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2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해 인수한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의 이사회에 큰 변화를 줬다. 이사회 구성원이 대폭 확대됐고 디바이스경험(DX·Device eXperience)부문 경영진이 대거 선임됐다.
신임 이사회 멤버 중에서는 윤준오
삼성전자 하만협력팀장(부사장)이 눈길을 끈다. 다른 경영진은 DX부문 휘하 생활가전(DA·Digital Appliances)사업부 임원이지만 윤 부사장은 결이 다른 사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구성원 대폭 확대, DA사업부 과반 장악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플랙트그룹은 최근 이사회 구성원에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2명이었는데 6명으로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당시 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작년 11월에 딜클로징(거래종결)한 이후에는 김철기 DA사업부장(부사장)과 트레버 영(Trevor Young) 전 플랙트그룹 CEO 2명이 이사회 구성원이었다. 그 후 트레버 영이 물러난 뒤에는 데이비드 도니 신임 CEO가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플랙트그룹에서 1명,
삼성전자에서 3명이 새롭게 이사회에 진입했다. 우선 토비아스 케털리(Tobias Ketterle) 플랙트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선임됐다. 그는 KPMG와 REWE그룹, Wilo그룹, DSD 등을 거쳐 2022년9월 플랙트그룹에 CFO로 합류했다.
삼성전자가 플랙트그룹을 인수한 뒤 CEO를 교체했지만 핵심 보직 중 하나인 CFO는 그대로 유지해 눈길을 끈다. 케털리 CFO 입장에서는 이번 이사회 진입으로
삼성전자의 신뢰를 확인하게 됐다.
삼성전자에서는 DX부문 경영진 3명이 투입됐다. DX부문 휘하 DA사업부에서 에어솔루션사업을 맡는 임성택 부사장이 선임됐다. 그는 과거 컴프레서&모터사업을 담당해 에어컨·냉장고의 핵심 부품 개발을 총괄했던 전문가다. 냉난방공조(HVAC)사업을 펼치는 플랙트그룹과 연관이 깊은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심재현 DA사업부 지원팀장(부사장)도 이번에 새롭게 선임됐다. 지원팀은
삼성전자의 주요 부서로 꼽힌다. 재경팀과는 별도의 부서로 각 사업부에 지원팀이 있는데 예산을 비롯한 재무·자금적인 업무를 담당해 요직으로 꼽힌다. 플랙트그룹이 DA사업부와 밀접한 사업을 하는 만큼 심 부사장도 이사회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윤준오 부사장, 하만 이사회 진입 언제쯤 윤 부사장이 플랙트그룹 이사회에 새로 진입한 것도 관전포인트다. 하만협력팀은 조직도상 DX부문 휘하의 조직이다. DA사업부와는 별개의 조직으로 플랙트그룹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사업적으로도 하만과 플랙트그룹의 협력이 시사된 적이 없다.
도니 CEO는 올 1월
삼성전자 뉴스룸에 게재된 인터뷰를 통해 "플랙트그룹의 공조분야 전문성과
삼성전자의 종합적인 기술 리더십을 결합해 더 스마트하고 연결된 솔루션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예를 들어 플랙트그룹의 공조 시스템을 삼성의 스마트싱스 프로(SmartThings Pro), 빌딩 통합 솔루션(b.IoT)과 연동하면 한층 고도화된 에너지 관리와 스마트빌딩 솔루션으로 확장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플랙트그룹이 자동차·전장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하만의 공장 운영에 관해서는 협업이 가능하다. 산업용 공장에서 대형 환기·냉각시스템 등의 사업을 펼치기 때문이다.
사업적인 측면 외에 윤 부사장의 개인적인 역량이 이사회에 진입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윤 부사장이 예전에 하던 일이 M&A여서 선임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미래전략실(미전실) 근무 경험이 있는 핵심 임원 중 하나다. 그는 2013년12월 정기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그 직후 전략TF 임원으로 있다가 미전실 전략1팀·기획팀·사업지원TF 등을 거쳤다. 2023년12월 전장사업팀장으로 임명됐다. 이 팀은 2024년12월 하만협력팀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윤 부사장이 지속 이끌고 있다.
하지만 윤 부사장은 정작 하만의 이사회 구성원은 아니다. 이번 입지 확장을 기반으로 향후 하만 이사회에도 진입할지 주목된다. 하만 이사회 의장은 손영권 전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다. 손 의장 외에
삼성전자측에서는 안중현 사업지원실 M&A팀장(사장)·박순철
삼성전자 CFO가 이사회 멤버다. 하만측에서는 크리스천 소봇카 CEO·데이브 로저스 소비자오디오사업부 사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