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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노트

있으나 마나 한 이사회

김소라 기자

2024-01-19 07:48:21

종종 외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퇴진 위기 소식을 접하곤 한다. 이사회가 주축이 돼 CEO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식이다. 작년 말 생성형 AI 기반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울트먼 CEO 해임 사태가 대표적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에 대한 해임안도 앞서 몇 차례씩 주주총회에서 상정됐다.

이같이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이사회의 응징 시도는 건강한 시장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주식회사로서 이익 극대화, 경영 리스크 제거 등 모두가 만족할 만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선진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선 이 독립적인 이사회의 역할이 특히 더 두드러진다.

반면 국내에선 이와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소유와 경영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빈번한 탓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짙다. 기업 소유 주체가 교묘히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법적인 책임은 피하고 경영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일도 있다.

이는 구성원의 역할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극이다. 말 그대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전락시킨다. 지난해 말자로 짧았던 새 출발을 정리한 한 시장 관계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그 시간을 회상했다. CFO(최고재무책임자) 직속으로 전략기획 업무 경력을 쌓아온 그는 지분투자 관련 업무 역량을 새로 기르고자 회사를 옮겼다. 표면적으로 다수 종속법인 및 특수관계사를 거느린 M&A(인수합병) 사업 특화 상장사였다.

해당 관계자는 "등기임원들이 참석한 경영진 회의를 하는데 그 자리에서 실질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없었다"며 "구속된 소유주 오더(지시)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감옥에 접견 가는 변호사를 통해 전언을 전달받아 밖에서 이를 이행하는 식으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의 재분배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성과에 대한 과실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닌 특정 개인에게 집중된다.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 소유주 등을 견제·감시할 의무를 지닌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탓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야기하고 전체 노동 시장 분위기를 훼손하기까지 이른다. '내 탓'이라는 라틴어 메아 쿨파(Mea Culpa)만 되뇌던 그가 경제 허리층으로 부디 계속해서 우리 사회를 지탱해 줄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