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업 이사회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개정 상법으로 독립이사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이사회 현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할 시점이 됐다. theBoard는 2025년 말 기준 국내 10대 그룹과 4대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82곳의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토대로 이사 589명의 현황을 분석했다. 이사회의 구성과 이력, 의장 체제, 회의 및 의결 현황을 수치로 풀어 한국 대기업 이사회의 평균적인 모습을 그려본다. 그룹별 인적 구성과 운영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제도 변화 속에서 이사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사 7명 가운데 독립이사 4명, 여성 이사 한두 명이 참여해 한 달에 한 번 회의'.
가장 평균적인 우리나라 대기업 이사회의 현재 모습은 이렇게 요약된다. 국내 10대그룹과 4대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는 평균 7.2명으로 구성됐다. 독립이사가 전체 이사의 59.9%를 차지했고 여성 이사 비율은 20.0%였다. 이사들의 평균 연령은 59.3세였다. 이사회는 연평균 12.3회 열려 회사당 32.8건의 안건을 다뤘다.
국내 주요 그룹들은 보편적인 이사회의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다만 세부 설계는 그룹과 산업에 따라 갈렸다. 10대그룹 계열사는 7명 안팎의 이사회가 일반적이었지만 4대 금융지주는 평균 10명 규모의 독립이사 중심 체제를 갖췄다. 같은 대기업집단 안에서도 그룹별 평균 이사 수는 5.1명에서 8.4명까지 벌어졌다. 성별 다양성과 독립이사의 비중 등에서도 그룹별로 다른 특징들이 엿보였다.
◇대기업 표준형 이사회는 7인 구성·독립이사 4인
theBoard는 2025년 12월 31일 기준 재임 중인 이사를 기준으로 국내 10대그룹과 4대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82곳을 분석했다. 전체 이사회 조사 모집단은 시가총액 상위 200대 기업이다. 이 가운데 10대그룹과 4대 금융지주에 속한 기업을 추린 만큼 각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포괄하지는 않는다.
2025년 말 기준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바탕으로 조사 대상 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구성원 전원의 프로필, 세부 이력, 이사회 활동과 소속위원회, 의결내용, 겸직 등을 모두 조사했다. 10대그룹과 4대 금융지주 이사 중 조사 기준에 부합하는 589명을 통계의 원자료로 활용했다. 같은 인물이 두 곳 이상의 이사회를 겸하면 회사별 재임 자리마다 각각 집계했다.
조사 대상 82곳의 이사회는 최소 5명에서 최대 12명으로 구성됐다. 가장 흔한 규모는 7명 이사회였다. 37곳이 7인 이사회 체제로 전체의 45.1%를 차지했다. 5명 이사회가 13곳, 9명 이사회가 12곳으로 뒤를 이었다. 10명 이상으로 이사회를 꾸린 기업은 4곳이었다.
전체 이사 589명 가운데 독립이사는 353명으로 59.9%였다. 사내이사는 199명으로 33.8%, 기타비상무이사는 37명으로 6.3%를 차지했다. 기업 한 곳당 평균 독립이사는 4.3명이었다. 독립이사 비율 59.9%는 전체 이사 589명을 모수로 독립이사 353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기업별 독립이사 비율을 각각 산출한 후 단순평균하면 59.4%다. 수치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일부 기업들의 소·대형 이사회 규모가 전체의 비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7명 이사회 37곳 가운데 34곳은 독립이사가 4명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에서도 독립이사 수가 이사회 과반수의 기준점을 딱 한 자리 넘긴 기업이 67곳에 달했다. 독립이사가 이사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기보다 독립이사 과반의 목표를 이루는 수준에 그친 기업이 많았다는 의미다.
그래픽=클로드(Claude)로 생성한 이미지.
◇10대그룹과 금융지주 규모 차이…금융지주 평균 10명
전체 평균을 10대그룹과 금융지주로 나누면 이사회 유형은 또다시 갈렸다. 10대그룹 소속 78개사의 이사는 모두 549명으로 기업당 평균 7명이었다. 독립이사는 321명으로 전체의 58.5%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 전체에서 나타난 7명 안팎의 독립이사 과반 구조는 10대그룹의 평균값과 유사했다.
4대 금융지주의 이사회는 규모와 구성 모두 10대그룹과는 달랐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의 이사는 모두 40명으로 회사당 평균 10명이었다. 이 가운데 독립이사가 32명으로 80%를 차지했다. 10대그룹 계열사보다 이사회가 평균 3명 많았고 독립이사 비율은 21.5%포인트 높았다.
금융지주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우리금융은 8명, KB금융은 9명으로 이사회를 꾸렸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11명과 12명이었다. 다만 네 곳 모두 독립이사가 전체 이사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다. 규모는 달라도 독립이사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점은 같았다.
10대그룹 내부에서도 평균 이사 수는 뚜렷하게 갈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당 평균 8.4명으로 10대그룹 가운데 이사회 규모가 가장 컸다. HD현대는 평균 5.1명으로 가장 작았다. 두 그룹의 차이는 평균 3.3명에 달했다.
전체 평균 7.2명에는 이처럼 5명 안팎의 소규모 계열사 이사회와 10명 이상의 금융지주 이사회가 함께 들어 있다. 이사회 규모와 독립이사 비율은 법적 요건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그룹의 사업 구조와 계열사 특성, 이사회 운영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를 갖췄다.
◇여성 20%·평균 연령 59.3세·월 한 차례 회의
여성 이사는 118명으로 전체의 20%였다. 이사 5명 가운데 1명이 여성인 셈이다. 평균 7.2명 규모의 이사회로 환산하면 기업당 여성 이사는 한두 명 수준이었다. 10대그룹과 4대 금융지주 모두 성별 다양성을 준수하려는 노력에 따라 여성 이사가 참여하고 있었지만 기업과 그룹별 구성이 균일하지는 않았다.
여성 이사의 수와 비율, 의장과 위원장 등 이사회 안에서 맡은 역할에 따라 성별 다양성의 실질적인 수준은 달라졌다. 평균 연령 역시 출생연대와 주요 경력을 함께 놓고 본다면 그룹별 인적 구성의 차이가 드러났다. SK그룹은 여성 이사의 비율이 26.2%로 10대그룹과 4대 지주 중 가장 높았다. 전체 여성 이사회 의장 9명 중 5명이 SK그룹 계열사에서 나왔다.
전체 이사의 평균 연령은 59.3세로 60세에 가까웠다. 이사회 구성원 중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출신이 57.6%로 나타났다.
이사회는 평균 월 한 차례 열렸다. 개최 횟수를 공시한 74개사는 2025년 평균 12.3회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조사 대상 82곳이 다룬 안건은 모두 2689건으로 회사당 평균 32.8건이었다.
월 한 차례 회의와 연간 33건 안팎의 안건 처리는 대기업 이사회 운영이 정례화됐음을 보여준다. 이사 7명 가운데 독립이사 4명, 여성 이사 한두 명이 참여하고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여는 이사회가 2025년 말 국내 주요 대기업의 평균적인 모습이었다. 독립이사 과반과 정례적인 회의 운영은 공통분모였지만 이사회 규모와 인적 구성은 그룹별로 달랐다. 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각 그룹이 선택한 이사회 설계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