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사외이사 제도는 그간 은행 및 금융지주사들의 전유물이었다. 금융업권에서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경우 선임사외이사 임명을 법으로 의무화했다. 오너 경영인이 즐비한 산업계에는 이 제도가 정착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국내 상장사 중에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SK하이닉스다. 이후 2023년 11월에 삼성 계열사들이 뒤따랐으며 작년에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제도를 들여왔다. 이 가운데 SK와 삼성 계열사들은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넘기면서 한발 더 앞서 나갔다.
◇2018년 지배구조 이슈 있던 SK하이닉스, 첫 선임사외이사 임명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사외이사들의 대표인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좀 더 투명한 경영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기 위한 조치다. 사외이사를 의장에 앉히는 게 최선이긴 하나 그렇지 못할 경우 사외이사의 견제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에 대응할 중량감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 대표로 뽑는 것이다. 통상 사외이사 중에 최고참이 맡는 게 일반적이다.
선임사외이사의 주요 책무는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회의를 소집하고 주재하는 데 있다. 사외이사들을 대표해 경영진에 각종 자료나 현안 보고를 요청하고 주요 안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모아 이사회와 경영진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외이사진과 경영진, 주주 사이의 원활한 소통도 이끄는 일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금융권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법규상 사외이사가 의장이 아닐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두도록 했다. 비금융권은 법규에 해당되지 않아 굳이 선임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일부 대기업 위주로 선진 이사회 경영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선임사외이사를 도입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SK하이닉스다. 2018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원 서울대 교수가 임명됐다. 당시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은 박성욱 대표이사 부회장이었다. 최 교수는 2014년부터
SK하이닉스의 사외이사로 활동해 왔던 고참 이사로 이사회 내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경영진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SK하이닉스는 이듬해인 2019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시키며 다른 재벌 계열사들에 비해 앞서 이사회 경영 제도를 정비했다. 이후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에 앉혔다.
당시
SK하이닉스는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중심에 있는 계열사였다. 그때 국회에서 일반지주사의 상장 손·자회사 의무 보유지분을 20%에서 30%로, 비상장 손·자회사의 의무지분을 40%에서 50%로 높이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계류됨에 따라 SK의 손자회사였던
SK하이닉스는 자회사로 끌어올릴 필요가 커졌다. 그 당시 지분구조를 보면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순으로 이어져 있었다.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는 지분은 20%였다.
◇롯데, 가장 많은 계열사에 도입…현대차그룹은 3개사만 우선
SK그룹 다음으로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곳은 삼성이다.
삼성SDI와 삼성SDS가 2023년 10월 주총을 통해 선임사외이사를 첫 임명했다.
삼성SDI에서는 권오경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가, 삼성SDS는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가 선임됐다.
그리고 한 달 후
호텔신라와
제일기획이 그 뒤를 이었다.
호텔신라는 김현웅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를,
제일기획은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을 임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그 해 12월 주총에서 허근녕 법무법인 평안 대표변호사를 선임사외이사로 뒀다.
삼성전자는 선임사외이사를 두지 않았지만 오히려 한발 더 앞서 2020년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다음 타자는 롯데였다. 2024년 3월 주총에서
롯데지주를 비롯한 10개 계열사가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동시다발적으로 도입했다. 국내 재벌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가 합류했다.
롯데지주는 김창수 전 중앙대 총장이며 △
롯데웰푸드(손문기 경희대 교수) △
롯데쇼핑(김도성 서강대 교수) △
롯데케미칼(남혜정 동국대 교수) △
롯데렌탈(유승원 고려대 교수) △
롯데칠성음료(조현욱 전 서울고법 판사) △롯데하
이마트(최혜리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 △
롯데정밀화학(윤규선 전 하나캐피탈 대표) △
롯데이노베이트(박진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오세민 전
포스코퓨처엠 상무) 등의 선임이 완료됐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재벌그룹 중에서 4번째로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4월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정기 이사회를 통해 제도 도입을 승인했다. 일단 3개사만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실시한다. 현대자동차는 심달훈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기아는 조화순 연세대 교수,
현대모비스는 김화진 서울대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