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커뮤니케이션과 쏘카를 창업한 이재웅 지구홀딩스 최대주주가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섰다. 지난해 유투바이오에 투자한 뒤 최대주주에 오른 데 이어 회사를 사업·투자 지주사인 지구홀딩스로 재편하고 경영까지 책임지는 수순을 밟고 있다.
지구홀딩스 출범 이후 대표이사를 맡았던 박상욱 사내이사는 약 4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지구홀딩스 설립을 함께 준비한 멤버로서 사내이사직은 유지한다.
장기 보유를 전제로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지구홀딩스의 사업 모델을 감안하면 창업과 투자 경험이 풍부한 이 대표가 사업 방향을 이끌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를 기반으로 장기 보유형 투자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 역시 이 대표가 실행을 책임진다.
◇최대주주 이재웅, 사내이사 이어 대표까지
지구홀딩스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이재웅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332만2478주, 지분 20.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번 대표 교체는 지구홀딩스가 본격적인 사업·투자 지주사 체제를 갖춘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이 대표는 앞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지구홀딩스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당초 최대주주로서 주주 지위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등기이사를 맡으며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당시 지구홀딩스는 기존 진단·의료IT 사업을 물적분할해 신설 유투바이오로 내려보내고 존속 상장법인을 지구홀딩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표이사는 박 전 대표가 맡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사내이사로 먼저 합류했고 올해 3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실제 취임일은 물적분할이 완료된 5월1일이다. 불과 4개월 만에 대표 역할이 이 대표에게 넘어간 셈이다.
박 전 대표는 1986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를 거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이후 여행 스타트업 스토리시티를 창업해 대표를 지냈다.
그는 지구홀딩스 출범 과정에서 단순히 영입된 전문경영인이 아니다. 이 대표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김요한 카이퍼그룹 의장, 김진태 유투바이오 대표 등과 함께 지구홀딩스 설립을 준비한 멤버다.
챗GPT가 만든 이미지
◇유투바이오에서 투자지주사로…'영구자본' 실험
지구홀딩스는 일반 투자자에게 아직 낯선 이름이다. 전신은 체외진단검사와 의료IT 사업을 해온 코스닥 상장사 유투바이오다. 2009년 설립된 유투바이오는 2015년 코넥스시장에 상장한 뒤 2023년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했다.
회사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이재웅 대표가 최대주주에 오른 뒤부터다. 유투바이오는 올해 기존 진단·의료IT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고 사업·투자 지주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구홀딩스로의 상호 변경 등을 의결했고 5월1일 물적분할을 완료했다. 존속 상장법인은 지구홀딩스로 사명을 바꾸고 기존 사업은 분할신설법인 유투바이오가 넘겨받았다.
지구홀딩스가 표방하는 투자 방식은 이른바 '영구자본'이다. 벤처캐피탈(VC)이나 사모펀드(PEF)처럼 일정한 펀드 만기와 투자금 회수 시점에 맞춰 기업을 사고파는 방식과 달리 투자 회수 시한에 구애받지 않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장기간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사업 영역도 기존 바이오에 한정하지 않는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유투바이오와 유투엑스랩을 비롯해 AI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뉴럴아케이드, 뷰티 기업 행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구홀딩스에는 이 대표뿐 아니라 국내 벤처업계 인사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구얼라이언스'라는 공동보유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5월 공시 기준 지구얼라이언스의 합산 지분율은 49.9%다.
이 대표가 지구홀딩스의 주인이 된 출발점은 지난해 유투바이오 투자였다. 이 대표는 2025년 유투바이오가 실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쏘카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신주를 취득했다. 기존 보유분을 포함해 총 257만3382주, 지분 19%를 확보하며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기존 최대주주였던 엔디에스(NDS)가 보유한 유투바이오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으며 경영권까지 확보했다. NDS가 매각하기로 한 주식은 340만1096주였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 가운데 절반을 넘겨받으면서 유투바이오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올해 1월 나머지 지분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 대표가 확보한 지분 일부는 이후 벤처·IT업계 인사들에게 넘어갔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을 비롯해 윤자영 스타일쉐어 창업자, 손영대 전 무신사파트너스 이사, 장혁 쏘카 전략유닛장 등이 주주로 합류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장기간 기업을 함께 키우겠다는 취지의 주주 연합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이 대표는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국내 1세대 인터넷 창업가다. 이후 차량공유 플랫폼 쏘카를 창업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으나 올해 1월 쏘카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