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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이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허인혜 기자

2026-08-28 14:18:12

재미없는 쇼츠를 밀어내듯 별 흥미가 솟지 않는 광고들도 늘 채널 돌리기로 응수한다. 볼만한 광고를 만들기란 참 어려운지 노상 채널을 바꿔대기 바쁜데 나오면 그대로 보게 되는 CF도 종종 있다. 요즘에는 KCC건설 스위첸의 '위대한 집안일' 편. "그릇을 제자리에 놓는 것까지가 설거지다"라는 카피가 대표적이다. 욕실의 수건은 저절로 채워지지 않고 쌀이 자라 밥이 되지도 않는다.

다들 그렇듯 주변 상황을 중심으로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사회 활동과 광고 속 메시지가 연결됐다. 최근 1년간 독립이사들을 만나며 키워온 상념과도 맞닿는다. 독립이사들은 시장의 예측보다 훨씬 더 이사회 활동에 진심이었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앞세워 질문했고 경영진이 내놓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독립이사들이 좋은 판단의 배경을 이야기할 때 늘 빼놓지 않는 조건이 있다. 기업이 안건을 이해시키기 위해 들이는 공력이다. 세세하게는 의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료와 이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 기업의 진심 어린 설명이었다.

한 독립이사는 추가 질의가 생길 때마다 실무진이 근무지까지 직접 찾아왔다고 했다. 중요 안건은 정식 이사회 전에 독립이사들끼리 따로 살펴볼 자리도 마련됐다. 또 다른 독립이사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면 다시 받아봤다. 필요하면 다른 회사 사례까지 찾아본 뒤 판단했고 보완할 것이 남으면 후속 보고 요청에도 적극적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이들이 이런 경험을 꽤 또렷하게 기억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업무를 아우르는 곳이 바로 이사회 사무국을 비롯한 지원조직이다. 독립이사들이 기업이 안건을 얼마나 잘 설명해주었는지, 발표 자료를 어떻게 꾸미고 언제 전해주었는지 등 구체적인 기억을 꺼낼 때마다 이사회 지원조직의 노력이 눈에 선했다.

그런데 대기업집단의 이사회 지원조직 현황을 점검해보니 과반이 기존 부서에서 이 업무를 겸하고 있었다. 지원 업무를 독립적으로 담당하는 조직이 절반도 안된다는 이야기다. 선진화를 표방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니 대상의 모수를 넓히면 이 비중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이사회는 회사의 최종 의사결정기구다. 이사가 질문할 수 있을 만큼 알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설명을 듣는 데에도 누군가의 수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사들의 판단을 돕는 지원 조직의 위상도 지금보다는 훨씬 높아야 하지 않을까. 기업의 최종 의사결정기구를 움직이는 일이 여전히 누군가의 겸업이라는 현황은 다시 들여다볼 만한 의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