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식품이 회계처리기준 위반 제재를 계기로 이사회 감독체계를 재편한다. 회계·준법경영을 점검할 위원회를 신설하고 독립이사를 추가 선임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한다. 주식 거래 재개로 상장 유지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해소했으나 신뢰 회복은 과제로 남았다는 평이다.
◇윤리·회계 감독 위원회 신설…독립이사 확대 추진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태제과식품은 최근 이사회 내에 윤리경영위원회와 내부회계관리위원회를 설치했다.
윤리경영위는 회사 전반의 준법 경영을 들여다보고 내부회계관리위는 재무제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사회가 직접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두 위원회는 각각 독립이사 2인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내부회계관리위의 사내이사 1인은 다음 달 이사회에서 선임할 예정이다. 차기 주주총회에서는 경영투명성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독립이사 1인을 추가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사회 구성도 달라진다. 지난 6월 말 기준 해태제과식품 이사회는 신정훈·이상진 각자대표와 김수·김용채 이사 등 사내이사 4인, 박성호·한정석 독립이사 2인 등 6인으로 꾸려져 있었다. 이달 16일 사내이사 1인이 사임하면서 사내이사는 3인으로 줄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계획대로 새 독립이사가 합류하면 사내이사와 독립이사가 각 3명식 동수를 이루게 된다. 사내이사 우위였던 이사회가 처음으로 균형을 맞추는 셈이다.
기존 이사회 내 위원회는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세 곳이었다. 별도 감사위원회 없이 상근감사 1인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던 체계에 회계·준법 전담 위원회를 더해 이사회의 감독 역할을 넓혔다.
내부통제에 대한 외부 검증도 정례화한다. 회사는 외부 전문기관이 보완된 내부통제의 설계와 운영실적을 검증해 지난 8일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매년 독립적인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를 받고 내부회계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사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해태제과식품은 지난 7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계 투명성과 내부통제 강화 교육을 실시했다. 앞으로 연 1회 이상 정기교육을 진행하고 결과를 윤리경영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530억 매출 부풀리기…감사인 검토만으론 한계
이사회의 회계·준법 감독을 확대한 배경에는 회계처리 위반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16일 해태제과식품이 2016~2019년에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거나 매출할인·판매장려금 회계처리를 누락하는 등의 방식으로 매출과 매출원가를 과대계상했다고 지적했다. 4년 간의 위반 금액은 총 530억원이다.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재무제표를 증권신고서에 사용한 점도 문제가 됐다. 감사인에게 허위 거래증빙을 제시하고 거래처에 채권조회서를 거짓으로 회신하도록 요청하는 등 외부감사를 방해한 사실도 확인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회사에 대한 과징금을 9억3780만원으로 확정했다. 대표이사·전 감사·재무부서장에게는 각 9370만원, 전 영업담당 임원에게는 81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앞서 증선위는 감사인 지정 3년과 재무부서장 면직권고·직무정지 6개월, 전 감사 해임권고 상당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재무부서장과 전 감사는 수사기관에 통보됐다. 회사는 문제가 된 사업연도 재무제표를 재감사해 정정공시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3일 해태제과식품을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증선위 제재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매매가 정지된 지 한 달여 만이다.
거래소는 당초 결정 시한이던 이달 14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조사기간을 다음 달 4일까지 최대 15영업일 연장했다가 연장 기간의 절반가량이 지난 시점에 심의대상 제외로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26일 주식 거래가 재개됐지만 주가는 크게 밀렸다. 이날 오전 9시 6분경 해태제과식품은 거래정지 전 기준가인 5530원 대비 710원(12.84%) 하락한 4820원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4670원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종가는 4710원으로 거래정지 전 기준가(5530원)보다 14.83% 낮은 수준이다.
과징금 자체의 재무 부담은 크지 않다.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작년 연결 영업이익 423억원의 2% 수준이다. 문제는 실적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3178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16% 줄었다. 다만 향후 3년간 지정감사인 체제를 거치면서 감사 강도와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거래소 심사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새로 꾸린 위원회와 독립이사가 실질적인 견제 역할을 해낼지가 신뢰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