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수장들이 연임 소식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CEO 임면권을 가진 이사회 논의 과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폐쇄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서로 연임을 독려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업무보고에서 "관치금융 문제로 정부가 관여하지 않으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금융지주 거버넌스를 비판했다.
JB금융지주는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행동으로 이사회 격변을 일찍 경험했다. 2022년 JB금융 지분 14% 가량을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헤지펀드 운용사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JB금융에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고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 5명을 추천해 그중 2명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금융지주에서 주주추천 사외이사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한 첫 사례였다.
당시 표 대결 끝에 득표 1위로 이사회에 진입한 사외이사 후보가 김기석 사외이사(사진)다. 김 사외이사는 미국 위스콘신대를 졸업하고 JB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호주뉴질랜드은행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코스닥 상장사 비트플래닛의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 이사는 이너서클보다 견제기능에 충실한, 다양성에 걸맞는 인물이다. 김 사외이사는 이너서클 논란과 관련 금융지주 거버넌스는 경영진과 이사회, 주주 간 공동 목표 달성 방식을 맞추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의 경영 현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인 솔루션으론 이사회 평가제도의 체계화를 주문했다.
◇ 금융지주 첫 주주추천 이사…"중요한 건 목표 달성 방식"
김 사외이사는 내년 3월 JB금융 사외이사 첫 번째 임기(2년)를 마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3년 JB금융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표대결에서 졌고 이듬해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김 사외이사와 이희승 사외이사 등 두 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금융지주에서 주주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된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이사회 긴장감이 높아진 건 불가피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이사회 활동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해법은 준비와 학습을 철저히 하는 일이었다. 김 사외이사는 이사회 활동 외에도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JB우리캐피탈 등 지주 산하 국내 금융 계열사 5곳 경영진을 직접 방문하는 한편 이사회사무국 측에도 적극 질의하며 지주 전체 경영 현안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금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 사외이사도 JB금융 그 자체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는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이사회 활동이 계속 무탈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0월 말 열린 이사회에서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는 안건이 테이블에 올랐다. 사외이사가 특정 안건에 대한 외부 자문을 구할 때 사외이사 개인이 아닌 이사회 차원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규범에 적시하는 게 골자였다. 김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개인 정보 취득 시도를 제한해 독립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29일 더벨과 만난 김 사외이사는 금융지주 거버넌스를 둘러싼 외부 우려를 해소할 방법으로 이사회 평가제도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사회를 단순 평가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피드백을 전달받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척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이돈섭 기자]
김 사외이사는 "이사회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지만 이사회 전체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경영을 잘하게 돕는 것"이라면서 "이사회에 직접 들어가보니 목적의 차이라기보다 목표 달성 방식 차이에서 오해가 생기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김기홍 JB금융 회장과 얼라인파트너스 모두 주주가치 제고라는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서로 한 발씩 물러섰다면 논쟁의 결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가 이사회 역량을 강화하는 출발점이라고도 했다. 김 사외이사는 "사외이사가 어떤 형태라도 자칫 기업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 "이사회 내부적으로는 이사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서로 부딪히며 논쟁하더라도 외부적으로는 통일된 하나의 목소리를 발설하는 것이 이사회 운영의 중요 윤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김기홍 회장 3연임 "지방 거점 금융지주 숙명 이해해야"
금융지주 거버넌스 논란과 관련 그는 '경영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금융지주는 과점 주주 없이 소유가 분산돼 있는 경우가 많다. 경영진과 이사회를 확실하게 견제할 주주가 없어 이들이 서로 의기투합해 참호를 구축, 폐쇄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용이한 구조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내 금융지주 거버넌스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공개 비판키도 했다.
JB금융 이사회는 2019년 금융감독원과 국민은행 등을 거친 김기홍 전 JB자산운용 대표를 영입했고 김 회장은 임기를 연이어 소화하는 과정에서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 계열사 경영을 주도케 하는 한편 기존 내부 관행과 달리 관료와 대형 은행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기용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시장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일종의 참호를 구축해 그룹 셀프 지배력 확대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사외이사는 "외부에서 사람을 끌어오지 말고 내부 승진자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실제로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내부에서 20년 이상 근무해 온 인재만을 기용하는 시도 역시 안에서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일 수 있다"면서 "경영 환경은 계속해서 바뀌는데 JB금융이 그간 주력해온 소매금융 시장 규모는 계속 작아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지 못하면 자칫 도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그간의 리더십 성적표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8년 말 5000원대였던 JB금융 주가는 이후 급격한 상승 곡선을 타면서 현재 2만5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자본 효율화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온 결과 실제 성과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김 회장은 2022년 연임에 이어 올 3월 3연임에 성공했다. 현 JB금융 이사회 내 사외이사진은 모두 김 회장 재임 시기 기용된 이들이다.
외부의 우려섞인 시각을 해소할 방법으로는 이사회 평가제도 체계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상장사 상당수가 이사회 평가 시스템을 자체 구축해 운영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이사회 운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김 사외이사는 "이사회를 단순 평가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피드백을 전달받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척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