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과 4대 금융지주의 이사회는 규모부터 구성, 운영 방식까지 차이가 뚜렷했다. 금융지주는 이사회 규모가 더 컸고 독립이사와 여성 이사 비중도 높았다. 이사회 의장은 4곳 모두 독립이사가 맡았다. 반면 이사들의 겸직은 10대 그룹에서 훨씬 활발했다.
두 집단에 적용되는 법체계가 다른 점이 이사회 구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10대 그룹 계열사는 일반 '상법'을 적용받는 반면 4대 금융지주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의 적용을 받는다. 독립이사 구성부터 의장, 이사회 내 위원회까지 금융회사에 더 촘촘한 기준이 적용된다.
◇독립이사 58.5% vs 80%…법이 가른 이사회 구성
theBoard는 2025년 12월 31일 기준 재임 중인 이사를 기준으로 국내 10대 그룹과 4대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81곳을 분석했다. 전체 이사회 조사 모집단은 시가총액 상위 200대 기업이다. 이 가운데 10대 그룹과 4대 금융지주 소속 기업을 추린 만큼 각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포괄하지는 않는다.
2025년 말 기준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토대로 이사회 구성과 겸직 현황 등을 조사했다. 조사 기준에 부합하는 이사 584명을 통계의 원자료로 활용했다.
10대 그룹 77개 계열사의 이사회는 평균 7.1명으로 4대 금융지주(10명)보다 작았다. 독립이사와 여성 이사 비중도 금융지주가 높았다. 반면 이사 1인당 겸직 수는 10대 그룹이 금융지주의 4.8배였다. 의장과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두 집단의 차이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건 독립이사 구성이다. 상법은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에 독립이사를 이사 총수의 과반수이자 최소 3명 이상 두도록 한다. '자본시장법'상 이사회 성별 구성 규정 역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대상이다.
10대 그룹 77개 계열사에는 이 기준에 미치지 않는 중소형 계열사도 포함돼 있다. 독립이사 비중은 평균 58.5%, 여성 이사 비중은 19.3%였다.
금융지주는 출발선이 다르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회사는 원칙적으로 독립이사를 3명 이상이면서 전체 이사의 과반수로 구성해야 한다. 4대 금융지주의 독립이사 비중은 평균 80%로 모두 75%를 웃돈다. 여성 이사 비중도 30%로 10대 그룹보다 10.7%포인트 높았다.
이사회 몸집도 금융지주가 더 크다. 평균 이사 수는 10명으로 10대 그룹(7.1명)을 웃돈다. 법으로 설치해야 하는 이사회 내 위원회만 4개인 만큼 이를 운영할 독립이사 수요도 상대적으로 크다.
겸직에서는 흐름이 뒤집힌다. 이사 1인당 평균 겸직 수는 10대 그룹이 1.11건으로 4대 금융지주(0.23건)의 4.8배다.
10대 그룹에서는 오너 일가나 그룹 핵심 경영진이 여러 계열사의 이사를 함께 맡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웰푸드 등 4개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3개사 이사를 겸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4개사, 권봉석 LG 부회장은 LG·
LG유플러스·
LG화학·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5개사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4대 금융지주에서는 이 같은 형태의 겸직이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사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 상근 임원이 다른 영리법인의 상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금융지주와 자회사 간 등 예외적으로 겸직이 가능한 경우에도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4대 금융지주 의장 모두 독립이사…위원회도 두 배
이사회 운영 구조에서도 법체계의 차이가 드러난다. 4대 금융지주는 모두 독립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은 매년 독립이사 가운데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독립이사가 아닌 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할 경우에는 그 사유를 공시해야 한다. 상법에는 이사회 의장을 독립이사로 두도록 하는 별도 규정이 없다. 10대 그룹에서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하거나 오너 일가가 여러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을 맡는 모습과 대비된다.
위원회 수에서도 격차가 크다. 금융회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위험관리위원회·보수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각 위원회의 과반수와 위원장도 독립이사로 구성한다.
4대 금융지주는 법정 위원회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ESG위원회 등을 더해 회사당 평균 8개의 위원회를 두고 있다. 10대 그룹 평균(4.66개)의 1.7배다. 위원회 좌석의 91.9%, 위원장의 90.6%를 독립이사가 차지했다. 위원장이 독립이사가 아닌 경우는 KB 양종희, 신한 진옥동, 우리 임종룡 등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 3곳뿐이었다.
금융지주별로는 하나금융이 9개로 가장 많고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8개, 우리금융이 7개다. 네 곳 모두 법에서 요구하는 최소 수준을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