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연구개발(R&D)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품 개발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타이어 설계부터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 검증, 사내 AI 플랫폼 구축까지 연구개발 전 과정에 AI를 접목하며 차세대 경쟁력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시제품 대신 AI가 먼저 검증…개발 방식 바뀐다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금호타이어의 AI 전략은 지난해와 비교해 한 단계 진화했다. 2025년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제품 성능 시뮬레이션과 연구개발 효율화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올해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설계 프로세스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AI를 연구개발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생성형 AI 기반 타이어 개발 프로세스다. 금호타이어는 AI를 활용해 타이어 패턴을 생성하고 성능을 예측한 뒤 최적 설계를 도출하는 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생성형 AI가 다양한 패턴을 설계하면 AI 예측 모델이 회전저항, 접지력, 소음 등 주요 성능을 분석하고, 최적화 모델이 가장 우수한 설계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이후 디지털 트윈을 통해 실제 차량 환경을 가상으로 구현해 성능을 검증한다.
기존에는 설계를 마친 뒤 시제품을 제작하고 반복적인 실차 시험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AI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시제품 제작 이전 단계에서 수많은 설계안을 가상으로 검증할 수 있다.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 시행착오를 줄여 개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이는 AI를 단순한 업무 지원 도구가 아니라 연구개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전기차용 타이어처럼 저소음과 내마모성, 회전저항 등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고난도 제품이 늘어나는 만큼 AI를 활용한 설계 역량은 앞으로 제품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연구소 넘어 생산·품질까지…전사 AI 체계 구축
AI 활용 범위는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사내 AI 플랫폼 'AI Roro'를 구축해 연구소와 생산현장, 품질관리 조직까지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구축된 AI Roro는 사내 문서와 연구자료, 생산 기준서, 품질 매뉴얼 등을 통합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회사는 반복적인 문서 검색과 자료 조사 시간을 줄여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과 품질 대응 속도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과거 개발 자료와 특허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고 생산 현장에서는 설비 기준과 품질 대응 절차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AI를 특정 조직이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전사 업무 체계에 내재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역량 강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생성형 AI와 챗GPT 활용 교육을 실시하고 연구 인력에게는 파이썬과 머신러닝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IT 부문에는 AI 역량 인증(AICE) 취득을 지원하고 독립이사를 대상으로도 AI 교육을 진행하는 등 AI 활용 역량을 조직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AI 활용에 따른 관리 체계도 마련했다. 올해 보고서에는 AI 윤리와 정보보안, 데이터 관리, AI 리스크 대응 등 AI 거버넌스 관련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보안과 규제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고인치 타이어와 북미·유럽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면 앞으로는 AI를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 경쟁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량 특성에 맞는 고성능 타이어 개발 속도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AI 기반 설계 역량이 완성차 업체 대상 신규 수주 경쟁에서도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