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화재보험(현대해상)이 보유 자사주의 소각을 추진한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제도로 인해 배당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을 계기로 자사주를 활용해 주주환원에 나서는 것이다.
앞서 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제도의 완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현대해상의 배당여력 제한에도 빗장이 다소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현대해상은 비과세 배당재원을 확대하는 등 배당 재개에도 대비한다.
◇기본자본 축소 부담 안은 2800억 자사주 소각계획
현대해상은 3월2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2025년도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자본준비금 감소 △자사주 처분계획 승인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의 분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을 상정한다. 이 중 자본준비금 감소 안건과 자사주 처분계획 승인 안건이 주주환원 관련 안건으로서 일반주주들의 주목을 받는다.
먼저 자사주 처분계획의 경우
현대해상은 이전부터 보험업종 내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과 관련해 적지 않은 기대를 받아 왔다.
현대해상은 보유 자사주 지분율이 12.29%로 10%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한 6개 상장 보험사 중 하나다. 12개 상장 보험사 중에서는 5번째로 자사주 지분율이 높다.
현대해상은 보유 자사주 중 3%를 임직원 주식보상의 용도로 남기고 나머지 9.29%를 절반으로 나눠 4.64%를 올해, 나머지 4.64%를 내년에 소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전체 소각 규모가 약 2800억원에 이른다.
현대해상은 보유 자사주의 취득으로 인한 자본 차감 영향을 재무제표에 자본조정 항목으로 -677억원만큼 이미 반영해 뒀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본조정에 따른 차감액 중 일부가 사라지는 대신 같은 금액이 잉여금에서 차감된다. 즉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현대해상의 총자본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현대해상은 배당가능이익의 부족으로 지난해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진행하는 셈이다. 약 2800억원의 소각 금액은 현대해상의 2025년 별도기준 순이익 대비 51%에 해당한다. 올해 소각 계획을 예정대로 집행한다면 배당성향 25%가량의 배당을 실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향후 배당 재개 대비한 비과세 배당재원 확보
현대해상이 오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받기로 한 자본준비금 감소 안건은 자본준비금 1132억원 중 685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감소 이후 자본준비금은 447억원으로
현대해상의 자본금과 같은 금액이다.
현대해상은 이익잉여금으로 전입된 금액을 향후 비과세 배당의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당장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배당가능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해 배당을 실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별도기준 순이익 5611억원을 거둬 전년 대비 45.6% 감소했다. 이익이 줄기는 했으나 배당재원이 부족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배당가능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보험사들이 계약의 일괄해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탓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이익잉여금의 일부로 자본에 적립되지만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산출에서는 제외된다. 심지어 보험사가 영업을 통해 신계약을 늘릴수록 적립예정액도 함께 늘어난다. 때문에 회계상 순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는 보험사들이 적지 않다.
현대해상의 경우 2024년 순이익 1조307억원의 실적 신기록을 내고서도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지 못해 지난 22년간 이어 온 결산배당을 건너뛰어야 했다. 올해도 별도의 배당 관련 공시를 내지 않은데다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할 2025년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배당 관련 내용이 제외되면서 2년 연속 미배당이 확정됐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의 배당가능이익이 마이너스(-)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는 물론이고 올해 결산배당도 실시 여부가 불투명한 수준이다. 다만 최근 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의 완화를 논의하고 있는 만큼
현대해상도 배당 재개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입 역시 이를 대비한 것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당장 배당을 실시하지는 못하더라도 향후 배당 실시가 가능해질 때 주주가치 제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비과세 배당재원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