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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정용건 우리금융 사외이사 "소액주주와 금융소비자 요구 반영돼야"

연금 기금위·금융감시센터 거쳐 금융권 이사회 진출…윤리·내부통제 강화 속도

김예린 기자

2026-07-16 08:09:36

신한투자증권 금융맨에서 노동운동가, 금융소비자보호 활동가로 변신했던 인물이 금융지주 이사회 감사위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금융지주 신임 사외이사 정용건 사회연대포럼 대표는 27년간 신한투자증권에서 근무하며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 전문성을 갖췄고 신한투자증권 노조위원장과 전국증권산업노조 초대위원장을 지내며 노동자를 대변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 및 연금개혁특위 위원을 역임하며 공적연금 강화 운동을 이끄는가 하면 금융감시센터 대표를 맡아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해 왔다. 현재는 사회연대포럼 대표직과 함께 국민연금 나눔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이런 이력의 그가 올해 3월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윤리·내부통제위원장으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정 이사는 "이사회가 대주주 이익만 쳐다보는 거수기를 넘어 소액주주와 금융소비자 등 이해당사자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라며 "금융소비자 보호 분야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거리와 건물 밖에서 요구했다면 이번에는 이사회라는 공간 안으로 들어와 실질적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는 그간 금융권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자처해 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자 피해자 구제와 투기자본 감시를 위해 2020년 금융감시센터를 설립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내용도 잘 모르는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하고,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지만 책임지지 않았다"며 "문제가 생겼으면 이사회가 신속히 책임지고 고객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활동해 왔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 시절에는 자산 투명성 제고에 기여했다. 2008년 국민연금 기금 적자 당시, 일부 투자자산을 시가가 아닌 매입가로 평가해 수익이 난 것처럼 보고되는 문제를 발견하고 반대해 표결까지 끌고 가면서 시가평가 제도를 도입시켰다. 그는 "우리금융지주의 슬로건은 '금융을 통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인데 이곳에서 메기 역할을 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사외이사 제안에 응했다"고 전했다.

그에게 사모펀드가 무조건 투기자본은 아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케이카·케이카캐피탈 최대주주였을 무렵, 그는 케이카캐피탈 CCO 겸 준법감시인으로 소비자 보호에 목소리를 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누군가는 사줘야 청산을 막을 수 있다"라며 "회사를 살려 일자리를 지키고 되파는 것은 긍정적(기능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자기 돈은 들이지 않고 자본재조정을 통해 과도한 인력 구조조정이나 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어렵게 만드는 사모펀드는 경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사후 아닌 사전 통제 중요, 과점주주 과대 대표 구조도 고민해야"

올해 신설된 윤리·내부통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이사는 위원회의 핵심 과제로 '사전적 통제'를 꼽았다. 기존 감독·감사 체계가 사후적 측면에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임직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사고 우려가 있으면 보고·점검·모니터링하는 기업문화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 키워드"라고 말했다.

거듭 지적된 해외 자회사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는 한국 금융권 전반의 '군집행동'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어느 금융사가 수익이 났다고 하면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현지 시장·정부 정책 변화를 파악한 뒤 섬세한 모니터링과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법인 우리소다라은행에서 1078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겪었다. 현지 중견 수출기업이 허위 신용장을 제출해 대출받으면서다. 그는 "외부 회계기관이 끊임없이 점검하고 있고 현지 직원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며 "하반기 중 관련 점검 결과를 보고받아 제대로 통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임 5개월째, 정 이사의 영향력으로 개선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회의 시간이 제한돼 충분한 토론이 일어나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해 회의 시간을 여유 있게 배정하도록 바꿨고, 안건 상정 절차도 위원회별 실무진이 각자 정리해 올리던 방식에서 다른 위원회 실무진도 안건을 제안할 수 있는 형태로 열어뒀다.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의식도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는 과점주주가 추천한 윤인섭(푸본생명), 김춘수(유진PE), 김영훈(키움증권), 이강행(한국투자증권) 등 4명과, 임추위가 추천한 이영섭·정용건·류정혜 등 총 7명으로 사외이사진을 구성했다. 사내이사인 임종룡 회장을 포함하면 자체 선발 이사가 4명, 나머지는 모두 과점주주가 선임한 인물이다.

그는 "우리금융 이사 8명 중 과점주주 4곳의 지분을 합치면 16%가 채 안 되는데도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우리은행우리사주·우리금융지주우리사주(7.76%)와 국민연금(6.84%)도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과점주주가 과대 대표되는 구조는 거버넌스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짚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배당과 성장의 균형

정 이사는 임종룡 회장 1기 체제에 대해서는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 주주환원율 상향, 민주적 이사회 거버넌스 구축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재무전략과 관련해서도 "우리금융이 은행에 지나치게 집중돼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했던 만큼, 우리투자증권 완전 자회사 편입과 최근 1조원 유상증자, 동양생명·ABL생명 완전 자회사화는 적절한 방향"이라며 "증권 부문에 대한 인력·자금 배분과 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한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이 지주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주환원과 성장 투자 사이에서 무엇이 중요하느냐는 질문에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주주환원율이 36.8%로 오르며 가시적 성과를 낸 만큼 이제는 건전성 규제와 지속 가능한 성장, 자본의 전략적 배분에 더 초점을 맞춰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회장의 2기 체제에서는 혁신을 통한 성과와 기업문화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성과에 따라 승진과 보상이 이뤄지고,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책임을 묻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성과만 요구하는 것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지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결국 기업문화의 혁신에서 나온다"며 "익숙했던 것과 결별하고 혁신해야 하며, 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CEO와 이사의 역할로 서로 견인해줄 수 있어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