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그룹은 공시
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2023년 중 2세 승계를 진행했다.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던 비상장회사의 최대주주 자격이 성기학 회장에서 차녀 성래은 부회장으로 넘어갔다. 각종 공시 의무와 사익 편취 규제 등에서 빗겨난 상태에서 지분 이전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성 회장이 공시
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기 위해 계열사를 누락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검찰 수사에서 고의성이 드러나게 되면 승계 투명성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성 회장을 향한 사법 리스크가 그룹으로 번질 수 있다.
◇3년간 82개사 누락, 공시대상기업집단 고의 회피 가능성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영원무역의 공시
대상기업집단 회피 시점은 2021부터 2023년까지 3년간이다. 공정위는 영원무역이 공시
대상기업집단 지정 심사에 필요한 계열회사 현황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고 봤다. 공시집단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계열사를 누락했다는 게 골자다.
공정위는 3년간 총 82개사가 누락됐다고 추정했다. 연도별로 △2021년 69개사 △2022년 74개사 △2023년 60개사 등이다. 이 회사들의 별도 자산총계가 3조2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이번 사례가 동일인(총수) 지정자료 허위 제출 행위 적발 건 중 규모가 가장 크고 회피 기간도 가장 길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자산총계가 5조원 이상일 경우 '공시
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한다. 이들 공시집단은 기업집단 현황,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관련 공시 의무 등을 진다. 또 사위 편취 규제, 즉 총수 일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이 금지된다.
영원무역그룹은 200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사는
영원무역홀딩스, 사업회사는 영원무역 등이 있다. 2024년 처음 공시
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이 지난해 8월 제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18개로 자산총계는 5조205억원으로 파악된다.
◇그룹 지배구조, 성 부회장→YMSA→영원무역홀딩스 완성 문제는 영원무역그룹이 공시집단 지정을 회피했던 기간에 사실상 2세 승계를 마친 데 있다. 영원무역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기업은
영원무역홀딩스가 아닌 비상장사 YMSA다. 성 회장은 2023년 중 차녀인 성래은 부회장에게 YMSA 지분 50.1%를 증여했다. 이후 성 회장 보유 YMSA 지분 49.9%로 줄었다.
이로써 영원무역그룹 지배구조는 성 부회장→YMSA→
영원무역홀딩스→영원무역으로 이어진다. YMSA는
영원무역홀딩스 최대주주로 지분 29.29%를 갖고 있다. 성 회장 지분은 16.94%, 성 부회장 지분은 0.03%다.
영원무역홀딩스는 다시 영원무역 지분 50.52%를 확보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성 부회장은 영원무역그룹 경영 전면에도 나섰다. 2016년부터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영원무역의 대표이사는 아직까지 성 회장이다. 다만 성 부회장 역시 경영총괄로 성 회장의 뒤를 이을 예정이다.
성 회장은 계열사 현황 자료를 제출하면서 주력 계열사 5곳
영원무역홀딩스, 영원무역, 영원아웃도어, 스캇노스아시아, YMSA만 포함시켰다. 이 외 성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는 물론 성 부회장을 포함한 친인척의 개인 회사까지 계열사에서 빠뜨렸다. 특히 성 부회장이 100% 지분을 확보한 '래이앤코'는
영원무역홀딩스, YMSA 등 계열사와 거래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즉 영원무역그룹의 2세 승계는 주주와 시장 감시 밖에서 이뤄졌다. 공시
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지 않으면서 각종 내부거래, 오너일가의 계열사 자금 대출, 오너일가간 지분 이전 등이 모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됐다.
검찰은 공정위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수사에 나선다. 공정위의 고발
대상은 성 회장이지만 사법 리스크가 성 부회장에게까지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은 성 부회장이 고의로 계열사를 누락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할 전망이다.
영원무역그룹은 논란에 대해 "실무 착오가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행위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누락 회사 상당수에 대해서도 "동일인 외가 보유 회사, 등기임원 보유 회사로 파악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그룹은 "현재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영원무역그룹은 글로벌 아웃도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으로 성장했다.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 브랜드 상품을 위탁생산하고 국내 판매하고 있다.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 영업이익은 7억3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2.2%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