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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상법 개정 대응과 거버넌스 선진화

강용규 기자

2026-08-25 16:27:49

최근 1년 사이 3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이 진행됐다. 지난해 7월 시행된 1차 개정안은 사외이사에서 독립이사로의 명칭 변경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올 3월 시행된 3차 개정안은 임직원 보상목적 외 보유 자사주의 소각을 각각 강제했다.

오는 9월이면 감사위원 분리선출 이사의 정원 확대 및 집중투표제 시행을 강제하는 2차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다. 여기에 당·정은 의도적인 주가 누르기를 방지하기 위해 자본시장법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일련의 법 개정 및 새 법안의 시행과 맞물려 기업지배구조 전문 변호사와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마음 한 켠이 영 편치 않았다. 개정 상법 및 추가적인 법 개정에 대한 기업과 개별 이사들의 대응책을 질문에 포함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정 법안들이 소수주주의 권익을 더욱 보호하고 국내 기업들의 거버넌스 선진화를 위한 것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것은 거버넌스 선진화를 역행, 또는 최소한 우회하는 방법을 묻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들은 이미 올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분리 선출 감사위원의 정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감사위원이 자진 사임하고 즉시 재선임된 기업들이 여럿 있었다. 집중투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사의 임기에 시차를 두거나 이사회의 규모를 축소한 곳도 적지 않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법 개정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거버넌스 선진화를 촉진하겠다는 상법 개정의 취지와 과연 합치하는 일일까.

잇단 상법 개정은 분명 기업에게는 경영환경의 중대한 변화를 수반하는 리스크다.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거버넌스 선진화 촉진의 취지와는 다소 간극이 있는, 어쩌면 정반대의 대응책들만이 논의되고 주총을 거쳐 승인받았다.

최근 국내 증시의 저평가 해소에 상법 개정으로 인한 거버넌스 선진화의 압력이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과거 낙후된 거버넌스가 국내 기업들의 온당한 가치평가를 억누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것도 입증된 셈이다.

이를 전제로 기업들에게 묻고 싶다. 개정 법안들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거버넌스 선진화가 다소 간극이 있는 두 길이라면 어느 길을 가고 싶은가? 투자자들에게도 묻고 싶다. 어느 길을 가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