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6년 만에 기술 전문성을 보유한사외이사를 선임한다. 이사회 전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법률 전문가가 빠진 자리를 기술 전문가가 채우게 된다. 조선업 업황 회복과 친환경·디지털 전환이라는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이사회 구성의 무게추를 다시 기술로 옮기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전체 이사회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은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5년 전부터 관계 출신 인물을 꾸준히 영입했다. 현재 사외이사 4인 가운데 3명은 정부기관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인물들이다.
◇법률가 자리 기술 전문가로 채워 삼성중공업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1명 교체하게 된다. 조현욱 사외이사는 2020년 선임돼 올해로 임기 6년을 모두 채우고 물러나게 된다. 조 이사는 듀크대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더조은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도 맡고 있다.
그의 자리를 메울 후보는 이연승 교수다. 이연승 후보는 해양시스템공학을 전공한 조선해양 분야 연구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해양시스템공학전공 연구부교수를 지냈고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홍익대 과학기술대학 조선해양공학과 부교수이자 자율주행 모빌리티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해양환경에너지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친환경 선박·해양에너지 분야 연구도 이어왔다.
삼성중공업은 이 후보에 대해 “설계부터 생산까지의 공정 이해와 산업 정책 경험을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공공기관 수장 경험은 안전·규제·정책 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요소다. LNG·암모니아 추진선, 해상풍력 설치선 등 고부가 친환경 선박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술·정책을 아우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기술 전문가가 사외이사진에 합류하는 것은 2020년 이후 6년 만이다. 직전에
삼성중공업 사외이사 중 기술전문성을 보유했던 인물은 신종계 전 사외이사다. 신 전 이사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와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등을 지낸 학계 원로다. 선박 설계·구조해석 분야 권위자다.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기술 분야 전문가를 법률가로 대체했다가 다시 이를 기술 전문가로 교체하게 됐다.
◇정·관 출신 중심 사외이사진 구축 삼성중공업의 사외이사진의 면면을 5년 전부터 보면 정계·관료 출신 비중이 높아졌다. 2020년까지 재무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졌던 사외이사진은 이후부터 정, 관계 출신으로 빠르게 재구성됐다.
정, 관계 출신 인사를 살펴보면 2021년에는 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합류했다. 이 전 장관은 고용노동부 차관을 거쳐 장관을 지낸 노동정책 전문가다. 이는 대형 조선소 특성상 산업안전과 인력 구조조정 이슈가 빈번한 점을 감안한 인선으로 해석됐다.
2024년에는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19대 국회의원)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산업·에너지 정책을 총괄했던 이력은 조선·해양 산업의 수출·통상 환경 대응에 강점으로 꼽힌다. 2025년 합류한 김상규 전 조달청장 역시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로 공공조달·예산·재정 운용 경험을 갖췄다. 방산·특수선 사업 비중이 있는 회사 입장에서는 공공 발주 구조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자산이다.
이처럼 최근 수년간
삼성중공업 이사회는 외부환경 대응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성돼 왔다. 업황회복 국면에서 기술 경쟁력이 다시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이사회 내 전문성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업은 탄소중립 규제, 자율운항·디지털 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 변화를 동시에 맞고 있다. 단순 수주 확대를 넘어 선종 고도화와 기술 차별화가 수익성 개선의 관건이 되고 있다. 이사회 차원에서도 프로젝트 리스크 검증, 연구개발(R&D) 투자 방향 설정, 전략적 제휴 판단에 기술적 식견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