할 우려도 공존한다. 이사회 운영 측면에서 사외이사진에 재교육 기회를 더 풍부하게 제공하는 방법도 사외이사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유효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올해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논의 결과에 대한 사외이사 개인 책임이 커지면서 상당수 기업 이사회 활동이 실제 위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 생산성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인센티브 제도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박 사외이사는 "지금은 이사회가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서 "다양한 케이스들이 쌓이다보면 기업 이사회 운영이 더 고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사외이사는 올초 SK케미칼 사외이사 임기를 모두 마치고 서울보증보험 이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예금보험공사 자회사 서울보증보험은 사업 변화가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이사회가 기업 운영 최적화 영역에 관여하는 측면이 많아 사외이사 활동 강도가 결코 만만치 않다. 동시에 산업은행 통합위원회 위원으로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에 대한 주주권 행사와 그룹 계열사 이사 후보 추천 업무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사회 경험은 연구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박 사외이사는 "교수 출신 사외이사의 강점은 세밀한 디테일을 살피는 것보다 핵심적 본질에 천착해 다양한 사업의 논리적 구조와 정합성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사들과 함께 이사회 활동을 하면서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연구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