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으로 전자주주총회 도입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지만 기업들의 대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기업은 전자출석 근거를 정관에 반영한 반면 일부는 직접 출석 원칙을 명문화해 전자주총 도입 가능성을 배제했다. theBoard가 정관 개정 사례를 토대로 기업별 선택과 그 배경, 전자투표와 전자주총의 차이, 주주권과 이사회 운영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상법 개정에 따른 전자주주총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상장사들이 정관 정비에 나섰다. 일부 기업은 전자주총 개최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다른 기업들은 주주가 주주총회 소집지에 직접 출석하는 방식만 허용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명문화했다.
전자주총을 당장 개최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향후 이사회가 원격 출석을 허용할 여지까지 정관으로 제한한 것이다. 같은 상법 개정에 대응하면서도 기업별 선택은 주주총회 개최 방식을 둘러싸고 갈리기 시작했다.
변경 이유에는 개정 상법 반영이나 전자주주총회 도입 여부 등이 제시됐다. 일부 기업은 개정 표준정관 가운데 전자주주총회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는 안을 선택했다는 사실도 명시했다.
◇법은 선택권 열었지만 기업은 정관으로 배제
개정 상법은 2027년 1월 1일부터 상장회사가 정관으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이사회 결의로 전자주총을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주주 일부가 현장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원격지에서 전자적 방법으로 결의에 참가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허용 조항을 정관에 넣지 않아도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자주총을 열 수 있는 구조다.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은 셈이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의무다. 다만 법은 전자주총 의무 개최 대상이 아닌 기업은 정관을 통해 이 같은 기본 원칙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직접 출석 방식만 허용한다는 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원격 출석을 배제할 수 있다.
theBoard는 2026년 정기·임시주총 소집공고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에서 '직접 출석', '전자주주총회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 '상법 제542조의14' 등 전자주주총회와 유관한 문구를 중심으로 정관 변경안을 살펴봤다. 적어도 79곳의 기업이 유사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이들 기업들은 자산총액 2조원 미만으로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관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아도 이사회가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현장 주총만 이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정관을 변경한 데에는 향후에라도 전자주주총회가 도입될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목표가 숨어있다.
회사가 현재 전자주총을 열지 않는 것과 정관으로 개최 방식을 제한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정관에 별도 제한을 두지 않은 기업은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자주총을 열 수 있다. 직접 출석 방식만을 규정한 기업은 이사회가 개최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정관부터 다시 바꿔야 한다.
전자주주총회 의무 기업이 아니라면 직접 출석 조항 자체가 위법하지는 않다. 실제 정관 변경안도 각 회사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채택됐다. 하지만 상법이 별도의 정관 개정 없이도 전자주총을 열 수 있도록 기본값을 설정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굳이 반대 방향의 조항을 신설했다는 점은 살펴볼 만하다. 당장 시스템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는 정관상 개최 가능성까지 제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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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표준정관 영향 컸다…전자투표는 허용, 전자주총은 막은 기업도
직접 출석 조항이 여러 기업에서 같은 형태로 나타난 데에는 코스닥협회 표준정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공시상 변경 사유에 표준정관을 따랐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일부 기업은 표준정관이 제시한 복수 안 가운데 전자주총을 허용하지 않는 안을 선택했다는 점을 밝혔다.
2026년 개정된 코스닥상장법인 표준정관은 전자주총과 관련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조항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이사회 결의로 원격지에서 전자적 방법을 통해 결의에 참가할 수 있는 주주총회를 열도록 허용하는 안이다. 두 번째는 총회일에 주주가 소집지에 직접 출석하는 방식으로만 총회를 개최하도록 하는 안이다.
위메이드는 정정 전 공시에서 선택 이유를 한층 구체적으로 적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전자주총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의 권고안을 택했다고 공시했다. 이노션은 변경 목적에 아예 전자주주총회 배제에 따른 정관 신설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표준정관을 따랐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기업의 선택 배경까지는 설명되지는 않는다. 관련 공시에서는 이런 판단 과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이사회가 전자주총의 장단점을 별도로 논의했는지와 실제 시스템 비용을 검토했는지, 향후 주주 요구가 커지면 정관 변경을 재검토할 것인지 등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직접 출석 조항을 넣은 기업 가운데 전자투표를 운영한 곳도 확인됐다. 케이엠은 해당 정기주총에서 전자투표 제도를 활용하면서 정관에는 직접 출석 방식만 허용하는 조항을 반영했다. 주총 전에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원격으로 주총에 출석해 의사진행에 참여하는 것을 별개의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전자투표는 주주가 주총 전 일정 기간 안건별 찬반을 표시하는 제도다. 전자주총은 주주가 총회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질문과 발언, 현장 표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전자투표를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전자주총을 통한 원격 참여까지 허용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상장사 밖에서도 직접 출석을 원칙으로 정관을 정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비상장사인 두나무도 2026년 임시주총에서 주주총회 개최 방식과 관련한 정관 변경을 추진했다. 비상장사인 만큼 상장회사 전자주총 특례와 동일한 기준으로 볼 수는 없지만 기업들이 주총 개최 방식을 정관 차원에서 구체화하고 있다는 흐름의 하나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