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가 대대적 인적 쇄신보다 이사회 운영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사외이사 교체 폭을 정했다. 리더십 교체 과정에서 외압 논란이 불거져 사외이사진이 대거 사임했던 3년 전과 다른 모습이다. 대신 국민연금과 노동조합 등 주요 이해관계자 요구를 수용해 이사회 운영 방식을 손보기로 했다.
KT 사외이사 전원(7명)이 참여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추위)는 다음 달 임기가 만료하는 사외이사 4명(퇴임 포함) 중 2명을 교체하고 1명을 연임하기로 했다.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가 사외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발생하는 회계 분야 공석은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채우기로 했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사외이사진에서 상법상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 요건을 충족하는 이가 없으면 해당 요건을 갖춘 사내이사를 감사위원 후보로 올려야 한다.
이번 정기 주총에 재선임 후보로 올라오는 사외이사는 ESG 분야 전문가인 윤종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전 환경부 차관)이다. 미래 기술 분야 사외이사인 최양희 한림대학교 총장(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빈자리를 채울 후보는 김영한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다. 경영 분야 사외이사 후보는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대표이사다. 지난해 12월 결격 사유가 확인돼 당연 퇴임한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공백을 메운다.
국민연금과 노동조합이 제기하는 우려를 해소할 조치도 발표했다.
KT 이사회는 주요 보직자 인사 등과 관련한 이사회 규정과 정관을 개정하고, 사외이사 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까지 밝히지는 않았다.
이번 리더십 교체기에는 2023년과 달리 사임을 표명한 사외이사가 나오지 않았다. 이추위는 한꺼번에 사외이사진이 빠져나갈 경우 이사회 운영 안정성·연속성이 떨어질 부작용을 고려해 교체 폭을 결정했다. 사외이사 절반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분산형 교체 구조로 전환해 나가기로 했다. 이사회 책임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내놓은 절충안으로 보인다.
지난해
KT에서 소액 결제·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이사회 책임론이 제기됐다. 김영섭
KT 대표이사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지만, 김 대표 체제 출범과 이후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한 이사회는 보안 사고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사회는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시행하는 수습책을 결정했다.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하면서 이사회 책임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박윤영 후보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후보군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조승아 사외이사의 결격 사유(
현대제철 사외이사 겸직)를 뒤늦게 확인했다.
KT 이사회는 법률 검토 결과 대표 선임 절차에 하자가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이사회 운영이 미흡했다는 오점을 남겼다.
김용헌 이사회 의장을 제외한
KT 나머지 사외이사진은 대부분 2023년 6월 임시 주총 때 신규 선임됐다. 그해 초 리더십 교체 과정에서 외압 논란이 불거지며 사외이사진이 대거 사임했다.
KT는 외부 위원으로 New Governance 구축 TF를 꾸리고, 사외이사·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개선했다. 외부 전문 기관과 주주 추천을 받아 출범한 이사회였지만, 지난해 보안 사고와 대표 선임 논란을 거치며 절차적 정당성만으로는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