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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램프사업 반대매수 지분 0.6%로 제한한 사연

발행주식 0.6%만 반대해도 재고 여지…거래 자신감+반대 주주 의견 확인 전략

이돈섭 기자

2026-10-01 15:57:48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램프사업 분할·매각 과정에서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액이 2300억원을 넘으면 거래를 다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절대금액은 작지 않지만 주식 수로 환산하면 전체 발행주식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현대모비스의 현금 여력과 다른 기업의 물적분할 사례까지 감안하면 재무 부담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거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주주 반대에도 귀를 열어둔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램프사업부문 물적분할 안건을 승인했다. 내년 4월 1일 램프사업을 현대모비스 산하 신설법인으로 떼어낸 뒤 지분 전량을 프랑스 자동차 부품업체 OP모빌리티에 매각하는 구조다. 거래금액은 6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올 초부터 매각을 추진해 온 현대모비스는 미래 모빌리티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해 왔다.

램프사업부문 규모가 작진 않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를 비롯해 중국과 멕시코, 체코 등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램프사업은 지난해 약 2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 61조1181억원의 약 4.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해당 사업부문의 작년 한 해 국내 매출은 약 1조원 수준이었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선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길을 끄는 건 이번 분할·매도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부여되는 주식매수청구권 조건이다. 예정 매수가격은 주당 40만8394원이다. 매수청구액이 도합 2300억원을 넘으면 현대모비스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분할을 철회할 수 있다. 매수청구액을 주식 수로 환산하면 약 56만주다. 지난 6월 말 기준 발행주식 9073만2583주에서 지난 8월 소각한 자사주 91만1998주를 반영하면 현재 발행주식의 약 0.6% 수준이다.

현대모비스는 램프사업부문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식매수청구 한도를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램프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 안팎 수준에 그치는 만큼 해당 사업부문의 중요도를 감안해 거래 재검토 기준을 설정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동종 업계 사례 등을 감안하고 외부 자문 등을 얻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할 재검토 문턱은 다른 사례와 비교해 낮게 산정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보령은 최근 ETC 영업부문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주식매수청구액 500억원을 분할 중단 검토 기준으로 제시했다. 예정 매수가격을 적용하면 전체 발행주식의 약 6.5%에 해당했다. 주성엔지니어링도 2024년 인적·물적분할 과정에서 500억원을 한도로 뒀다. 매수가격 3만5305원 기준으로 약 141만6000주, 발행주식의 2.9%였다.

시장에서는 해당 수치에는 정무적 판단이 들어갔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각 기업 규모와 분할 대상 사업의 비중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주주의 극히 일부가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상황만 발생해도 이사회가 분할·매각 거래 지속 여부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은 분명하다. 분할 매각에 반대하는 임직원이나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일반주주 등을 배려하는 신호를 보내야 했다는 뜻이다.

시장 관계자는 "물적분할을 시도할 때 현행법에 주식매수청구액 상한이나 하한을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 이사회 차원에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은 맞는다"면서 "최근의 시장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분할에 따른 여파를 고려해 주식매수청구액을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회사 안팎에서 분할 매각을 반대하는 여론을 고려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회사 재무 여력을 감안하면 2300억원을 단순한 현금 방어선으로 해석하기도 어렵다. 올 6월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148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은 4조7368억원으로 합계가 5조원을 웃돌았다. 연결 기준으로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 5조4458억원과 기타유동금융자산 6조934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조3330억원에 달했다. 지난 4월에는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했다.

지금의 재무 체력을 감안했을 때 이사회 재검토 조건은 사업 규모에 비례해 거래 중단 기준을 정했다는 회사 측 설명과 함께 이사회가 거래 판단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램프사업을 매각하고 전동화·전장·소프트웨어 등 미래사업으로 자원을 재배치하는 것이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전제로 주주 의견을 거래 과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장치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주가 흐름은 이 장치의 실효성을 시험할 변수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최근 한 달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지난달 말 36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주식매수청구 예정가격 40만8394원보다 10% 이상 낮은 수준이다. 현 주가가 임시주총 전후까지 이어질 경우 반대주주 입장에서는 주식을 파는 것보다 매수를 청구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장기 보유 계획의 주주는 분할 이후 주가 상승 여력도 살펴봐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내달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분할계획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주가가 매수청구가격을 어느 수준까지 회복하는지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판단이 실제 청구 규모를 가를 변수다. 현재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독립이사 5명 등 9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주주 소통 담당 이사 제도를 도입했고 현재 박현주 독립이사가 해당 소통 담당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