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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규제에 물적분할 계획 다변화

보령 5년간 비상장 공식화… 금양 외부투자 추진·롯데케미칼은 합병 준비

허인혜 기자

2026-09-18 15:34:40

물적분할 자회사의 중복상장 규제가 강화된 뒤 기업들이 내놓는 신설회사 운영 계획이 엇갈리고 있다. 보령은 보령파마솔루션을 향후 5년간 상장하지 않고 현재 매각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엿새 앞서 물적분할을 결정한 금양은 신설회사에 외부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을 분할 목적으로 제시했고 향후 상장이나 지분구조 변경 가능성도 열어뒀다.

물적분할 자회사가 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회사 주주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상장 과정의 주주보호 절차는 강화됐다. 다만 상장 이전의 외부투자 유치나 지분 매각, 다른 회사와의 합병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기업들은 최근 물적분할 사례에서 5년 내 상장계획이 없다는 방침과 별개로 신설회사 지분 처리 방식을 두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해 왔다.

◇보령은 5년 비상장·매각계획 없음…금양은 외부투자 추진

보령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전문의약품(ETC) 영업·마케팅·사업개발·유통 부문을 물적분할해 보령파마솔루션을 설립하기로 했다. 분할 후 보령이 신설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다. 분할기일은 내년 1월 4일이다.

보령은 주요사항보고서에 보령파마솔루션이 향후 5년 이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명시했다. 김정균 대표도 현재 신설회사 매각이나 분할상장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향후 상장을 추진할 때 거쳐야 할 절차는 신설회사 정관에도 넣었다. 모회사인 보령이 관련 법령과 거래소 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쳐 상장에 찬성해야 신설회사가 상장예비심사 신청 등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엿새 앞서 물적분할을 결정한 금양은 다른 계획을 내놨다. 금양은 일부 사업부문을 떼어내 데이터센터 사업 등을 담당하는 케이와이디씨를 설립하기로 했다.

분할 직후에는 금양이 지분 100%를 갖지만 신설회사가 외부 투자자와 투자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분할 목적으로 제시했다. 외부투자를 통해 사업 재원을 확보하고 존속회사의 재무 부담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계획도 보령과 차이가 있다. 금양은 신설회사의 외부투자 유치와 자본조달, 지분구조 변경 또는 상장 여부가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향후 투자여건과 사업 성장 가능성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5년 지나도 상장심사…8월부터 모회사 주주동의 추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 대한 규제는 단계적으로 강화됐다. 금융당국은 2022년 물적분할 후 5년 이내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주주보호 방안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거나 공시한 방안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등이 상장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했다.


당초 적용기간은 분할 후 5년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이 기간 제한을 없앴다. 분할 후 5년이 지난 뒤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까지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기 위해서다.

올해 8월 3일부터는 물적분할 자회사가 중복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회사 주주동의를 받도록 하는 규정도 시행됐다. 3%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한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태에서 동의 여부를 확인한다. 제도 마련 과정에서 기업계는 물적분할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난 경우 주주동의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최종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이미 기존 상장심사의 5년 제한을 없앤 점 등을 들어 기간에 따른 예외를 두지 않았다.

보령이 제시한 5년 비상장 방침은 이 같은 규제와 별도로 회사가 정한 계획이다. 현행 규정은 물적분할 후 일정 기간 동안 자회사 상장을 금지하는 방식이 아니다. 상장을 추진할 때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고 주주동의를 받도록 하는 구조다. 보령은 여기에 5년간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과 현재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추가로 내놨다.

◇비상장 계획과 지분 유지 별개…외부투자·매각 사례도

물적분할 기업들이 제시하는 5년 내 비상장 방침은 신설회사의 기업공개(IPO) 시점을 미루겠다는 의미다. 이 기간 동안 모회사가 신설회사 지분을 계속 100% 보유한다는 뜻까지는 아닌 셈이다. 상장을 하지 않더라도 외부투자를 받아 모회사 지분율이 낮아지거나 신설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소유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앞선 물적분할 사례에서도 5년 내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외부투자나 지분 매각, 합병 계획을 함께 제시한 기업들이 있었다.

로보티즈는 지난해 자율주행로봇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면서 신설회사에 대해 5년 이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동시에 분할 목적에는 신설회사가 외부투자를 유치하기 용이한 구조를 갖추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분할 직후에는 로보티즈가 신설회사 주식 전량을 보유하지만 외부자본 유치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자이에스앤디는 지난해 주택관리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하면서 신설회사 케이하우징을 5년 이내 상장할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다. 신설회사를 비상장 상태로 두는 계획과 함께 분할 후 신설회사 지분을 처분하는 계획도 별도로 제시했다. 분할 후 분할회사는 분할회사가 보유하게 되는 분할신설회사의 지분 전부를 2025년 8월 15일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일시에 홈솔루션 유한회사에 매도한다는 내용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대산공장을 롯데대산석화로 물적분할한 뒤 신설회사를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사업재편을 추진했다. 분할 직후에는 롯데케미칼이 신설회사 지분을 모두 보유하지만 합병 이후에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통합법인 지분을 각각 50%씩 갖는 구조다.

물적분할 과정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주주보호 절차를 추가한 사례도 있었다. DB하이텍은 2023년 반도체 설계사업 물적분할 당시 자회사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5년 이내 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회사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5년 이후 상장을 추진할 때도 모회사 주총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자회사 정관에 관련 조항을 넣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