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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 SK하이닉스

포스트 곽노정 경쟁구도 서막 '안현 vs 차선용'

사내이사 교체→차기 리더 경험 제공, 한명진 대신 김정규 합류

김도현 기자

2026-02-26 15:40:42

초호황기를 지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미래 대비에 나선다.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에 더해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 육성에 돌입한 상태다. 같은 맥락에서 이사회 재편을 단행한다.

SK하이닉스는 내달 25일 경기 이천사업장에서 '제78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요 안건 중 가장 이목을 끄는 건 차선용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다.

차 사장은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미래기술연구원장(부사장)에서 승진했다. 그는 SK하이닉스에서 D램 코어 TF담당, D램 TD 담당, D램 개발담당 등 요직을 거쳐 2022년부터 미래기술연구원에서 재직 중이다. 2024년 말에는 미래기술연구원장에 올랐다.

해당 인사로 SK하이닉스는 '5사장단(곽노정-김주선-안현-송현종-차선용)' 체제를 갖추게 됐다. 앞서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미래기술연구원 △개발총괄 △양산총괄 △코퍼레이트 센터 등 5개 조직 위주로 개편한 바 있다.

이 중 AI 인프라(김주선 사장), 개발총괄(안현 사장), 코퍼레이트 센터(송현종) 등 3곳만 사장 조직이었다. 차 사장 존재로 미래기술연구원도 부사장급에서 한 단계 격상하게 됐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뒤를 이을 아이템을 발굴할 인원들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더불어 차 사장이 사내이사에 합류하면 미래기술연구원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차 사장 개인적으로도 사내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다. 단순 사장이자 사내이사를 넘어 유력한 차기 CEO 후보자로 거듭나서다.

SK하이닉스는 차 사장의 이사진 합류에 대해 "CEO 후보군에 대해 전사적 관점의 경영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사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기회 제공 일환으로 선임했다"며 "사내 최고 기술 리더십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 사장은 이사회에서 빠진다. 표면적으로 차 사장에 밀린 그림이지만 안 사장의 역할이나 입지에는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안 사장은 '포스트 곽노정'으로 종종 거론돼왔다.

안 사장이 이사회 경험을 먼저 쌓은 다음 차 사장에도 관련 기회를 제공하는 구도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SK하이닉스 대표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에서 주요 경영진 간 견제와 동기부여 차원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영현 부회장이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으로 취임하기 전후로 마땅한 적임자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과도기를 최소화하고자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하는 양상이다.

동시에 곽 사장의 입지는 재확인된 것으로 읽힌다. 당장 안 사장이 곽 사장을 대신하기보다는 차 사장과의 경쟁을 유도하면서다. 당분간 곽 사장 체제가 유지됨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SK텔레콤 통신(MNO) CIC장으로 이동한 한명진 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에서 빠진다. 대신 김정규 SK스퀘어 신임 대표가 빈자리를 채운다. SK하이닉스 모회사 수장으로 중대한 사안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할 방침이다. 장용호 SK 대표는 기타비상무이사직을 이어간다.

사외이사에서는 이사회 의장인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한 교수는 SK하이닉스의 첫 여성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한 교수가 떠나고 고승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최강국 법무법인 가온 고문이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사회 총원이 9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나면서 의장 교체도 불가피해졌다. 내달 주총 전후로 사외이사 가운데 의장이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선도적으로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한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