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엔진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의무화하는 상법 기준에 맞춰 정관을 손질한다.
HD현대마린엔진은 자산 규모 등이 상법상 기준에 미치지 않지만 HD현대그룹 차원의 정책에 따라 이사회의 독립성 관련 의무를 선제적으로 준수해 왔다. 다가오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개정 상법에 맞춰 정관을 손질하면서 기존의
선진적 이사회 운영체계를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다.
이사회의 인원 구성 측면에서는 재무 전문가 대표이사체제에서 사업 전문가 대표이사체제로의 전환에 맞춰 사내이사 조합이 달라진다. HD현대그룹의 인수 뒤 안정화 작업이 모두 끝나고 본격 성장의 가도를 달리고자 하는 의도가 나타난다.
◇정관 개정보다 앞선 이사회 운영 HD현대마린엔진은 오는 3월24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제25기(2025년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이 중 정관 일부 변경안건의 경우 개정 상법의 반영을 포함한 제도의
선진화 조치들을 정관에 명시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 상법에서는 상장회사가 이사회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으나 오는 9월 시행되는 개정 상법에서는 사외이사의 명칭이 독립이사로 변경되고 독립이사가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을 구성해야 한다.
HD현대마린엔진도 이에 맞춰 정관 개정을 추진한다. 다만 이미 상법상의 더 높은 의무기준을 준수하고 있어 정관 개정으로 인해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최근 사업연도의 자산총액이 별도기준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최소 3명 이상 선임해야 하며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과반을 구성해야 한다.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의무도 부과된다.
HD현대그룹에는 그룹 차원에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 등 5인으로 이사회를 꾸리고 감사위원회와 사추위를 설치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사외이사를 4명 두고 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을 제외하면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상장 계열사에 이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은 옛 STX중공업으로 2024년 7월 HD현대그룹에 인수됐다. 전년도(2023년) 별도기준 자산이 4455억원에 불과했음에도 그룹의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이며 상법상 2조원의 기준을 충족하는
선진적 이사회 운영체계를 구축했다.
개정 상법에서는 별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한해 주주총회를 통해 분리 선임되는 감사위원의 수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고 해당 이사의 선임에는 개별 주주의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되는 '3%룰'을 강화 적용하는 의무도 추가로 부과한다.
HD현대마린엔진은 이번 정관 변경을 통해 해당 의무 역시 선제적으로 준수할 예정이다. 지난해 별도기준 자산이 7833억원으로 아직 2조원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상법 개정으로 발생하는 추가 의무까지 준수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 일반주주들의 총회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자주주총회 제도의 도입 역시 정관에 반영한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사외이사 확대, 사내이사 2명은 조합 변경 HD현대마린엔진은 사외이사 3명 중 윤경식 사외이사의 임기가 오는 3월, 박태호 사외이사와 이사철 사외이사의 임기가 내년 3월 각각 만료된다. 이번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윤경식 사외이사와 더불어 박태호 사외이사까지 2명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즉 분리 선출 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박 사외이사는 추가 임기가 1년, 윤 사외이사는 2년이다.
이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이사의 상법상 제한이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나는 데 따른 조치다.
HD현대마린엔진은 사외이사 3명으로만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 중 윤 사외이사가 분리 선출 감사위원에 해당한다. 여기에 박 사외이사를 분리 선출 이사로 더하는 것이다.
사내이사의 경우 강영 대표이사와 여인표 생산부문장의 임기가 모두 올 3월 만료된다.
HD현대마린엔진은 작년 말 그룹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로 내정된 유정대 전무와
HD한국조선해양의 원가회계부문장을 지내는 고병조 상무를 새롭게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사내이사 진용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사내이사의 조합에 주목한다. 기존에는 재무 전문가인 강영 사장이 대표이사로서
HD현대마린엔진을 총괄 지위하고 여 생산부문장이 강 사장을 보좌하는 조합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생산 분야 역량을 보유한 유 대표가
HD현대마린엔진을 이끌고 재무 전문가 고 상무가 유 대표를 보좌하는 것으로 바뀐다.
기존에 재무 전문가가 생산 전문가보다 더 큰 권한을 쥐었던 것은
HD현대마린엔진이 2024년 7월 HD현대그룹에 인수된 이후의 통합 및 안정화(PMI)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제 생산 전문가에 더 큰 권한이 부여된다는 것은 PMI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릴 준비가 됐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HD현대마린엔진은
HD현대그룹 조선사로 향하는 캡티브 물량 이외에도 중국 조선사들의 엔진 수요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면서 글로벌 조선업 호황에 따른 수혜를 극대화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1~2월에만 중국 조선사들과 4건의 엔진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벌써 총 1681억원어치 일감을 수주했다. 2024년 매출 3158억원의 53.2%에 해당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