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Board Match up 동원그룹 vs 사조그룹

동원 '기술전문가', 사조 '기업경영인’ 사외이사 선호

③[사외이사] 동원그룹 기술부문 강화 의지, 사조그룹 현장 경험 많은 기업인 출신 다수

김지효 기자

2025-05-23 14:03:37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 본다.
그룹의 사외이사 구성과 전문성을 보면 그룹 또는 이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동원그룹과 사조그룹은 사외이사 구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동원그룹은 동원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기술 전문가를 선임한 반면 사조그룹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 출신을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했다. 특히 사조그룹은 내부 출신 인사를 상당수 사외이사로 임명하며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동원그룹, 식품 유통사업 벗어나 첨단산업 확장 중

theBoard는 자체 기준으로 만든 BSM(이사회 역량 구성표·Board Skills Matrix)을 기반으로 동원그룹과 사조그룹 상장사의 사외이사 전문성을 분석했다. 분석 기준은 △기업경영 △금융·재무 △법률·규제 △산업·기술 △국제경영·통상 △ESG 등 6개 항목이며, 사외이사가 다양한 역량을 보유한 경우 중복 집계했다.

BSM 분석 결과, 동원그룹 사외이사의 전문성은 산업·기술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동원그룹 상장사 3곳에는 총 7명의 사외이사가 등재되어 있으며 이 중 4명이 산업·기술 전문가로 분류됐다. 동원산업의 윤종록, 심현정, 이현순 사외이사와 동원시스템즈의 정경민 사외이사가 모두 공학 전문가이다.

윤종록 사외이사는 과학기술인 출신으로 정부 부처 차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KT 민영화 이전부터 30년 이상 근무했으며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으로 영입됐다. 심현정 사외이사는 KAIST 김재철 AI대학원 부교수로 전자·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공학자로 현대자동차 연구개발총괄본부 부회장, 두산 기술담당 부회장을 지냈다. 2009년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로 지정되기도 했다. 동원시스템즈 정경민 사외이사는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이자 이차전지연구센터 센터장이다.

이 같은 사외이사 구성은 동원그룹의 신사업 추진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은 기존 식품·유통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2차 전지 소재, 스마트 항만, 인공지능(AI) 드론, 자동화 설비 등 첨단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올해 창립 56년 만에 처음으로 기술부문을 신설하고, CTO인 장인성 종합기술원장을 기술부문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동원시스템즈의 정용욱 2차전지 부문 대표이사도 지난해 말 새로 선임됐다.

금융·재무, 법률·규제 전문가도 2명씩 두고 있다. 금융·재무 전문가 중 한 명은 김주원 사외이사다. 그는 동원그룹 상장사 사외이사 중 유일한 동원그룹 출신 인사로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의 말단 사원부터 시작해 35년간 몸담으며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까지 역임했다. 이후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 공동체컨센서스센터장 부회장을 지내며 증권업계를 넘어 금융·IT업계까지 두루 경험을 쌓았다. 지난 2022년 다시 동원그룹에 돌아와 동원산업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사조그룹, 현장 경험 풍부한 기업인 출신 선호

사조그룹은 기업경영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했다. 사조그룹은 상장사 5곳에 사외이사 3명씩 모두 15명이 등재돼있다. 이들 가운데 60%가 넘는 10명이 기업경영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사조그룹의 기업경영 전문가들은 모두 현장에서 직접 뛴 기업인 출신이다. 사조대림의 이봉준 사외이사는 매일유업 경북지역 사업부장, 티젠 사장 등을 지냈으며 정재년 사외이사는 GS리테일 MD부문장 출신으로 JNJ플러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조씨푸드에서 올해 새로 선임한 김옥주 사외이사는 농협중앙회 부장, 농협경제지주 영농자재본부장 등을 거쳐 농협홍삼 대표이사를 지냈다. 사조오양 성열기 사외이사는 신세계푸드 매입유통부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또 사조그룹은 내부 출신 인사를 다수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상장사 사외이사 15명 중 4명이 사조그룹 출신이다. 2020년부터 사조산업사조대림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한상균 사외이사는 1986년부터 2006년까지 사조씨에서 관리본부장,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사조산업 관리본부장, 이후 2011년까지는 사조대림 경영본부장을 지냈다. 김정수 사외이사는 사조씨푸드, 사조산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사조동아원의 오병철 사외이사도 사조씨앤씨 대표이사를 지냈다.

상법상 3년 이내 계열사에 재직하지 않은 경우 사외이사를 맡는 데 법적 문제는 없다. 그룹 입장에서는 내부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경우 내부 사정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장점이 될 수 있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전임 임원을 선임하는 이유와 관련해 “해당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가지고 있어 회사의 방향성 및 운영에 대해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